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 신일고 정재권 감독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인터뷰]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 신일고 정재권 감독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12.3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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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전국대회 4강 2번, 8강 1번, 16강 한번 최고 성적 … 내년 학교지원 등에 업고 대약진 기대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야구인들에게 겨울은 수확의 계절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낸 이는 풍족한 수확을 바탕으로 따스한 겨울을 보내야만 하는 것이 이치다. 그런 면에서 올겨울 따뜻한 겨울을 보낼 자격이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 신일고 정재권 감독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2017년 11월 그가 부임할 당시만 해도 신일은 서울 16개교중에서 중위권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정 감독은 고교야구 감독으로 첫 시즌이었고 신일의 총원은 30명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사고로 전환된 이후 침체일로를 걷고 있던 신일고의 부활의 날갯짓은 정재권 감독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 정재권 감독의 2018년은 오직 행복하기만 했다 

정재권 감독에게 물었다. 올 한해 첫 고교 감독 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느냐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운이 따라줬고 많은 분이 도와줘서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고 말이다. 

 

2018시즌 최고의 성적을 낸 신일고 정재권 감독 

 

Q)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다. 이제 2018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감독님이 평가하는 2018년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A) 남들이 칭찬해줄 정도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는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서 운이 좋았다. 또한 내가 왔을 때 기존의 선수들이 출중한 기량을 지니고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코치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Q) 기자가 꼽은 올 시즌 최고의 경기는 대통령배 8강 경남고 전이다. 혹시 기억나시는가. 
A) 당연히 기억난다. 당시 16강전에서 포철고와 경기를 했었다. 포철고도 약한 팀이 아니기 때문에 김이환을 선발로 해서 최대한 끌고 가고 이기면 경남고전은 그때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초반에 5점을 뽑았다. 잘하면 콜드게임도 나올 수 있겠다 싶어서 김이환을 4회에  뺐는데 질 뻔 했다(웃음). 그리고 김이환에게 경남고전을 맡겼는데 결과가 좋았다. 그 경기가 최고인 이유는 또 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통령배에서 준결승전에서 경남고에게 졌었던 기억이 있다. 그 아쉬움을 똑같은 대통령배에서 갚아줬다는 것, 학교차원에서 5년 만에 전국대회 4강을 들었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대통령배 4강을 만들어낸 영웅 김이환
대통령배 4강을 만들어낸 영웅 김이환

 

Q) 최악의 경기는 역시 청룡기 8강 동성고전의 대역전패다. 그 게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궁금하다. 
A) 솔직히 질 게임은 아닌데 졌다.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아이들에게 학교에 와서 “너희들의 그릇은 큰데 감독인 내가 너희들의 큰 그릇을 담아내기에 작은 것 같다. 내 그릇이 작은 것이지 너희들이 작은 것이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대통령배 때 잘하자.”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2. 명문 신일, 정재권 감독과 함께  2018년 부활의 전기를 맞이하다

전통의 명문 신일은 자사고로 전환된 후 침체일로를 겪기 시작한다. 마지막 우승이 10년 전인 2009년. 마지막으로 4강에 든 것이 2012년이었다. 그러나 올해 신일은 무려 2번의 전국대회 4강에 진입했고 8강 1번, 16강 1번을 했다. 믿기지 않는 성과다. 

 

훈련중 선수들을 지켜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정재권 감독 

 

Q) 문득 정 감독님 현역 시절 신일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그게 왜 궁금하신가(웃음). 솔직하게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팀 성적이 아예 없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조성민 선배, 설종진 선배 등이 잘 해서 대통령배 준우승, 청룡기 4강, 화랑기 4강, 봉황기 우승, 황금사자기 우승을 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1992년)는 대통령배 4강, 대붕기 우승을 했었다. 
 
Q) 신일고는 동문회지원이 어마어마한 학교로 알고 있다. 야구부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총동문회에서 매년 2700 ~ 3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야구부 동문회인 백구회에서도 해외전지훈련을 간다는 명분하에 찬조를 받아서 지원금이 나올 것이고 학교 내에서도 모든 유니폼, 스파이크, 방망이, 피칭머신 등을 남부럽지 않게 지원해주고 있다. 

