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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산 12번 째 전국대회 우승' 덕수고 정윤진 감독의 솔직담백 Talk
[인터뷰] '통산 12번 째 전국대회 우승' 덕수고 정윤진 감독의 솔직담백 Talk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10.31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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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고 정윤진 감독, 통산 12번째 전국대회 우승 … 서울시 현역 최다 우승 감독
- 올 시즌 덕수고 부진 모두 내 탓이오 자학
- “장재영 허벅지 부상이 결정적 … 마지막 전국체전 우승이 그래서 더욱 기뻐”
- “하남에 새 야구장 건립 … 학교 버스 구입 및 기숙사도 새로 짓는다.”

극적인 100회 서울 전국체전 우승에 대한 포만감이 컸던 탓일까.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정윤진 감독의 인상이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워 보였다. 승부의 일선에서 강하게 상대를 응시하던 날카로운 평소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정 감독에게는 이번 전국체전 우승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최근 2년간 이어진 지독한 불운의 고리를 끊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더욱 그러했다. 명문고열전, 서울시장기 등을 압도적인 전력으로 휩쓸 때까지만 해도 '덕수고 천하'가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주말리그에서 장재영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낙마한 것을 시작으로 불운이 시작되었다. 

 

 

전국체전 우승 직후 정윤진 감독과 3학년 선수들

 

황금사자기에 나서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청룡기 8강 탈락, 대통령배 1회전 탈락 등 불운은 계속 이어졌다.  2019시즌 덕수고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무관에 그치는 듯 했다. 그러나 전국대회 통산 우승 11회에 달하는 정 감독의 저력은 상징적인 서울 전국체전에서 드러났다. 현재 서울시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감독(공식 전국대회 기준 12회)이지만, 이번 전국체전 우승이 더욱 기쁘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수고는 아마야구의 핵심이다. 해외진출 여부가 화제인 장재영(188/93,우우,2학년)을 필두로 나승엽 등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동일학교 1차지명 금지도 덕수고가 가장 크게 해당사항이 된다. 매년 우승후보로 꼽히는 데다, 유망주가 많은 서울에서도 가장 우수한 선수들이 모이는 학교다. 여기에 최근에는 덕수상고 통폐합 문제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정 감독과의 대화는 말 그대로 아마야구의 민감한 사항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정 감독은 돌려 말하는 것을 모른다. 우승, 해외진출, 우수선수, 드래프트 등 아마야구 화제의 한복판에 서있는 정윤진 감독과의 대화는 1시간이 훌쩍 넘어서까지 이어졌고, 핵심이 되는 사안만 어렵사리 고르고 골라 지면으로 옮기기로 했다.  

 

 

덕수고에서 만난 정윤진 감독
덕수고에서 직접 만난 정윤진 감독

 

 


Q) 올 시즌 덕수고가 워낙 초반 분위기가 좋았다. 전국체전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소 아쉽지 않나. 
A) 선수들은 좋은데 감독이 못해서 그렇다. 특히 축이 되어야할 장재영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재영이가 초반에 정말 좋았다. 명문고 열전에서 제구가 되는 153km/h를 던졌고, 성남 탄천리그에서도 154km/h까지 나왔다.

그런데 주말리그 첫 경기부터 세 번째 경기까지 전부다 5~6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팀의 페이스가 너무 좋아서 장재영이 나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 

네 번째 게임을 하기 전에(서울디자인고전), 재영이가 와서 저는 언제 나가느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주말리그 네 번째 경기에 지명타자로 올렸다. 그런데 당시가 6-0으로 앞선 5회 말 덕수고 공격이었다. 1아웃에 주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장재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쳤는데, 서디고 우익수가 타구를 약간 더듬자 그대로 2루로 돌진해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하다가 허벅지 근육이 찢어졌고, 무려 6주가 나왔다. 나는 벤치에서 죽어라 "Stop. Stop"을 외쳤건만.... 그런데 그 다음 주가 운명의 충암고 전이었다. 정구범이 5이닝-장재영이 4이닝에 이지원과 김동혁을 중간 사이에 집어넣는 것으로 로테이션을 짰는데 로테이션이 망가져 버렸다. 그래서 4-6으로 졌다.(이 경기 딱 1패로 황금사자기 진출권이 날아갔다) 물론, 우리가 못해서 진 것이다. 

Q) 대통령배 강릉고전도 아쉬웠다. 그 경기만 잡았다면 더 높이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 대통령배 강릉고 전은 내가 실수해서 졌다. 5회에 김동혁을 빼야 하는 상황인데, 정구범이 몸을 푸는 것이 늦었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못 바꾸고 내려왔는데, 바로 홍종표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맞고 경기가 끝나버렸다. 내가 운영만 잘했으면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운영을 못 해서 진 경기다.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Q) 마지막 전국체전에서 정구범이 정말 열심히 하더라.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처음 봤다.  
A) (정)구범이는 어깨가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괜찮다고 해서 올렸다. 사실 부산고와의 경기에서 1대0으로 간신히 이길 때 못 올린 것도 그 이유다. 구범이 아버지와 내가 그것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그런데 구범이 아버지는 성격이 정말 남자 같은 분이다. 이미 프로 전체 1번을 받은 상황에서도 “네가 전체 1번을 받았고, 감독님이 너를 키워주셨으면 네가 뭔가 팀에 도움이 되고 나와야 할 꺼 아니야~ 조금 아픈 것은 참고 던져”라고 말씀하시는 성격이 대단하신 분이다. 감독은 선수가 아프다면 절대 아픈 것을 참고 던지라고 하면 안 된다. 그런데 구범이가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서 정말 열심히 해줬다.

