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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고 유정민 감독의 고백 “아이들의 눈빛이 나의 가슴에 맺힌다”
[인터뷰] 서울고 유정민 감독의 고백 “아이들의 눈빛이 나의 가슴에 맺힌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1.0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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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2015년 1월 부임한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감독 부임 후 3년 만에 서울고를 청룡기,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끌었고 강백호라는 대형신인을 키워낸 지도자다. 성적 뿐 아니다. 유정민 감독은 인품이 훌륭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신일고 정재권 감독이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감독님”이라고 말할 정도로 동료‧후배 감독들에게 신망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만나본 유정민 감독은 승부사라고 하기에는 정말 온순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니고 있는 감독이었다. 


1. “게임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의 눈빛이 내 가슴에 다가와 맺힌다” 

<고교야구 감독은 절대 칭찬받을 수 없는 자리다. 성적이 나면 나는 대로 못하면 못 하는 대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성적을 내는 것만 해도 힘든데 성적과 진학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유정민 감독은 말한다. 늘 게임에 나가지 못한 아이들의 눈빛이 가슴에 다가와 맺힌다고... 그 눈빛을 외면해야할 때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이다. >     

 

서울고 감독실에서 직접 만난 유정민 감독 

 


Q)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다. 목동에서 자주 뵈었지만 인터뷰어로는 처음 뵙는 것 같다. 요즘 근황이 어떻게 되시는가. 
A) 협회장기가 끝나고 아이들 대학문제 때문에 신경을 썼다. 그 다음에 추계리그 준비를 했고  지금은 아이들 기본기 훈련을 시키고 있다. 

Q) 2019시즌 서울고의 총원은 몇 명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A) 올해는 새로 창단한 학교들이 있어서 전학을 좀 많이 갔다. 경기상고로 8명이 전학을 갔고, 우신고로 3명이 전학을 갔다. 지금까지 이런 예가 없었는데 선수들이 많이 나가기는 했다. 그래서 현재 1~2학년이 35명 정도 되고 신입생이 30명 정도 들어올 예정이다. 물론 신입생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여전히 인원이 많지만 올해보다는 적은 인원이다. 그리고 혹시 아시는가. 우리 팀의 코치인 최덕현 코치가 경기상고 감독으로, 조태수 코치가 우신고등학교 감독으로 갔다. 세 팀이나 새로 생겨서 인원이 그나마 분산될 수 있어서 참 좋다. 

Q) 전학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인데 에이스 박재민 선수가 전주고로 전학을 갔다. 
A) 사실 나도 전학을 간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는 3학년이 워낙 많다. 진학 문제로 저학년에게 기회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재민이는 좋은 선수라 다른 학교에 있었으면 기회를 많이 받았을 것이고 스카우터들‧언론에도 노출이 많이 되었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그런 기회가 너무 없던 것이 서운하셨던 것 같다. 재민이는 팔꿈치 수술을 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보호차원에서도 최대한 아껴 쓴다고 생각을 했었다. 추계리그 때도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 마음과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재민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고향 팀에 가서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추운날씨에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유정민 감독 

 

Q) 선수가 너무 많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좀 극단적인 가정으로 100명이 넘어간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A)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중학교의 인원은 많아지는데 고등학교는 인원이 한정되어있어 서울권의 고등학교를 못가면서 문제가 되었다.  교육청에서도 골머리를 앓다가 내놓은 해법이라고 알고 있다. 일부학교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다. 자사고 에서는 선수를 받아들일 수가 없고 대부분 명문 고등학교로 가고 싶어하다보니까 우리 학교로 많이 오는 편이다. 

Q) 한 학년에 30명이 넘는 선수들의 성적을 도대체 어떻게 균형있게 배합을 하시나. 
A) 그것이 가장 큰 딜레마다. 나에게 고등학교 감독으로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것이다. 잘하는 선수들 외 경기에 못나가는 나머지 선수들의 눈빛이 늘 내 가슴속에 다가와 맺힌다. 그러나 나는 팀의 수장으로서 모든 선수들을 전부다 배려해줄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그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2. “백호의 20홈런 미리 예측했다. 승환이‧우영이는 아직 시간 필요” 

<강백호는 유 감독의 애제자다. 그리고 올해는 송승환, 이교훈, 정우영이 서울팀들의 선택을 받았다. 유 감독은 애 제자들의 활약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유 감독의 애제자 강백호(이미지출처 : OSEN)
유 감독의 애제자 강백호(이미지출처 : OSEN)

 

Q) 분위기를 좀 바꿔보겠다. 최근 강백호 선수에게 연락이 자주 오나. 
A) 요즘에도 자주 만난다. 백호 신인왕 받을 때도 초청되어서 갔었고 학교에서도 놀러왔었다.  나는 백호가 개막전에서 첫 홈런을 쳤을 때부터 분명히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것이라고 봤다. 개막전에서 홈런을 치자 저한테 문의가 오고 인터뷰도 들어오고 했을 때 분명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진짜로 20개를 넘게 쳤다(웃음). 

Q) 강백호는 투수로서도 엄청난 공을 던지는 선수다. 아쉽지 않나. 최근 투타겸업에 대한 부분이 화제가 되고 있다. 
A) 투수로서도 그만한 재능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서 아깝다. 강백호는 우투좌타다. 만약 백호가 오른쪽으로 타격을 하고 오른쪽으로 투구를 하면 데미지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백호는 오른쪽으로 던지고 왼쪽으로 치기 때문에 서로 크로스 되는 밸런스이다. 피로도가 훨씬 덜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프로야구에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가 한명 정도는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데 구단에서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다. 백호도 나한테 한번 이야기를 하더라. 이강철 감독님이 포지션에 대해 슬쩍 이야기를 꺼내시길래 “투수가 제일 자신 있는 포지션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 

 

 

두산베어스에 입단한 송승환

 

 

LG트윈스에 입단한 정우영

 

 

Q) 그렇다면 이번에는 본 기자가 선수 쳐서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다. 이번에 각각 두산과 LG로 간 송승환, 정우영, 이교훈 선수의 프로에서의 활약상을 어떻게 예측하시는가.
A)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바로 1군에 나오기는 좀 힘들다. 백호와는 좀 다르다. 트레이닝을 좀 더 받아야 할 선수들이다. 이 세 명은 트레이닝을 좀 받고 나오면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다. 

