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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시’ 울산에 꽃피는 야구열정 - 유일한 중학야구팀 '울산제일중' 을 가다
‘축구도시’ 울산에 꽃피는 야구열정 - 유일한 중학야구팀 '울산제일중' 을 가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1.24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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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10명 받으며 23명으로 시즌 준비 스타트 … 울산 명예 걸고 전국대회 1승 기대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울산은 축구 도시다.
명문 울산 현대 축구단이 있고 고교축구도 작년 4관왕에 빛나는 울산현대고가 있다. 이러한 축구 도시의 이미지 때문일까. 야구는 울산에서 그다지 사랑받지 못한다. 울산광역시에서 초중고는 도합 3개뿐 이다. 이는 야구부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로 만약 한 팀 이라도 없어지면 울산 야구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울산에서 야구의 명맥을 잇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어떻게든 야구부를 살려보겠다고 이를 앙다물고 있는 이들은 울산광역시의 유일한 중학교야구팀 울산제일중 조수창 감독과 그 휘하 선수들이다. 


1.  조수창 신임 감독의 의지, 위기의 울산제일중을 깨우다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하는 13명의 울산제일중 선수들


울산제일중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수급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선수 숫자가 고작 13명밖에 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울산에는 팀도 많지 않은데 주변에 사정도 울산제일중을 도와주지 않았다. 대현초에서도 제일중으로의 진학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주변 리틀야구 팀들에서도 대부분의 인재들이 외부 유출되었다. 거기에 주변 팀들과의 관계도 그리 좋지 못했다. 설상가상 울산제일중 전임 감독인 정윤수 감독 또한 성적과 선수수급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사퇴했다. 진퇴양난이 따로없었다. 선수수급이 힘들어진 울산제일중 야구부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고자 전면에 나선 것이 조수창 신임 감독이다. 

울산제일중에서 6년간 코치생활을 한 조 감독은 감독으로 직함만 바뀌었을 뿐 월급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대신 하는 일은 10배 많아졌다. 그가 제일 먼저 시작 한 일은 주변 관계를 개선하고자 주변 리틀 야구 감독님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선수들을 보내달라고 읍소하러 다니는 것이었다. 자존심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대현 초등학교에 조의재 감독이 부임하면서 관계개선의 활로가 뚫렸다. 

 

울산제일중의 주장 이자 핵심 -  투수 겸 유격수 겸 리드오프 안진우 

 

조의재 감독은 대구고 출신이다. 조수창 감독은 대구고 손경호 감독의 경상중학교 시절 제자다. 손 감독의 적극적인 중재와 도움으로 대현초와 관계를 개선 할 수 있게 되었고 올해 무려 10명의 신입생을 받을 수 있었다. “은사님이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라고 조 감독이 손경호 감독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하는 이유다. 여기에 울산 남구 리틀에서 무려 4명의 신입생을 받는 등 선수수급에서 여러 가지 희망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선수 수급이 끝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 산적해 있다. 일단 지도자가 부족하다. 그래서 야탑고 선수들을 지도한 바 있는 김정훈 코치를 울산으로 불러올렸다. 주변에 연습경기 상대도 없다. 연습경기를 하러 외부로 나가기도 힘들다. 비용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전지훈련은 언감생심이다. 급한대로 근처에 있는 울산문수구장을 대관해 캠프를 차렸다. 프로구단 급의 훌륭한 야구장이 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지만 이 또한 사용료 문제가 만만치않다. 이러한 와중에 야구부 일이라면 최대한 이해해주는 정영석 교장의 야구 사랑은 신입 조 감독에게 마지막 버팀목 다름 아니었다. 


2. 울산 제일중의 핵심멤버는 김준완, 김윤형, 안진우, 배강민 

 

3학년 투수 겸 유격수 김준완

 

2학년 투수 겸 3루수 김윤형

 

3학년 포수 배강민


울산광역시에는 팀이 한 개밖에 없기에 전국대회는 무조건 자동 본선진출이다. 그러나 작년 울산제일중은 전국대회에서 전패 했다. 단 1승도 하지 못했다. 올해도 객관적인 전력만 보면 전패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하지만 조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나서 조그마한 가능성을 맛 봤다. 