Q) 이 정도 지원이라면 신일에 선수들이 엄청나게 몰리지 않는 것이 좀 이상하다. 
A) 우리는 자율형사립고다보니까 등록금이 한명당 1년에 600만원이다. 학교입장에서는 야구부를 운영하면 30명이라가정하면 1억 8천만 원의 손해를 보고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의배정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3. 2019년 신일은 결코 약해지지 않는다. 더 풍성해졌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기둥뿌리였던 김도환‧김이환‧문보경이 졸업한다. 그러나 정재권 감독은 약해지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재권의 신일은 특정 선수에 기대는 팀이 아니다. 모두가 나가서 모두가 싸우는 야구....  그것이 올 한해 신일고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정재권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Q). 김도환, 김이환, 문보경을 대체할 만한 선수들이 있을까. 
A) 올해와 내년의 멤버구성을 비교했을 때 도환이가 맡았던 포수는 한지용(185/85, 우좌, 2학년)이 맡아줘야 한다. 이환이가 빠진 투수 자리는 이건(175/76, 우우, 2학년)이 맡아줘야 하고, 보경이가 빠진 3루수 자리는 김응주(175/75, 우우, 2학년)가 맡아줘야 한다. 올 시즌에는 못나갔던 김성균(185/93, 좌좌, 2학년)과 지명성이 투수로 복귀를 한다. Q) 내년 투수진은 어떻게 구상하시는지 궁금하다. 
A) 일단 주축은 이건이 되어야할 것 같고 박준환(177/82, 좌좌, 2학년)과 정승환(181/84, 우우, 2학년)이 옆에서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추가되는 선수가 김성균이다. 왼손으로서 얼마만큼의 실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용준은 올해 많은 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급하지 않은 이상 투입을 자제할 생각이다. 용준이는 3학년 때를 위해 쉴 시간을 줘야한다.

 

김재두 등 1학년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김재두 등 1학년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Q) 내년 시즌 중추가 될 김성균에 대해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할 것 같다. 
A) 김성균은 중학 시절 박재민도 무서워할 만한 타자였다. 체격조건도 좋고 잠재력이 무한한 선수라서 스카우트님들이 유심히 보고 있다고 알고 있다. MCL수술로 인한 1년이라는 공백 기간을 어떻게 커버하느냐가 변수가 될 것 같다. 개막전에는 1루수로 출전시킬 계획이다. 투구는 수술한지 1년밖에 안되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Q) 올해에 비해 내년 전력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A) 올해 같은 경우는 모든 선수가 다 나갈 수밖에 없었다. 30명 중 환자들 빼고 투수들 빼면 남는 선수가 없었기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은 34명이 시즌 스타트를 하기 때문에 백업자원들이 풍부해졌다. 상황마다 대타라던가 대수비라던가 투수교체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4. 정재권 감독의 다짐  “선수가 없는 와중에 잘했다? 이제 그런 핑계는 대기 싫다” 

정재권 감독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올해는 선수가 없어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제 그런 평가는 사양하겠다고 단호히 말한다. 내년시즌 야구부에서 4명의 총원이 늘어나고 야구부의 모든 책임을 이어받는다. 정재권 감독은 말한다. 더 이상 선수 숫자로 핑계 댈 생각이 없다고 … 학교의 통 큰 지원에 보답하는 것이 기해년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이다. 

 

"선수가 없다? 이제는 그런 핑계를 대기 싫다" 

 

Q) 정재권의 야구의 색채가 궁금하다. 정재권의 야구를 정의해주실 수 있으실까.   
A) 야구는 어느 한 포지션이 잘한다고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팀은 기본기를 고루 갖춘 팀이다. 기본기가 잘 되어있는 팀은 일관된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일관적이라는 것은 지더라도 우리 팀이 준비했던 부분을 발휘할 수 있고 이기더라도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일관성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Q) 최근 고교야구의 폭력사태로 매우 시끄럽다. 감독님께서도 신경이 많이 쓰이실 것 같다.  
A) 아이들도 사회적인 흐름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폭력사태가 일어나면 야구를 할 수 없다. 그걸로 끝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데 ‘나는 운동부니까’ 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규율을 정해놓고 강하게 질책하고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것도 그런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Q) 고교 감독 2년차다. 올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A) 팀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신일은 오고 싶어 하는 학교의 세 손가락에 든다고 하더라. 그 이유는 인원수가 적으니까 3학년이 되면 무조건 시합에 나갈 수 있어서라고 들었다. 나는 그런 학교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학교는 경쟁력이 없다. 얼마 전 신입생 부모님들을 모셔놓고 3학년이 되면 무조건 경기에 나간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다. 

 

"2019시즌의 목표는 팀의 안정화, 그리고 맡은 책임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
"2019시즌의 목표는 맡은 책임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

 

Q) 마지막 질문이다. 2019 시즌의 목표를 말해 달라. 
A) 올 초부터 선수가 없으니까 주변에서 너희들은 굉장히 잘 했다고 말씀해주시더라. 감사한 이야기지만 나는 핑계밖에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30명이라도 아이들이 기량을 올리게끔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량이다. 무엇보다 이제 그런 핑계를 댈 수 없는 것은 학교의 통 큰 지원 때문이다. 신병철 교장선생님이 결단력 있게 결정해주셔서 11명의 신입생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야구부에 대한 모든 책임을 나에게 맡겨주셨다. 나는 감독으로서 이러한 믿음에 보답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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