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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왕관을 지켜내기 위한' 광주일고 정해영의 혹독했던 겨울
[인터뷰] '왕관을 지켜내기 위한' 광주일고 정해영의 혹독했던 겨울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3.14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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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이 깔린 3월 7일 저녁 9시경.

명문고열전 공식 지정호텔인 부산 해운대 R호텔을 찾았다. 정해영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작년 전국체전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라 더욱 설레는 마음을 갖고 발걸음을 옮겼다. 1차지명까지 3개월.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정해영에게는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강한 피치를 올려야할 시기다. 

역시 주목받는 선수답게 많은 부담이 뒤따른다. 홍민기, 신지후, 강민 등이 등판할 때마다 다수의 스카우터들이 방문하고 수많은 카메라와 스피드건이 돌아간다. 정해영 또한 다르지 않다. 광주일고는 작년 2관왕이다. 특히 정해영은 유명 야구인 아버지를 둔 탓에 더욱 그렇다. 야구인 아버지를 둔 아들은 아버지의 명성이 주는 무게마저도 숙명처럼 짊어지고 가야만 한다. 그 덕에 더 빨리 주목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더 빨리 주목받은 만큼 짊어져야할 왕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1.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 보낸 혹독한 겨울' ... 겨우내 10kg 감량 이 앙다문 정해영
 
< 오랜만에 만난 정해영은 홀쭉해져 있었다. 행여나 마음고생 때문에 살이 빠진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으나 그것은 아니라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느끼고 있었다. 자신을 직시하는 수많은 눈길을. 자신을 평가하고 지적하는 입과 눈과 펜의 날카로움을 말이다. 이미 수많은 인터뷰를 해봤을 터인 정해영이 이날 따라 더욱 긴장되어 보이는 것은 왜였을까. 편하게 숙소 침대에 걸터앉아 진행하는 인터뷰 임에도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과 조심스러움이 스며있어 기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   

 

부산명문고열전 광주일고의 숙소에서 만난 정해영

 


Q) 오랜만이다. 그런데 얼굴이 반쪽이 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A) 아~ 제가 올겨울 몸이 많이 무거워서 살을 좀 많이 뺐습니다. 몸도 좀 더 가벼워지고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Q) 키가 2cm 더 컸으면 현재 190cm 아닌가. 
A) 190cm까지는 안되고 189cm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12월에 운동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현재 제 몸은 189cm/88kg정도 됩니다. 체중감량 때문에 힘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너무 마른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홀쭉이가 된 정해영
너무 마른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홀쭉이가 된 정해영

 

 

Q) 전국체전 이후의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다. 전국체전 이후 어떤 시간을 보냈나. 
A) 일단 제구를 좀 더 가다듬고, 공을 좀 더 낮게 던지려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슬라이더외에 제 2의 변화구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제 2의 변화구로 올해 쓰게될 구종은 포크볼입니다. 제가 생각할때는 많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슬라이더와 함께 포크볼을 함께 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이런 것을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다. 작년 전국체전 당시 아버님이 기아타이거즈를 나오셔서 기자도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 혹시 최근 아버님의 근황을 물어봐도 되나. 
A) 아~ 괜찮습니다. 현재는 2군 전력분석원으로 올해 1월부터 다시 활동하고 계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아버님이 제가 좋아하는 기아타이거즈에 다시 가게되어서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2.  차분하게 구위를 올리고 있는 정해영, 그가 말하는 본인의 투구폼 분석  

< 정해영의 가장 큰 장점은 제구, 슬라이더, 경기운영능력이다. 이 세 가지는 2학년이면서도 정해영을 특급투수로 발돋움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다. 이제 정해영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조금 더 볼을 때릴 수 있는 것... 조금 더 직설적으로 ‘구속’을 늘리는 것 뿐이다. 정해영은 그 과정을 한걸음, 한걸음 밟아나가고 있다. 투구폼의 수정과 체중 감량 등은 모두 그를 위한 과정 중 하나다.  >  

 

 

2019 정해영의 투구폼

 

 

정교한 제구를 자랑하는 정해영 

 

 

지난해보다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부분은 훨씬 나아졌다

 

 


Q) 지난 인터뷰에서 이번 겨울에는 몸이 앞으로 쏠리는 부분을 수정하고 싶다고 했다. 성과가 좀 있었는가. 
A) 작년에 비하면 좀 나아지기는 했는데 아직은 좀 쏠리는 경향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Q) 정해영의 직구는 투심같이 떨어진다. 남들과 똑같은 포심을 던지는데도 그렇게 떨어지는 것인가. 
A) 진짜로 그렇더라고요. 저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똑같이 잡고 던지는데도 약간씩 그렇게 떨어집니다.  

