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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남고 후보에서 두산 베어스까지' 박지훈이 밝히는 진솔한 역전 스토리
[인터뷰] '경남고 후보에서 두산 베어스까지' 박지훈이 밝히는 진솔한 역전 스토리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11.28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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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명문 경남고에서 자리 못 잡아 마산고로 눈물 머금고 전학
- 고윤성 감독과 의기투합, 협회장기 3위, 주말리그 우승 등 마산고 최고의 성적으로 이끌어
- 두산 베어스, 장신 유격수 가능성 보고 5라운드 지명

마산고 교정에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박지훈이었다. 그가 후배들과 어울려서 러닝 훈련 대신 축구를 하고 있었다.   

 

“어이~ 프로선수. 축구 실력이 왜 그모양이야” 

“에이~ 왜 그러세요. 그러지 마세요”

 

박지훈(185/85,우우,3학년 - 두산베어스 지명)이 쑥스러워하며, 쭈뼛쭈뼛 다가온다. 프로 선수 지명을 받았는데도, 박지훈은 변한 것이 없었다. 마산고에서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한다. 이맘때는 대부분 팀을 이탈해 개인훈련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머리도 기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시기다. 하지만 박지훈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동료들과 축구를 하고 있는 박지훈
마산고에서 후배들과 축구를 하고 있는 박지훈

 

 

박지훈은 굴곡이 많은 선수다. 경남중을 나와서 경남고에 입학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마산고로 전학을 왔다. 사실 경남고에서 전학을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경남고는 소위 '꿈의 학교'이기 때문이다. 입학 자체도 쉽지 않은 학교를 스스로 걸어 나온다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에 뛰지 못하는 허울 좋은 명문의 굴레보다, 경기에 출전 할 수 있는 환경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박지훈은 몸소 증명해 보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안 오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후회 안합니다. 그곳에 있었으면 절대 경기를 뛰지 못했을 거예요. 경기에 못 뛰면 대학도 못 가잖아요. 고윤성 감독님을 믿고 이곳에 왔고, 저는 너무 잘 풀린 케이스죠.” 

 

 

 

 

지금은 NC기를 재패할 정도의 강팀이지만, 처음 마산고에 왔을 당시만해도 부산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당황했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훈련 환경, 선수들의 생각 차이가 예상보다 컸다.  
   
“부산은 대회도 많고, 서로 잘 아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야구를 좀 하는 친구들은 더욱 그렇죠. 그래서 애들만 제치면 프로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고, 3학년 때도 '나는 프로를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끝까지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산은 다르더라고요. 빨리 포기해버립니다. '이렇게 해도 프로에 못가겠지' 라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선배들이 포기해버리니까 후배들도 같이 포기해버리더라고요. 그게 가장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올해 제가 주장도 아닌데 '하자. 하자' 하면서 많이 뭐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는 이곳에 와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마산고를 전반기 주말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거대 이변을 일으키며 대구고와 상원고를 잡아내기도 했다. 협회장기에서는 팀을 3위로 이끌었다. 강팀들을 잡은 모든 경기에 박지훈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당당히 두산 베어스의 5번 지명을 받았다. 주말리그에서 대구고를 잡아낼 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점은 안 보인다.”고 평가했던 스카우터들이 서서히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는 왜 그를 지명했을까.  박지훈은 "이복근 팀장님과 윤혁 부장님께서 3루수와 유격수를 준비해 오라고 하셨습니다.”라고 그 이유를 대신 설명해준다. 

박지훈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한 어깨다. 어깨만 따지면 야수 중에서도 최고급이다. 또한, 지금은 신장이 커서 3루수를 보지만, 중학교 때는 유격수이기도 했다. 만일, 박지훈이 유격수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또 한명의 장신 유격수가 탄생하는 셈이다. 아직 어설프지만, 어깨와 파워, 체형이 워낙 좋은 선수이기에 해볼 만한 모험인 셈이다.     

그는 올해 유일하게 프로에 진출한 마산고의 자랑이지만, 지금도 후배들에게 배운다.

“내년 주전 유격수의 가능성이 높은 이현국은 스텝이 정말 예술입니다. 슬라이딩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현재는 공을 못 던지지만, 뒤에서 보면 스텝이랑 잔발 쓰는 것이 너무 좋아요. 타격은 우리 팀 중견수 김도영에게 많이 배웁니다. 뒤에서 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저도 영감을 많이 얻어요. 저평가된 선수이고,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마산고 교장선생님의 격려를 받는 박지훈
마산고 교장선생님의 격려를 받는 박지훈

 

 

그가 얼마나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두산 베어스는 허경민, 김재호, 오재원 등 철벽내야를 자랑한다. 도저히 박지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빨리 결과를 보려고 생각은 안 해요. 당장 어떻게 그 선배들을 제치겠어요. 하지만 노력도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2군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성장해서 2~3년 후에는 꼭 1군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그리고 군대에 다녀와서 승부를 보겠습니다.” 

 

 

두산 베어스 박지훈은 또 다른 인생역전을 꿈꾼다 

 

 

'경남고의 후보 선수에서 마산고로, 그리고 두산 베어스까지' 인생 역전에 성공한 박지훈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두산 베어스 1군 선수로 당당히 잠실야구장에 서는 그날을 꿈꾸면서.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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