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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을 딴 등번호를 달고’ 신일고 이건은 오늘도 달린다
‘아버지의 이름을 딴 등번호를 달고’ 신일고 이건은 오늘도 달린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3.3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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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격 불구 예쁜 투구 폼에 변화구 구사능력‧제구력 뛰어난 2019 신일고의 에이스

작년 신일고는 서울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학교다. 
말 그대로 돌풍의 주역이었다. 불과 30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전국대회 4강 2번, 8강 1번, 16강 1번의 성적을 냈다. 아무도 신일고의 이정도 성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특별시장기 7이닝 2실점의 역투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올해도 신일이 작년만큼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김도완, 김이환, 문보경의 공백이 꽤나 크기 때문이다. 특히 팀 타선 및 수비의 핵인 김휘집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설상가상의 상태라 더더욱 그렇다. 만약 신일고가 작년만큼의 성적이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가정이 하나 있다. 이건이 김이환의 역할을 대체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가정과 팀의 중심인 김성균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는 가정이다. 이 가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신일고의 올 시즌 도약은 사실상 힘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비록 첫 걸음이기는 하지만 이건은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 서울시장기 1회전 충암고와의 경기에 전격 선발등판한 이건은 102개의 투구를 하며 7이닝 2실점으로 충암고타선을 홀로감당했다.  1회 몸이 안풀린듯 2안타와 1볼넷을 묶어 2실점을 하긴 했지만 3회 이후 7회 마운드를 내려가기까지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총 4안타를 맞았고 볼넷은 3개를 허용했으며 삼진은 3개를 기록했고 최고구속은 139km/h를 기록했다. 본인의 최고구속만큼 나오지는 못했지만 아침 9시경기 선발등판이었다는 점과 7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기록은 아니었다. 

이건은 중학교  - 고교시절부터 서울시에서 소위 말하는 좀 하는 선수였다. 송파 리틀과 대치중학교를 나온 이건은 같은 팀의 김휘집, 휘문고의 이민호 등과 함께 대치중 시절 서울시대회 우승 1개, 전국대회 준우승 1개를 일궈냈던 선수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보이스대회에 선발되어서 나갔고 고1때 콜트대표팀에 뽑힌바 있다. 대치중 1년 후배 최우인(서울고 2년)과 더불어서 팀을 이끌었던 첫 번째 투수였다. 

 

 

신일고등학교 3학년 투수 이건

 

 

중학시절만 해도 야구를 소위 쫌(?) 하던 그는 충분히 프로에 지명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투수로 꼽혔다. 그러나 유년시절 승승장구하던 이건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고1 이후 성장이 멈춰버린 것이다. 현재 이건의 신장은 175cm/77kg. 우투수라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아쉬운 신장이다. 

투수에게 신장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프로 드래프트에서 신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신장이 작아지게 되면 업계 용어로 “Top이 낮아진다.” 내리 꽂는 각이 진다는 의미다. 각이 작아지게 되면 타자의 시각에 걸리기가 쉽고 그만큼 배트에 걸리기도 쉽다. 

 

 

신일고의 성적은 이건에게 달려있다 

 

 

두 번째는 아무래도 빠른 공을 뿌리기 가 쉽지 않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한 두명 씩 나오기는 한다. 작년 성남고의 장지수(성남고 - 기아)같은 경우 작은 신장에도 150km/h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고 대부분은 구속의 한계가 오는 경우가 많다. 구속의 한계가 오면 아무리 변화구가 좋아도 타자들이 속질 않기 때문에 프로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이건도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저도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지만 일단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큰 선수들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하려고 노력중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작은 신장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이건에게는 장점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투구 폼이 예쁘다는 것이다. 키킹 동작에서부터 중심이동이 굉장히 부드럽다. 테이크백과 피니시 동작도 나무랄 데가 없다. 공을 참 예쁘게 던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투수다(작년에 비해서 스톱 동작을 추가한것은 좀더 중심을 뒤에 잡아놓고 힘을 모으기 위한 방편이라고 김경선 신일고 코치는 말하고 있다).  투구 폼이 예쁘면 제구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는 현재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그리고 현재 투심을 배워서 그것을 함께 연마하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공들이 스트라이크 존 언저리에서 놀 정도로 상당히 좋은 제구력을 자랑한다. 기자가 급작스럽게 요청한 불펜피칭에도 5개 구종 모두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제구 할 정도라면 고교수준에서는 특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투구할 때 포수의 미트를 보지 않는다. “포수가 앉는 곳을 보지 않고 나의 폼대로 생각하는 시점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나만의 제구를 잡는 루틴입니다.”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예쁜 투구폼을 지니고 있는 이건

 

 

또 하나의 장점은 역시 경기운영능력이다. 이는 투수를 오래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갖는 장점인데 그 또한 마운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답게 경기운영능력이 참 좋다. 정재권 감독이 그를 팀의 1번 투수로 낙점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큰 경기경험도 많고 국제대회 경험도 많아서 매우 담대하다.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하지 않고 늘 포커페이스로 자신의 투구를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정재권 신일고 감독은 올 시즌 마운드의 축을 이건으로 잡고 있다. 제구가 좋고 경기운영능력이 좋고 담대한 이건이 무조건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신일고의 도약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늘 “웃어라”라고 이야기한다. 체격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는다. 이건 앞에서 “우리 팀의 에이스는 이건이라고 내가 이야기했어.”라며 대놓고 이건의 기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아버지의 이름을 등에 달고 그는 오늘도 달린다

 

 

이건은 중학교 때부터 쭉 20번을 달고 있다. 아버지 성함을 딴 등번호다(아버지 성함이 이영이라고 한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등 뒤에 달고 뛰겠다는 의지다.  

그는 간절히 프로를 소망한다. 그 간절함이 인터뷰 도중에도 느껴질 정도였다. 고3 선수들에게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물론 일반 학생들도 그렇지만 운동선수들은 이 시기가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동기들이 한발 두발 앞서나가는 모습에 초조하지만, 더 크지 않는 신장 때문에 때론 속상하지만 이건은 멈추지 않는다. 2019시즌 명문 신일의 도약을 위해, 프로지명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아버지의 성함을 딴 등번호를 가슴에 품고 무쏘의 뿔처럼 묵묵히 뚜벅 뚜벅 내일을 향해 걸어갈 뿐이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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