생각해보면 구범이는 내가 신경을 많이 썼던 선수다. 내 성격상 선수에게 살갑게 대하는 편이 아닌데, 구범이에게는 안그랬던 것 같다. 야구는 잘하는데 어머니가 안 계셔서 정이 매우 고팠던 녀석이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과 장재영
덕수고 정윤진 감독과 장재영

 

 

 

Q) 많은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 장재영의 해외진출에 대해서 감독님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A) 결론부터 말하면, 본인의 해외진출 의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많이들 실패한다. 특히 타지에서의 외로움이 크다. 재영이는 본인이 스스로 운동하는 스타일이라서 다른 부분은 괜찮을 것 같고, 외로움을 이겨 내야 하는 데 그 부분이 관건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님이 하필 프로 입단이 유력한 팀의 감독이라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장정석 감독님이 성적이 좋아 아무래도 재계약이 잘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아버지도 부담이고, 재영이도 부담이 된다.

나는 어떻게 하라는 소리를 절대 하지 않는다. 장 감독이 덕수고 2년 후배이기도해서 가끔 진로에 대해 물어볼 때도 있지만, 나는 재영이의 진로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재영이의 포스팅 금액 혹은 프로 입단 금액이 아직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는 (해외로)가도 좋고 안 가도 좋다. 참고로 올해 기장에 직접 가서 대만 천포위가 던지는 것을 봤는데, 나는 재영이가 더 나아보이더라. 

Q) 화제를 바꿔서 2020시즌 덕수고의 투수진에 대해서 궁금하다. 
A) 장재영을 필두로 좌완 서하민과 우완 김효준이 있다. 김효준(182/88,우우,3학년)은 올해 탄천에서 보셨을 텐데, 딱 그때까지만 던지고 무릎 부상이 와서 유급한 선수다. 그밖에 2학년에 올라가는 선수로는 조원태(183/90,좌좌,1학년)와 김예서(184/82,우우,1학년)가 있다. 사이드암 강홍주(177/80,우우,2학년)까지 6명이 주력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장재영은 전지훈련 당시 무리를 해서 옆구리 내복사근 부상을 당해 현재 공은 전혀 못 만지고 있다. (조)원태는 올해 투수로서는 한 번도 안 나왔지만, 꽤나 괜찮을 것이다. 

 

 

덕수고의 새로운 1번 타자 유정택

 

 

전국체전의 영웅 박윤기

 

 

Q) 내년 야수 청사진은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이미 나와 있지 않나. 올해 저학년들 활약이 대단했다.  
야수는 나승엽(188/80,우좌,2학년), 김유민(183/77,우우,2학년), 박찬진(175/78,우좌,2학년)이 중심이 된다. 나승엽이 3루, 김유민이 유격수, 박찬진을 2루수로 일단 구상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한태양(181/74,우우,1학년)이다. 실력이 좋은 선수인데, 선배들 때문에 아직 확실한 자리가 없다. 1루수와 내야 전 포지션 백업을 맡길 예정이다. 

외야는 유정택(167/70,우좌,1학년)·박윤기(184/76,우우,1학년)·안제현(180/83,우좌,2학년)으로 구성된다. 유정택이 중견수, 안제현이 좌익수, 박윤기가 우익수의 가능성이 높다. 저학년들이지만, 올해 이미 전국무대에서 활약한 좋은 선수들이라 큰 걱정을 안 한다. 포수는 문현진(181/83,우우,1학년)이 굉장히 좋다. 내년에 3학년이 되는 한상훈(184/85,우우,2학년)과 2학년이 되는 문현진이 번갈아가며 경기를 뛰게 될 것 같다. 그러면 내야는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공을 놓고 피지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나승엽

 

 

Q) 내년에도 덕수고에는 프로에 갈 후보 선수들이 많이 있다. 감독님께서 소개 좀 부탁한다. 
A) 다들 아시다시피 장재영과 나승엽은 무조건 프로에 갈 것이고, 유격수를 보는 김유민도 키가 크고 발이 빠르고 어깨가 좋아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박찬진도 수비만 잘 해주면 타격은 워낙 좋은 친구니까 가능할 것 같고, 왼손 서하민과 오른손 김효준도 기대하고 있다. 둘 다 신장이 큰 편은 아닌데 공이 좋다. 효준이는 올해 탄천에서 142~3km/h까지 던졌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덕수고의 위례 이전으로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덕수고 야구부가 없어진다는 소문까지 돌더라. 
A) 바로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확정 발표가 나왔다. 덕수고 야구부는 2024년도에 위례로 이전한다. 2023년도까지는 현재의 덕수고에서 야구도 하고 공부도 한다. 2024년도부터는 지금 중 1 선수들이 고 2때 1년은 위례로 옮겨와서 공부하고 야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위례로 이전한 학교에서는 2024년도 인문계열로 야구부 신입생을 배정받게 된다. 또한, 동문회에서 위례 근처 하남에 부지 1만 평을 얻어서 야구장 2면을 짓기로 했다. 또한, 동문회에서 2억 원 상당의 덕수고 버스를 추가로 구매해주기로 했다. 솔직히 정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덕수고 동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위례 이전이 야구부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승부사 정윤진 감독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전국체전 우승 직후 헹가레 장면

 

 

정윤진 감독은 급여를 학부모들이 아닌 동문회에서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학부모님들에게는 떳떳하지만 항상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정 감독은 야구계에서도 강성으로 소문난 감독이다. 항상 승리에 대해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항의도 많이 하며, 선수 욕심도 많다. 

정 감독은 이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승부에 들어간 이상 항상 최선을 다해 이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것은 정 감독이 야구계를 떠날 때까지 굽힐 수 없는 소신이다. 이러한 정 감독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호불호를 떠나서,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명문 덕수고의 역사는 정윤진 감독의 이러한 승부근성과 소신이 근간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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