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좌완열전] '전북 최초 노히트노런' - 전주고가 품은 특급좌완 박재민
[2019 좌완열전] '전북 최초 노히트노런' - 전주고가 품은 특급좌완 박재민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2.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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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시절 도내 최초의 노히트노런 천재 소년 … 명문 서울고 진학 후 전주고로 전학 독특한 이력

대전고가 스카우터 들의 출발점이라면 홍민기를 보고 난 다음 일정은 대부분 익산으로 잡기 마련이다. 대전과 가깝기도 하고 전주고가 원광대에서 훈련하고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전주고에는 홍민기의 라이벌 박재민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도 홍민기를 만난 다음날 익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전고에서 만난 키움 스카우트터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SK와이번스 조영민 팀장 및 휘하 스카우터 들도 만날 수 있었다.  

박재민은 고교시절 단 한 경기 밖에 등판하지 않았던 투수다. 협회장기 마산용마고전에서 딱 1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설렜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투수 길래 단 1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는데도 1차지명 후보자로 거론되었던 것일까. 스카우터들 앞에서 펼쳐진 박재민의 70여개의 전력투구에 어느 정도는 그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었다. 

 


1. 초등시절 전북 최초의 노히트노런 … 중학시절 서울권역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하다 

 

 

서울권 중학 최고의 투수 박재민의 모습 

 


박재민(185/85, 좌좌, 3학년)은 초등시절 고향(군산)에서는 소위 천재로 소문났었던 선수다. 전북 도내에서 초등학교 최초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박재민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3년 5월 8일 진북초등학교와의 경기에서 달성한 기록이다. 투구수 89개, 삼진 9개를 잡아내며 최고 115km/h를 기록한바 있다. 현재까지 박재민이 꼽는 최고의 인생 경기도 바로 이 경기다.  

당시 박재민은 매우 작았다. 그가 밝힌 초등학교를 졸업 당시 키가 162정도. 너무 작은 키 덕분에 군산중과 군산남중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워낙 공을 예쁘게 던지는 모습에 반해 군산으로 전지훈련을 왔던 청원중 김복수 감독의 눈에 띄어 서울로 진학하게 된다. 그의 키가 10cm가 넘게 큰 것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이었다.

박재민은 청원중 2학년 때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일약 에이스급 투수로 발돋움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선발등판을 해서  4이닝 퍼펙트를 기록할 정도로 낭중지추였다. 

청원중 당시 박재민을 지도했던 투수코치가 현 신일고 정재권 감독이다. 정 감독의 지도아래 일취월장한 박재민은 서울권역 중학교 졸업생 중 최대어로 꼽히며 서울고로 진학하게 된다. 참고로 박재민은 신일고 정 감독을 평생의 은사라고 생각하며 따르고 있다(박재민이 신일고로 전학 가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던 것도 그만큼 정 감독과 각별했기 때문이다).

 


2. 서울고 에이스 후보 박재민, 고향으로의 전학을 선택하다 

 

 

서울고 시절 박재민(박재민 제공)

 

전주고로 전학 온 박재민 

 


서울고는 임의배정으로 인해 총원이 70명이 훌쩍 넘어가는 학교다. 최현일‧이교훈 같은 선수 들 조차 저 학년 때 등판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다. 2017년 MCL 수술 및 재활을 마친 이후에도 박재민은 전혀 등판의 기회가 없었다. 유정민 감독은 “중학교 때 많이 던졌기 때문에 3학년 때만 잘 던지면 된다”라고 그를 달래주었지만 늘 에이스로 야구를 해온 박재민은 등판이 없는 것 자체를 많이 힘들어했다. 

여기에 박재민은 야구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군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온 케이스다. “부모님이 저 때문에 뒷바라지 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좀 많이 힘들었습니다. 시합에 나가보고 싶기도 하고, 제 또래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보면서 명문보다는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한다. 친구들의 영향도 있다. 전학을 갈까 말까 하는 타이밍에 군산중앙초 동기들이 “웬만하면 같이 운동하자~ 부모님 고생 그만 시켜드려야지. 이게 뭐냐. 니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라고 꼬셨다고 눈을 흘기며 말한다. 

