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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김일배 지도자상] 대구고 손경호 감독,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2018 김일배 지도자상] 대구고 손경호 감독,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12.18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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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수 제한 제도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 … 프로급 전문가들 끌어모아 강력한 육성시스템 구성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대구고 손경호 감독이 최고 감독 자리에 올랐다. 
손경호 감독은 지난 7일 조아제약 ‘아마 지도자상’ 에 이어 12월 1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야구 소프트볼인의 밤’ 시상식에서 ‘김일배 지도자상’을 수상하며 올해 최고의 아마 야구지도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손 감독 개인으로서는 첫 수상이다. 

 

2018 김일배 지도자상을 수상한 대구고등학교 손경호 감독

 

손경호 감독은 아마야구 지도자 생활만 20여 년을 한 잔뼈가 굵은 감독이다. 경상중 - 대구고 - 계명대를 나와 빙그레에서 잠시 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던 손 감독은 1991년 경상중 코치로 지도자생활에 입문한 이후 1999년 경상중에서 감독직을 시작했다.

그리고 16년 동안 무려 11회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대구지역 중학야구의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 후 2015년 말 모교 대구고로 적을 옮겨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손경호 감독은 횟수로 3년째가 되는 올해 대구고 개교 이래 최고의 시즌을 달성해내며 지도자 생활의 정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대구고 창교 이래 전국대회에서 3번 결승에 오른 해는 2018년이 유일하다. 비록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관한 전국대회는 아니지만 기장국제야구대축제까지 포함하면 4번 결승진출에 무려 3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 중심에 손경호 감독이 있다.  

손경호 감독이 대구고에 와서 3년 만에 이토록 큰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네가지 정도의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스카우트의 성공이다. 1976년 창단된 대구고는 대구지역의 양강 상원고와 경북고에 비하면 역사가 긴 편이 아니다. 프로쪽에 있는 동문 파워도 약하다. 따라서 양교(경북, 상원)에 비해 스카우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스갯소리로 “이승엽 or 양준혁이 나온 학교라는 타이틀 하나만 걸어도 느낌이 확 다르지않습니까"라고 반문 할 정도다. 그만큼 학교의 전통 또한 스카우트에 중요한 요소다.   

 

정장 차림으로 수상을 위해 단상위로 걸어올라가는 손경호 감독

 

그러나 부임 직후 손경호 감독은 특유의 뛰어난 수완으로 스카우트에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중학시절 원태인과 쌍두마차이면서 경상중의 전국체전 우승을 이끈 특급에이스 김주섭(180/92, 우우, 3학년 - 고려대 입학)을 비롯해 좋은 내야수들을 대거 스카우트하는데 성공한다. 조민성(175/73, 우우, 2학년), 신준우(177/75, 우우, 2학년), 김상휘(175/90, 우우, 2학년), 이승호(173/75, 우우, 2학년), 현원회(182/90, 우우, 2학년) 등이 그들이다. 당시 동 나이대의 대구권역의 괜찮은 야수 자원들을 싹쓸이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족한 자원은 외부로 눈을 돌렸다. 마산에서 3번 타자 박영완(185/85, 우좌, 3학년 - 롯데 입단), 울산에서 4번타자 김범준(183/90, 우우, 3학년 - NC입단)을 스카우트해왔다. 그들이 3학년이 되어 만들어놓은 것이 현재의 대구고다. 우수한 인재가 있어야 비로소 좋은 야구가 나온다는 손경호 감독의 소신이 만들어낸 첫 번째 성과물이기도 했다.  

 

가장 왼쪽 차민규 코치, 가장 오른쪽 김태석 투수코치

 

두 번째는 우수한 지도자들의 영입이다. 타격‧수비를 책임지는 김장섭, 차민규 코치는 내야수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코치들이다. 특히 두 코치는 선수들의 생활 담당이다. “코치님들이 매일 엄청 우리를 쪼신다”라고 불평을 털어놓을 정도로 예의, 단체생활 등의 규율을 강하게 지도한다. 특히 경상중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차민규 코치의 펑고는 ‘좋은 내야수가 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악명이 높다.  또한 코치들은 선수들의 규율을 지도하기 위해 모두 금연을 했다. 

현재 대구고에는 손 감독, 배창식 야구부장을 포함 담배를 피는 이가 한명 도 없다. 아이들에게 담배피는 모습은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는 손 감독의 개인적인 지론때문이다.

 

대구고 인스트럭터 김용달 타격코치
대구고 인스트럭터 김용달 타격코치

 

투수 쪽은 김태석 코치를 영입했다. 김태석 투수코치는 프로에서 전력분석만 6년, 투수코치만 3년을 역임한 지도자다. 대구고 출신의 김상엽 코치에게 추천을 받아 2017년 11월경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손경호 감독은 “좋은 사람 추천 못해주면 네가 NC를 그만두고 대구고 투수코치로 와야 한다.”고 김상엽 코치를 협박(?)했다며 당시를 회고한다.  그 결과 1년 만에 투수들의 제구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여기에 손 감독은 작년부터 야인으로 있는 김용달 KBO육성위원을 타격 인스트럭터로 초빙했다. 그리고 김 위원의 경험을 존중하며 타격의 전권을 맡겼다. 말 그대로 '손경호 사단' 이 구성된 것이다. 

