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열전] 대구고의 작은 거인 이승민, 그의 도전에는 멈춤이 없다
[좌완열전] 대구고의 작은 거인 이승민, 그의 도전에는 멈춤이 없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3.24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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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1.2이닝 10승 2패 대구고 2관왕 이끌어 … 2019시즌도 명문고야구열전 무실점 완벽투로 예열완료

고교야구를 보다보면 안타까운 선수들이 있다. 
훌륭한 기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체격이 작아서 한계에 부딪히는 선수들 말이다. 2018시즌을 예로 들어보면 광주일고 조준혁이 그랬고, 대구고 김주섭이 그랬고, 충훈고 조강희가 그랬다. 이들은 모두 고교무대를 평정할 정도의 출중한 실력을 보유했고 좋은 기록을 냈지만 작은 체격과 느린 구속 탓에 프로지명을 받는 데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에도 그런 선수가 있다. 작년 무려 81.2이닝을 던지며 고교야구에서 10승을 기록한 투수. 고교시절 최고로 불렸던 1차지명급 투수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기록을 내고 있는 투수. 그가 바로 대구고의 에이스 이승민(173/78, 좌좌, 본리초-경상중-대구고, 3학년)이다. 

 


1. 2018시즌 81.2이닝 10승 2패 -  전국 최고레벨 좌완투수 대구고 이승민

 

 

작년 봉황대기 결승 승리 후 환하게 웃고 있는 이승민

 


이승민은 작년 81.2이닝을 던져서 방어율이 2.09에 무려 10승 2패를 거뒀다. 전국 모든 투수 통틀어 이닝‧다승 1위다. 사사구가 23개 뿐이고 탈삼진은 63개를 잡았다. 2017년 전국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했던 경남고 서준원과 비슷한 성적이다.  팀 성적도 화려하다. 2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큰 경기에도 강했다. 황금사자기 준결승, 대통령배 준결승, 봉황대기 결승 등 굵직굵직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언론에서도, 팬들의 설왕설레에도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작은 체격과 느린 구속 때문이다.

이승민은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키가 작고 구속이 나오지 않아 저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작년 황금사자기 결승 당시 아쉬워하는 이승민

 

 

명문고열전 당시 부산 숙소에서 만난 이승민은 “다른 아이들보다 덩치가 작으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런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덩치만 작을 뿐 더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이승민은 직구 - 커브 - 슬라이더 - 서클체인지업을 던진다. 주무기는 써클체인지업과 커브다. 올해 대구고에 새로 부임한 박종윤 투수코치는 “왼손투수가 우타자 바깥쪽, 왼손투수 몸 쪽을 로케이션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나도 같은 왼손투수이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런데 승민이는 왼손타자 몸쪽도 정말 잘던진다. 그게 정말 신기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좌우 로케이션에 모두 능하다.  

 

 

2018 황금사자기 4강전에서 승리한 후 교가를 부르고 있는 이승민(가운데)

 

 

기본패턴은 우타자가 나오면 바깥쪽 서클체인지업과 몸쪽 직구가 주레퍼토리가 되고 좌타자가 나오면 체인지업 보다는 직구- 슬라이더가 주가 된다. 전 구종이 모두 제구가 좋다.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그 빠르지 않은 공을 빠르게 보이게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도 제구가 좋다보니 2018 봉황대기 결승에서는 북일고 타자들이 5회까지 노히트노런을 당할 정도였다. 작년 주말리그 라이벌 경북고 전에서는 9회 1사까지 완봉으로 경북고 타자들을 틀어막을  정도로 이닝 소화능력은 확실하다. 