서울고는 서울에서도 최고의 명문 학교다. 거기다 전학을 하게 되면 1차지명 가능성도 사라진다. “솔직히 처음 왔을 때는 후회도 좀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제가 1차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중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애들은 정말 순수합니다. 간절하게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라며 지금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강)민이가 보고 싶네요. 후배 (조)건희나 (박)건우도 제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닌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라는 옛 동료들에 대한 안부도 잊지 않았다. 

 

 
3. 차원이 다른 팔스윙 - 좋은 유연성과 공 끝을 지니고 있는 박재민

 

 

 


아직 그의 실전 공식 경기를 보지 못해서 그가 어느 정도의 실전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키움, SK 스카우트 팀을 앞에 두고 펼친 70여개의 불펜피칭에서 그가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은 갖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다. 

박재민은 엄청나게 빠른 팔 스윙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현재 공의 구위, 즉 스피드와 날카로움은 좌완투수 중 박재민을 따라갈 선수가 거의 없다.  톱클래스라고 봐도 된다. A구단 스카우터는 “몸 푸는 거 3개만 봐도 알겠더라. 다마가 정말 좋다.” 라고 할 만큼 공 끝은 좋다. 팔 스윙은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부분이다. 아무나 이런 팔 스윙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형적으로 빠른 팔 스윙 및 손목을 이용한 스냅으로 '채찍같이 팔을 휘두르며' 공을 던지는 스타일의 투수다.

그러다보니 공이 뻗는 느낌이 아주 좋다. 연습투구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공이 마구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들 정도다. 그만큼 릴리스 순간에 힘을 공에 싣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이를 현장에서는 공을 잘 때린다고 표현한다. 

 

 

 


힘을 모으는 동작도 좋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공을 쉽게 던진다. 공을 쉽게 던지는 투수들은 쓸데없는 곳에 힘을 쓰지 않는다. 투구도 자동차 기어를 넣는 것과 같이 하나~ 둘~셋 하는 과정 속에서 셋 하는 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쓰는 것이다. 박재민은 기어를 올리는 처음 시작과 두 번째 동작이 굉장히 부드럽다. 그냥 편하게 던지는데 공이 쭉 뻗는다. 이런 투수들은 긴 이닝을 끌고 가도 충분히 스테미너를 유지할 수 있다. 처음부터 힘을 주면 보는 사람들도 힘들고 무언가 불편해 보인다. 힘의 분배도 힘들다. 박재민은 그런 점에서 매우 뛰어나다. 박재민이 중학교 시절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해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몸의 유연성도 좋다. 그리고 이런 유연성은 박재민이 최고급 좌완투수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재민이 좋은 공을 던지는 비결은 몸의 회전력이다. 박재민은 아예 처음에 다리를 들 때부터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몸을 꼬기 시작한다. 허리의 회전력을 발휘하는 부분은 하체가 땅바닥에 거의 닿는 부분부터다. 그 지점부터 골반 회전이 시작된다. 그런데 박재민은 이미 출발할 때부터 몸의 회전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살짝 몸을 더 꼰다. 몸을 더 많이 이용하고 힘을 더 모으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골반이 유연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투구법이다. “모든 힘은 골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돌리면 돌릴수록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더라고요.”라고 그가 말하는 이유다.   

 

 

 

 

박재민도 직구가 주무기인 투수다. 변화구는 직구에 비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편도 아니다. 그가 가장 자신 있는 변화구는 투심이다. 빠른 팔 스윙을 구사하는 박재민이기에 슬라이더나 투심 등의 빠른 계열 변화구가 날아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대부분 빠른 계열이라 커브 등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느린 구종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제구도 아직은 좀 더 가다듬을 필요성이 있다.   

빠른 팔 스윙, 좋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회전력, 그리고 임팩트 순간에 공을 때리면서 공에 힘을 가하는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박재민의 공은 마치 ‘권총’처럼 느껴진다. 어느 순간에 '빵' 하는 강한 반동과 함께 탄환이 튀어나오는 권총 말이다.  