 

라인업을 작성하고 있는 손경호 감독(황금사자기 당시 사진) 

 

세 번째 손경호 감독은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했다. ‘투구 수 제한 시스템’ 하에 우승하기 위해서는 1. 가용 투수가 많아야 하고 2. 수비가 강해야한다는 사실을 경상중 시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올 시즌을 준비하며 김주섭 - 이승민 - 한연욱 - 여도건 - 박영완 - 백현수 등 다수의 투수를 준비시키며 효과적으로 투구제한제도를 이용했다.

또한 현원회(포수) - 박영완(1루수) - 조민성(2루수) - 신준우(유격수) - 김상휘(3루수)로 이어지는 내야진과 옥준우(좌익수) - 서상호(중견수) - 이승호(우익수)로 이어지는 외야 진을 토대로 한 압박수비로 토너먼트의 강자로 떠올랐다. 대통령배 경북고전에서의 옥준우(179/80, 우우, 3학년, 중앙대 입학)의 극적인 호수비가 없었다면 대구고의 영광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배 우승 후 동창회에서 주는 우승주를 받는 손경호 감독
대통령배 우승 후 동창회에서 주는 우승주를 받는 손경호 감독

 

네 번째는 손경호 감독의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다. 그는 냉혹한 승부사다. 일단 승부에 들어가면 상대에 대한 배려는 없다. 몇번을 이겼어도 오늘 이길 수 있으면 또 이겨야 한다.  그는 일단 경기에 들어갔으면 전국대회던, 번외대회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장대회에서조차 상대팀의 전력을 연구하기 위해 경기가 끝난 후 상대 팀 경기를 살피고, 준결승 라이벌 경북고 전에서는 9-1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에이스 한연욱을 구원등판 시키는 모습 에서 승리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당시 경기를 지켜보던 일부 관중들이 “독하다. 독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2018 대통령배 우승당시

 

2018 봉황대기 우승당시 

 

기장대회 우승 당시 1,2학년들, 이들이 내년시즌의 주역
2018 기장대축제 우승 당시 

 

17일 더케이호텔 시상대에 오른 손경호 감독은 “선수들 덕분에 좋은 상을 받게 되어서 기쁘다. 야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밑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그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내년 시즌 걱정에 또 다시 전전긍긍이다.   

이제 고교야구도 시스템화 되어가고 있다. 3학년들로만 야구하던 시대는 끝났다.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서는 1,2,3학년 멤버가 전부가 가동되어야 한다. 손 감독도 그 점을 신경 쓰고 있었다.  

1학년들의 실력향상은 손 감독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투수 쪽에 강성민(190/88, 우우, 1학년), 서준우(177/86, 우우, 1학년), 이제원(180/90, 우우, 1학년), 전영준(188/103, 우우, 1학년), 야수 쪽에서는 이동훈(174/70, 우우, 1학년), 오동운(170/65, 좌좌, 1학년), 박형준(186/98, 우우, 1학년)이 그렇다. 주장 현원회에게는 “내년에 대표팀에 가고 싶으면 지금부터 몸 만들어라. 지금 몸 안 만들고 놀다가 내년에 후회하지마라.”라고 따끔하게 다그치기도 했다. 

 

최정원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와 함께 케잌 커팅을 하고 있는 손경호 감독
최정원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와 함께 케잌 커팅을 하고 있는 손경호 감독

 

신입생 관리도 마찬가지다. 대구고에 입학 예정인 노석진(184/88, 우좌, 대구고 입학예정)은 지난 7월경 수술을 받고 현재 재활막바지다. 본인은 1월부터 타격연습을 시작하겠다며 의욕에 불타오르지만 손경호 감독은 서두를 생각이 없다.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투입할 생각이 없고 수비는 내년 말 정도로 길게 보고 있다. 

대구고는 1월 한 달 간 학교에서 훈련한 뒤 2월부터 전국을 돌며 실전 담금질에 들어간다. 대구리그, 명문야구열전 등 각종 대회를 두루 돌아다니며 치열한 경기 속에서 내년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다. 실전보다 좋은 연습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손 감독의 지론이다. 

 

김일배지도자상 손경호 감독, 그는 아직 배가고프다

 

‘김일배 지도자상’을 수상한 손경호 감독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과연 승리에 대한 그의 공복감은 언제쯤 포만감으로 바뀔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일은 없을 듯 하다.  시상식 장에서 상을 받고 내려와서도 다음 시즌 걱정에 여념이 없는 손경호 감독의 표정은 승리에 대한 포만감으로 이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때가 바로 유니폼을 옷을 벗을 때라고 기자에게 말하고 있는 듯 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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