 


2. ‘신지후‧최준용을 이긴’ 남자 이승민,  과연 그는 프로행 막차를 탈 수 있을것인가 

 

 

명문고열전 경남고전 선발 등판 직전 몸을 풀고 있는 이승민

 


지난 3월 7일 명문고야구열전 1차전. 경기고는 선발로 나온 이승민에게 4회까지 단 1안타로 쳐내지 못하고 완벽하게 봉쇄당했다. 3월 9일 준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롯데 1차지명 후보자 최준용과의 맞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4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최준용에게 판정승을 거두었다. 명문고열전에서 2번 선발등판해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작년 봉황대기 결승전에서는 자신보다 20cm가 큰 신지후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북일고 타선을 봉쇄하며 왕관을 거머쥐기도 했다. 경기를 관전하던 다수의 스카우터들이 “타자들을 가지고 논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지만 대구윈터리그 유신고‧영동대 전에서도 무실점이었다)   

 

 

 

 

사실 이승민 정도면 좋은 대학은 따 놓은 당상이다. 기록이 워낙 좋기 때문에 연‧고대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다. “제 능력을 프로에서 증명해보고 싶다”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황은 녹녹치 않다.

현재 10개구단 스카우터들 중 이승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승민은 1년유급으로 나이가 한 살 많아 올해 당장 피지컬증가, 구속증가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 또한 방송경기던-연습경기-주말리그-전국대회에서 보여줄 것은 이미 다 보여준 선수다.

이 말은 결국 이승민의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재단하느냐에 따른 가치 판단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각 팀의 관점이 전부 다르기때문에 자체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대구윈터리그 당시 대구고에서 만난 A구단 스카우터는 “이승민이 훌륭한 투수라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신장이 너무 작고 스피드가 느리다. 과연 저정도 스피드에 프로 타자들을 상대로 체인지업과 커브가 통할 수 있을까. 나는 힘들다고 본다. 저런 선수는 늘 항상 증명을 해야 한다. 고교에서 증명하고, 대학가서 증명하고 프로 2군에 와서 또 증명을 하면서 한단계씩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승민의 생각은 확고하다. “체구는 작지만 남들보다 2배로 노력하고 있다. 구속 늘리기 위해 컨트롤 신경 안쓰고 계속 세 개 던지려고 하기도 하고 몸무게를 불리기 위해 4끼씩 먹기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고 있다”라고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런 노력 탓일까. 지난 대구 윈터리그 영동대전에서는 최고구속이 134km/h까지 찍히기도 했다. 129~130km/h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확실한 발전이다.

최근 명문고야구열전당시 기장에서 만난 B구단과 C구단 스카우터는 경기고전에서 이승민의 투구를 보며 “애는 타자를 완전히 갖고 논다. 제구력도 수준급이고 경기운영과 마인드가 너무 좋다. ”라고 그의 실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조금씩 그 반응이 오고 있다. 

 


3.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대구고의 작은 거인 이승민, 그의 도전에는 결코 멈춤이 없다
 

 

고교 최고급 에이스 좌완 이승민

 

 

보통 선수를 평가할 때는 누구에게나 이런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적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승민에게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누가 봐도 이승민은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의 200% 이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석 투수코치도 “승민이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말한다.  박종윤 투수코치 또한 “나에게 묻는다면 이승민이 무조건 최고다. 나도 신장이 작고 스피드가 안 났는데 갑자기 스피드가 늘어 운좋게 프로에 갔다. 내가 프로지명 최단신 투수일 것이다. 승민이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승민은 대구고의 에이스다. 중요한 경기에서 손경호 감독은 항상 이승민을 호출한다. 항상 묵묵히 팀을 위해 희생하기에 소속팀 선수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선수다. 

 

 

"우리 팀은 못 이긴다. 내 뒤에는 최고의 동료들이 버티고 있기때문이다"

 

 

이승민은 “나는 우리 팀이 전국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른 팀이 아무리 잘해도 우리 팀은 못 이긴다” 라고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다. “볼은 안 빨라도 칠 수 있으면 쳐봐라는 마음으로 늘 마운드에 선다. 친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 뒤에는 최고의 수비력을 지닌 동료들이 버티고 서 있기때문”이라는 선전포고를 할 자격이 이승민에게는 있다.  

‘프로에 가든 못 가든’ 이승민이 고교 최고급 투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무적함대' 대구고의 심장 이승민은 수많은 사람들의 저평가를 뒤집어엎고 프로행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위해 오늘도 달리고 또 달리고 있다. 

'기적'은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라 그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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