 


4. 몸의 회전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박재민의 투구 폼은 양날의 검

 

 

박재민의 힘을 모으는 제자리 키킹동작

 


이날 박재민의 투구는 SK‧키움 스카우트 팀이 집결해서 지켜보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상체가 일찍 숙여지는 버릇이 자꾸 나온다는 것이다.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드문 드문 계속 그런 버릇이 나타나서 계속 신용운 투수 코치의 지적을 받았다. "거의 잡았는데 오늘은 환경이 바뀌다 보니까 안좋은 습관들이 나오네요"라고 머리를 긁적이는 이유다. 상체가 일찍 숙여지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공을 자신의 파워포지션에서 제대로 때릴 수가 없다. 뒤에서 때리던가 어깨로만 공을 던지게 된다. 또한 몸이 벌어지기 때문에 릴리스포트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땅으로 박히든가 위로 뜨든가 하는 식의 제구불안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공을 강하게 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나쁜 습관이다. 

또 하나 위에서 이야기한 박재민의 힘을 모으는 꼬임동작은 박재민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투수들은 앞으로 끌고 나와서 이완을 시켜서 때려야 한다. 발을 내 딛는 순간에 회전력을 가해야 하는데 박재민은 제자리에서부터 흡사 수건을 쥐어짜는 듯 한 회전력을 가미한다. 그런데 이런 투구폼 때문에 제구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상체가 지나치게 일찍 숙여지는 단점도 지적

 

물론 프로에서도 박재민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몸을 꼬면서도 제구를 잘하는 투수들은 많다. 이런 폼은 박재민의 특징이자 습관에 가깝기에 수정은 쉽지 않다고 보고 결국 이런 폼으로 박재민이 얼마나 자신 본연의 릴리스 포인트를 잡아서 제구를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로는 단순히 가운데를 던지거나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고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절묘한 좌우 코너워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박재민은 그런 부분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이 현장 평가다.   

또한 박재민은 타점이 좋은 편은 아니다. 박재민은 중학교 때 지금보다 훨씬 타점이 높았다. 그러나 MCL 수술 이후 팔을 다소 내렸다. “팔을 내렸다기 보다 몸통을 세웠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몸이 똑바로 서니 릴리스포인트가 더 일정해진 것 같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팔이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몸이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박재민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좀 더 자신이 공을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 스윙은 편해 보이는데 타점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5. 전주고가 10년 만에 품은 슈퍼에이스 박재민, 2차 1라운드 가능할까

 

 

"전주고 백주년... 모두 함께 꼭 전국대회 4강 진출하겠습니다" 

 


주창훈 전주고 감독에 따르면 지난 11월 광주일고와의 연습경기에서 성영재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재민이 141km/h의 구속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성 감독이 박재민은 다르다며 매우 부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추운 겨울날 141km/h라면 내년시즌은 충분히 145km/h 이상의 직구를 기대할 수 있다. 주창훈 감독 또한 무조건 “145km/h 이상 뿌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단언할 정도다(박재민 본인이 말하는 비공식 최고구속도 145km/h다). 

박재민은 전주고의 전가의 보도다. 주창훈 감독은 박재민을 클로저로 활용할 생각이다. 위기 상황에서 올라가서 45개 이내로 투구를 하고 외야로 빠져서 타격까지 소화하게 된다. 그는 “전주고가 개교 100주년입니다. 저만의 힘이 아닌 다 같이 해서 전국대회 4강은 꼭 한번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올 시즌 각오를 대신한다. 가장 만나고 싶은 타자는 신일고 김성균과 장충고 박주홍. 특히 김성균에 대해서는 가장 자신 있는 직구로 상대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시즌을 후회없이 던져보겠습니다"

 

박재민 정도 되면 프로지명은 확실하다. 왼손이 투수 자체도 희귀한데 140km/h 이상을 뿌리며 공 끝도 좋은 좌완이라면 지명을 받지 못할 일은 없다고 봐야한다. 문제는 어느 순번에서 지명이 될 것인지 여부다. 주창훈 감독의 목표는 확실했다. 2차 전체 1번과 청소년대표를 바란다. 그것을 당당히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만큼 에이스에게 자신이 있다. 만약 박재민이 2차 1라운드를 받게 된다면 2009년 박현준 이후 10년만이고 2차 전체 1번은 전주고 개교 이래 처음으로 안게 되는 영광이다. 

박재민은 “이번 시즌이 저의 고교 처음이자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려고 합니다.”라고 올 시즌 각오를 밝힌다.

전주고가 10년 만에 품은 슈퍼에이스 박재민은 올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창대하고 싶다며 원광대 야구장에서 강속구를 꽂아대는 박재민의 모습에 강한 예기가 서려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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