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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뮤지컬 '광화문연가'
치열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뮤지컬 '광화문연가'
  • 한국스포츠통신
  • 승인 2018.12.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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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뒤면 당신은 죽게 됩니다. 바로 그때 당신이 떠올릴 단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주인공 51살의 명우는 첫사랑 수아를 떠올렸습니다. 결혼한 아내와 자녀가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18살에 만났던 수아가 생각난 건데요. 명우는 판타지 속의 캐릭터이자 그의 추억 여행 조력자 '월하 '와 함께 1984년 덕수궁의 어느 봄날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명우는 수아를 처음 만나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둘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데모에 가담했던 친구가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수아는 더 적극적으로 학생운동에 참여합니다. 반면 명우는 그런 수아에게 '어른들이 할 일을 왜 굳이 네가 나서냐'며 못마땅해합니다. 틈이 벌어진 둘 사이는 명우가 군대에 들어가며 더 멀어집니다.

뮤지컬 넘버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두 사람은 각각 유격훈련장과 데모 현장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에 서게 됩니다. 한명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훈련을 받고, 다른 한명은 그런 국가의 집권 세력에 저항하는 절도있는 안무를 표현합니다. 한때 애틋했던 인연은 당시의 시대 상황에 떠밀려 안타까운 결말을 향하게 되는데요. 그 몸짓은 암울하고 처연합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시위 중 운동권 후배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도한 수아와 그런 수아를 완전히 잃게 된 명우는 각기 다른 상실감으로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노래합니다. 이 넘버는 광화문연가의 가장 소름 돋는 신이면서 가장 처절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두렵지만 정의를 위해 나섰던 운동권 학생들과 그들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전경들. 서로 뒤엉키고 부딪히며 표현하는 복선 안무는 그야말로 아름다웠고 또 그만큼 불운했던 80년대를 잔인하게 상기시킵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는 작곡가가 됐고, 학교 후배 시영과 결혼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아를 떠올리며 노래를 만듭니다. 시영은 그런 명우에게 가끔 투정을 부리지만, 있는 그대로의 그를 수용하고 사랑합니다. 명우는 시영이 자신의 옆에 언제나 존재함에도 그 사랑의 의미를 잘 느끼지 못하고, 첫사랑 수아만이 자신의 '기억 속 빈집'의 주인, 쉽게 말해 평생을 아쉬워하며 그리워했던 잃어버린 퍼즐의 한 조각 같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극 후반부 명우의 '기억 속의 빈집'에 수아의 모습이 담기자 명우는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진다며 자신의 지난날을 다시 되짚어봅니다. 여기에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명우는 물론, 관객 또한 명우의 '기억 속 빈집'의 주인이 수아라고 생각했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소름 돋는 명우의 깨달음은 뮤지컬로 직접 확인하길 바랍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뮤지컬 '광화문연가'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에 싱크로율 거의 100%로 얹어진 고선웅 작가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 이야기를 빛과 어둠의 끊임없는 대비로 지루할 틈 없이 보여준 이지나 연출. 그 무대 위에서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은 살아 숨 쉬듯 황홀하게 펼쳐졌습니다.

이영훈 작곡가의 팬이라면, 80년대를 뜨겁게 보냈던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첫사랑을 그리워하거나, 그런 배우자를 곁에 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꼭 관람하길 추천합니다. 1월 20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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