 

 

 

 

 

Q) 정해영 선수는 피지컬, 운영능력, 제구 등 워낙 가진 것이 많은 선수라 구속만 좀 더 올라오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다. 구위 및 구속을 늘리는 작업은 잘 이뤄지고 있나.
A) 구위는 좀 더 나아진 것 같습니다. 다만 미야자키에서는 게임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스피드를 잴 기회도 거의 없었고요. 최근 연습경기에서는 코치님이 가볍게 던지라고 하실 때 제외하고는 142~3km/h 정도는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구속이나 구위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A) 아버지가 말씀해주셨는데 단거리를 많이 뛰어서 순간스피드를 많이 키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체 중심이동도 많이 이야기해주시고요. 한희 투수 코치님은 제가 피칭을 하면 상체의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상체보다는 하체를 좀 더 많이 쓰라고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Q) 개인적으로 정해영의 제구는 초특급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도 큰 신장에 이렇게 제구가 좋기도 쉽지 않은데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그런가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저는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는 데 그것이 잘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공을 던질때는 항상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무엇보다 앞에서 던지려고 노력합니다. 오른팔이 왼쪽 무릎을 스친다는 느낌으로 앞에를 보고 던지면 훨씬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 일정한 포인트를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제구가 좋아지려면 포수를 응시 해야하고, 왼팔이 목표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어야 앞으로 똑같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다만 현장에서 정해영이 워낙 제구가 좋다보니 전력피칭을 하지 않고 슬슬 던지는데 너무 익숙해져있다는 이야기도 들은적 있다.  
A) 저도 물론 시합때 105개를 던지면 105개를 전부다 제 몸을 다 써서 던질수는 없으니까 강약조절을 좀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야자키에서는 피칭할 때 항상 매 피칭을 제 힘을 다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Q) 정해영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많은 분이 제 슬라이더가 좋다고 말씀해주십니다. 그런데 제 슬라이더가 잘 먹히는 비결은 직구와 슬라이더가 거의 똑같은 폼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의 투구 폼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투수들은 볼 끝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독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한다. 
A) 볼끝을 좋아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릴리스포인트가 앞에 있어야 타자들에게 거리가 짧아 보이거든요. 저 또한 어렸을때부터 많이 최대한 다리를 많이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또한 중심이동 시 최대한 앞무릎이 안 벌어지고 앞으로 나가야지 중심이동이 제대로 될 수 있습니다. 무릎이 옆으로 가게 되면 제대로 중심이동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구속 올리려고 세 개 던지려고 하면 팔이 벌어지거나 머리나 상체가 앞으로 나가는 나쁜 습관이 생기거든요. 

 

3. “타 팀들의 집중마크 느끼고 있다. 나만의 무기인 포크볼과 몸쪽 승부로 극복할 것”  

< 이제 고교야구 관계자 중 정해영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해영은 광주일고를 상징하는 선수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당연히 정해영의 선발등판을 예상한다. 정해영의 장단점, 슬라이더는 이미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다. 도마 위의 생선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하지만 정해영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를 개발했다. 몸쪽 승부와 포크볼이다. >   

 

 

명문고야구열전 대구고전에 선발등판한 정해영
명문고야구열전 대구고전에 등판 한 정해영

 

 

Q) 이제 고교야구계에서 정해영을 모르는 관계자들은 없다. 본인의 모든 것이 연구되고 본인을 대비해서 나온다.  
A) 저도 요즘 그런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저 또한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제가 작년 시합때는 우타자들에게는 바깥쪽 승부를 많이 했는데 올해는 몸쪽 승부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저 자신을 지킬 다른 무기가 있어야 할테니까요. 