기장국제야구대축제 6경기에서 2승을 거둔 것이다. 창원 신월중에게 9-7로 승리했고 부산 대천중에 5-2로 승리했다. 적어도 울산제일중이 전국대회에서 1승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은 본 셈이다.  

울산제일중의 핵심은 김준완, 안진우, 김윤형, 배강민이다.  에이스는 김준완(3학년)이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전 투수이자 주전 유격수이자 3번 타자다. 유일하게 120km/h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고 있는 3학년 선수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총 3가지 구종을 던지는데 자신의 몸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안다.공을 던지는 밸런스도 아주 좋다. 문제는 작은 체격이다. 중학교 3학년 치고도 너무 작아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가 그의 장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지난 기장리그 성적은 타석에서 21타수 7안타 도루 5개, 타점 5개, 타율 0.438, 투수로서는 10.2이닝 15피안타 7삼진 방어율 7.88을 기록했다.   

 

 

안진우(3학년)는 팀의 두 번째 투수다.  바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수다. 기장리그에서 11.2이닝 16피안타 8탈삼진 12실점 방어율 6.00을 기록했고 타자로서는 22타수 7안타 0.318 도루 8개를 기록했다. 팀에서 가장 빠른 발을 지니고 있는 리드오프다. 

안진우와 김준완이 팀의 현재라면 팀의 미래이자 실질적인 에이스는 김윤형(2학년)이다. 키가 167cm 정도 되는 우완정통파 투수로 선배들을 능가할 수 있는 훌륭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 지난 기장국제야구대축제는 김윤형의 재발견 다름 아니었다. 무려 15.2이닝을 던져 2승 2패 방어율이 3.13을 기록했다. 이닝, 방어율 모두 팀 내에서 최고의 기록이었다. 내년 시즌 에이스는 무조건 확정이다.

 

 

아직은 몸이 많이 말랐고 힘이 너무 없다. 따라서 공이 뻗는 맛은 부족하지만 공을 던지는 밸런스는 나쁘지 않다. 공을 예쁘게 던진다. 창원 신월중에게 승리할 때, 그리고 부산 대천중에게 승리할 때 승리의 주역이 바로 김윤형이다. 특히 부산 대천중과의 경기에서는 4이닝동안 1실점에 삼진2개를 솎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타자 쪽에서의 핵심은 단연 배강민이다. 팀의 4번 타자이자 확고한 주전포수다. 어깨는 아주 강견은 아니지만 괜찮다. 야구를 일찍 시작해서 기본기가 괜찮은 편이다. 지난 기장리그에서 14타수 6안타 0.429 2루타 2개 4타점을 기록했다. 키가 173cm정도로 그나마 울산제일중에서는 가장 탄탄한 피지컬을 자랑한다. 장타력도 팀 내에서는 가장 좋다. 이 선수 또한 타 지역 명문고에서 오퍼가 들어올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  
 

3. “괴물 같은 선수는 없다. 하지만 열정이 있는 선수들은 많다” 

 

 

울산제일중 야구부 선수단

 


최근 아마야구를 취재하다보면 중학생임에도 괴물 같은 선수들이 눈에 띈다. 187cm의 피지컬을 지니고 있는 자양중 2학년 김서현이라던가, 목동야구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휘문중 조민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울산제일중에는 냉정히 그런 괴물 같은 선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신장도 너무 작다. 그러나 비록 신장이 큰 선수는 없지만 열정이 있는 선수는 많다. 그저 야구가 좋아서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울산제일중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때론 기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가깝게는 작년 NC다이노스에 지명된 김범준이 울산제일중 출신이다. 2017년 전체 31번으로 kt위즈에 지명된 박시윤(박재영에서 개명) 또한 울산제일중 출신이다. 20명도 안 되는 울산제일중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최근 2년간 2명이나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울산제일중에서도 프로 선수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예쁘게 야구하는 선수들은 꽤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들은 신장만 크면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올해 LG트윈스에 1차지명 된 이정용이나 대구중 시절 꼬맹이였다가 이제는 삼성라이온즈의 기둥이 된 최충연 등 이런 사례들은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의 가장 격렬한 성장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당장 다소 부족하다고해서 울산 문수구장에 흩뿌려지고 있는 그들의 굵은 땀방울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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