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학교스포츠클럽 티볼 전국대회 개막 첫날.
대회 최고의 스타는 강원도대표 춘천 성원초등학교 김리예(6학년)였다. 보통은 이긴 팀에서 스타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성원 초등학교는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을 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김리예는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이 인정 할 만큼의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날 벌어 진 여초부 A조 예선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내는 엄청난 활약으로 팀을 홀로 이끌었다. 여초부에서 3경기 모두 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김리예가 유일하며 특히 첫 경기에서 때려낸 홈런은 8-10으로 뒤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나온 역전 만루홈런이었다.
김리예는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장쾌한 만루홈런을 작렬시킨 후 그라운드를 돌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경기 중에 홈런을 친 선수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매우 보기 드물다. 그녀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전국대회 전에 학교에서 연습할 때는 홈런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중요한 상황에서 홈런이 나와 주니 너무 좋았습니다.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라고 벅찬 순간을 회고한다.
김리예는 작년에도 본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성원초가 예선탈락을 했고 자신도 실력이 부족해서 후보로 잠깐 밖에는 뛰지 못했단다.
친구와 함께 취미생활로 토요일마다 티볼을 하러 나갔다가 선배 언니·오빠들의 경기를 보고 티볼부에 정식 입문하게 되었다는 그녀는 1년만에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어느덧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야구는 공이 빨리 날아와서 좀 무서워요. 그런데 티볼은 티도 있고 공이 고정되어있어서 치기가 편하고 무엇보다 공이 물렁물렁해 공에 두려움없이 달려들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티볼은 티가 있다는 것 빼고는 야구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당연히 내야에서는 유격수의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안정된 포구와 글러브질이 관건인데 성원초의 유격수가 바로 김리예다.
그녀는 팀에서 가장 많은 공을 잡아내는 수비의 핵이다. “여자는 원래 따로 쓰는 글러브가 있는데 그 글러브는 저한테 안 맞는 것 같아서 따로 남자용 글러브를 공수 받았았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수비에도 자신을 보인다. 이번 대회는 전국대회로서 모든 티볼 대회 중 가장 큰 대회다.
당연히 참가하기 위해서는 4월부터 시작된 지역 예선에서 이겨야만 올라올 수 있다. 김리예 또한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고 말한다. “서로 도움을 많이 주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연습했습니다. 제대로 못 치면 “야~ 너 다운스윙이야~”이러면서 서로 지적해주면서 연습했어요. 특히 열정적이신 선생님의 도움이 많이 컸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녀다.
그녀는 예쁘장한 외모 답지 않게 승부욕이 강하다. 경기 중 끊임없이 "만루~ 만루~ 가까운 루 부터" 라며 동료들을 독려 하고 “오늘 죽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비장한 출사표를 밝힐 정도였다.
김리예는 본인만의 확실한 타격 자세를 지니고 있다. 공을 치는 집중력이 굉장히 뛰어나며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준비 자세는 초등부답지 않은 비장함마저 흘렀다.
김리예는 서울 탑동초와의 경기 3회말(티볼은 3회가 끝이다)에서 15-15 주자가 없는 마지막 타석에서 팀의 명운을 짊어지고 타석에 들어선 바 있다.
홈런을 치면 이기고 못 치면 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측의 홈런성 플라이를 치고 아웃이 되며 30분이 넘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정도의 승부욕의 화신이었다(위의 영상 참조).
당시 상황에 대해 “아~ 망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애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시선 같은 것이 느껴져서 부담이 컸는데 우익수 플라이아웃을 당하니까 죄책감이 들어서 눈물이 났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6학년치고 신장도 크고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그녀이기에 조심스럽게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정식으로 야구를 해볼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나 김리예의 대답은 단호했다.
“저는 티볼이 아니면 안할 것 같아요. 티볼이 제일 좋습니다” 라는 그녀의 말에서 야구속의 또 다른 야구 티볼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서광이 저 멀리서 비춰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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