Q) 그러고 보니 작년에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도 홈런을 한방도 맞지 않았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이것은 순전히 그냥 제 생각인데 제 공이 스피드에 비해 공 움직임이 좋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안타를 맞을 지언정 약간씩 비켜맞아서 장타가 덜나오거나 뒤에서 맞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오는 정해영
2.1이닝 1피안타 무실점 4K...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오는 정해영

 

 

Q) 사실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 후반기에 갈수록 체력적인 문제때문인지 탈삼진율이 좀 떨어진 것 같다. 
A) 막판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2스크라이크 이후에 삼진을 잡으려는 욕심이 있어서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 초반에 훨씬 좋았습니다. 후반에 몸도 많이 쳐지기는 했는데 삼진이 너무 안나와서 스트레스가 좀 있었습니다. 

Q)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비도 분명하고 나왔을 것 같다.  
A) 그래서 포크볼과 몸쪽 승부를 들고 나왔습니다. 슬라이더를 너무 집중적으로 많이 노리고 들어오더라고요. 

Q) 본인은 투수 구력이 그렇게 긴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변화구를 참 잘던지는 것 같다. 
A) 투수는 중학교때부터 잠깐씩 계속 해오기는 했습니다. 다만 오롯이 투수만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였죠. 나머지 해에는 타자가 투수보다 훨씬 우선 순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 감각을 이어받은 부분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4. 왕관을 지켜내기 위한 정해영의 다짐 “나의 가장 큰 강점은 좋은 제구와 볼 끝 … 3개월 남은 1차지명 자신있다” 

< 정해영은 1차지명에서 현재까지는 한발 앞서있는 후보자다. 거기에 전국대회 2관왕의 주역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왕관을 쓰고 있는 선수는 정해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해영에게는 ‘완벽’이 요구된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정해영이 기록하고 있는 성적은 초특급이다. 하지만 성적만으로는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구속도 잘 나와야 하고 제구도 좋아야한다. 그것이 야구열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광주권역 1차지명 후보자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수많은 라이벌들이 정해영을 겨냥하고 있다. 엄청난 부담감에 마주한 만 18세의 청년은 그래도 웃는다. 자신이 극복해나가야할 길이라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간다. 그는 말한다. 1차지명이 자신있다고 … 항상 열심히 할테니 예쁘게 봐달라고 말이다. >   

 

 

"올해 광주일고 작년보다 더 강해... 1차지명 자신있다" 

 


Q) 올시즌에도 동성과 일고의 라이벌전은 화제가 될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라이벌 의식이 강한가. 
A) 이유 없습니다. 그냥 지면 안 됩니다. 그러고보니 작년 주말리그 첫 게임에서 제가 기훈이형이랑 맞대결을 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Q) 작년 2관왕을 했을 때에 비해 올 시즌 광주일고의 전력은 좀 어떤 것 같나. 
A) 저는 작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야 작년부터 경기를 많이 뛴 것을 보셔서 아실 것이고 전광진이랑 정창대도 잘합니다. 레프트는 윤성웅이라는 친구가 나오고 있고 라이트는 현재 번갈아 가면서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이제 등판 한번 한번마다 꽤나 많은 중압감을 느끼게 될 것 같은데 부담이 많지 않나. 
A) 사실 부담이 좀 많이 됩니다. 단순히 잘 던져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들이 하나하나 언급이 되니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가면 포수 미트밖에는 신경을 안 써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정해영은 이말을 다음날 2.1이닝 4K 무실점으로 증명해냈다). 


Q) 아버님는 요즘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 
A) 아버지는 항상 저에게 걱정 말라고 하십니다. 항상 제가 하던대로만 하면 잘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시는 편입니다.  

 

 

 

 

Q)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니만큼 노는 것도 중요하다. 주로 뭐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나. 
A) 딱히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냥 친구들이랑 잘 노는 편입니다.  

Q) 이제 3개월 남았다. 지금쯤이면 이 질문을 해도 크게 앞서가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본인은 1차지명 자신있나. 
A) (당당하게 기자를 응시하며) 저는 자신 있습니다. 

Q) 요즘은 자기 PR시대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보실 정해영 팬 분들께 지면을 통해 짧게나마 본인 PR할 시간을 주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한다.   
A) 저의 가장 큰 주무기는 직구와 변화구가 폼이 똑같아서 이에 대한 구분이 어렵고 볼 끝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성실히 열심히 최선을 다할테니 늘 예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웃음).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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