Q) 최현일 선수가 미국에 진출했다. 혹시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A) 해외진출은 말 그대로 개인적인 부분이다.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한다. 다만 나는 더 큰 무대에 나가서 도전을 해보는 것도 충분히 박수 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하던, 성공을 하던 자신의 무대에 나가서 경험하는 것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현일이가 잘되면 나중에 기부 좀 하지 않을까(웃음). 


3.  “올 시즌 성적 부진은 모두가 나의 자만심 때문”  

<투수들은 무조건 아낀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던지면서 자신의 감각을 유지하고 또 성장해나간다. 아직 한창 클 시기인 고교야구 선수들은 더더욱 그렇다. 유 감독은 이런 부분을 간과한  본인의 자만심이 성적부진의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호정의 타격을 지도하고 있는 유정민 감독 

 

 

Q) 감독님께 아픈 질문을 한 가지 드리겠다. 올 시즌 성적이 너무 좋지 않다. 1년 만에 이렇게 서울고의 성적이 급락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A)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우리 팀 교훈이, 우영이, 현일이는 고교 급에서는 최상위급 투수들이었다. 이 세 명이 있으면 전국대회에서는 무조건 성적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말리그부터 이 세선수의 기용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애들(대학갈 수 있는 선수들)을 많이 쓰며 그 선수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 명이 경험을 좀 더 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간과했다. 치고 나가야할 시기에 무너지더라. 그래서 그때 좀 많이 당황스러웠고 애들도 많이 당황했다.

세 명이 모두 안 좋더라. 그러다보니 팀 성적이 안 좋아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가 되어버렸다. 예년에는 큰 점수 차가 많아도 강백호를 마무리로 올려서 경기경험과 감각을 쌓아주게 하고 했었다. 그 부분을 간과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패착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즌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이교훈

 

Q) 그래도 협회장기 우승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A) 분명 의미가 있었다. 아이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것에 대해서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Q) 투구 수 제한이 영향이 좀 있었던 것일까? 
A) 투수들이 많으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다만 그런 것은 있더라. 게임을 하다보면 항상 투구 수에 마음이 가 있다. 사실 고교야구에 다음게임이라는 것은 없다. 원래는 이 게임에 몰입하고 다음게임은 다음에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루틴이었는데 지금은 항상 투구수와 다음 경기를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4. “내년시즌 전력의 핵심은 강민‧공민혁‧신일호‧정재원 … 2학년들 적극 투입할 것”  

< 내년시즌 서울고는 많은 선수들이 전학을 가면서 그나마 선수단의 유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여기에 ‘실패’라는 예방주사도 맞았다. 유정민 감독은 말한다. 절대 올해와 같이는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 감독의 각오가 왠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

 

 

선수들의 타격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유정민 감독

 

 

Q) 내년시즌 전력에 대해서 몇 가지 여쭤보겠다. 투수진의 구상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  
A) 일단 3학년 중에 강민과 공민혁이 있다. 이들이 앞 선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강민은 올해 좋을 때는 144~5까지 스피드가 나왔었다. 그리고 2학년에서 올라오는 투수들도 있다. 최우인‧조건희‧박건우다. 재민이가 전학을 가면서 왼손인 건희‧건우는 써야하는 선수들이 되었다. 우인이도 좋은 선수다. 그런데 아직 몸이 성장하지 않았다. 굉장히 좋아질 수 있는 선수 중에 하나다. 

Q) 야수진도 어떻게 구상하고 계시는지 대략의 청사진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A) 야수 진은 캠프가 끝나봐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 일단 포수는 신일호와 윤건이 있다. 이 선수들 중 잘하는 선수가 마스크를 쓰게 될 것이다.  3루수는 전지우가, 유격수는 송호정이 현재로서는 앞서있는 선수들이다. 전진우는 수비보다는 공격형이다. 파워히터의 선수로서 중심타선 후보감이다. 송승환만큼만 해주면 원이 없겠다. 송호정은 1학년이지만 유격수로서 키가 큰데 순발력도 좋은 선수다. 외야는 심규빈, 정재원 등이 현재까지는 유력하다. 중심타선은 일호가 힘이 좋아서 4번 자리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고 재원이도 중심타선 후보다.  

Q) 올해보다 전력이 약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 전반적으로 올해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들이 위 학년 애들보다는 조금 힘이 부족한 ㅗ느낌이다. 작년에는 1차지명 후보들이 윤곽이 나왔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1차지명 후보자의 윤곽이 거의 드러난 것이 없다. 하지만 이는 우리 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서울권이 전체적으로 좀 약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Q)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2019년의 목표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아이들은 예년에 비해서 올해가 좀 약한 축에 속하는 편이다.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끌어올리는 재미도 있는 것이다. 항상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다른 학교 선수들보다 절대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든다. 동계를 충실히 보내면 충분히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올해 느낀 것이지만 3학년들한테만 기회를 준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이 아니더라. 초반에 성적이 좋아야 아이들의 진학률도 올라간다. 서울고의 2019년은 절대 작년과 같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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