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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권에 오랜만에 나타난 대형 내야유망주 - 덕수고 2학년 나승엽
서울권에 오랜만에 나타난 대형 내야유망주 - 덕수고 2학년 나승엽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4.08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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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열전에서 맹활약 눈도장 … 키 188cm에 강한 어깨 지니고 있는 3루수

작년 장재영‧정구범의 인터뷰를 위해 덕수고를 방문했을 당시 정윤진 감독은 기자에게 크고 길쭉한 1학년 선수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전 기자~ 재 물건이야 물건~!! 잘 봐둬.” 그리고 2개월 뒤. 명문고야구열전에서 보여준 그 선수의 맹활약은 정 감독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신하게 만드는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덕수고 2학년 나승엽(188/80, 우좌, 2학년)의 이야기다. 

실제로 전지훈련 이후 만난 나승엽은 부쩍 성장해있었다. 명문고열전 개막전에서 대전고를 상대로 2루타 2개 5타점을 작렬시키더니, 서울시장기 결승전에서는 2루타 2개, 3루타 1개 등 4타수 3안타 4타점을 때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주말리그 첫경기에서는 1회부터 성남고 에이스 이종민의 공을 통타해 우중간 3타점 3루타를 작렬시켰다. 명문고열전에서는 신지후의 148km/h 직구를 밀어서 펜스 근처까지 보내기도 했다. 적어도 현재까지 전국 모든 2학년 야수 중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나승엽이다. 

 


1. 선린중 시절에는 유격수 … 중학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나승엽 

 

 

덕수고 2학년 클린업트리오 나승엽

 


나승엽은 남정초  - 선린중학교를 나왔다(동생도 선린중에서 야구를 하는 중이다). 3년 동안 유격수와 투수를 병행했다. 초등학교 3학년 마포리틀 당시 우타를 너무 못 쳐서 3개월 만에 좌타로 전향했다고 본인은 말하고 있다. 나승엽 중학교때부터 이미 될성싶은 떡잎이었다.  

중학시절 나승엽을 지도했던 선린인터넷고 박덕희 감독은 “손목이 참 좋다. 몸의 힘이 없는 것 같지만 파워도 있고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다. 중학교 때 투수를 시키면서 유격수를 같이 했는데 중학교 2~3학년때 갑자기 컸다. 신장이 유격수를 보기에 너무 크지만 타격이나 메커니즘은 나무랄 데가 없는 선수다. 나는 대형 3루수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승엽은 여러 에피소드(?)들을 남긴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 끝에 덕수고 유니폼을 입었다.  

 

 

 

 

그가 신입생이던 2018년 기록은 36타석 29타수 11안타 타율 0.379. 출장하는 것조차 힘든 서울권 1학년 야수치고는 좋은 성적이다. 현재 그의 신장은 188/80kg. 올해 덕수고에는 김태호가 있기 때문에 3루를 보고 있는 중이다. 나승엽은 “작년은 많이 부족했지만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큰 대회 때는 잘 못했지만 협회장기 포철고랑 할 때 3안타를 쳤었던 경기가 가장 기억난다” 라고 말하고 있다. 

 

 

2. 빼어난 손목힘, 빠른 스윙스피드를 보유한 덕수고의 새로운 4번타자

 

 

빼어난 손목힘, 빠른 스윙스피드를 자랑하는 나승엽 

 

 

나승엽은 중학교 시절부터 수비보다는 공격형에 가까웠다. 공격 쪽에서는 워낙 좋은 피지컬로 인해서 중학시절부터 대형타자감으로 인식이 되어왔다. 무엇보다 손목 힘과 임팩트 순간에 파워가 좋다. 몸은 빼빼 말랐는데도 공이 치는 순간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임팩트 순간 공을 멀리 날려 보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손목의 유연성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손목을 짜주면서 공을 앞으로 보낼 줄 알고 스윙스피드도 빨라 웬만한 빠른공에 밀리지 않고 대응이 가능하다. 

 

 

 

 

 

나승엽은 스윙이나 발사각이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 스타일은 아니다.  공을 강하게 때리면서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많이 생산하는 중거리다(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장타가 2루타다).  스윙 자체가 레벨스윙의 궤적이고 1년 선배 박주홍처럼 찍어치거나 퍼올리면서 공을 띄우는 기술은 아직 미흡하다. 하지만 결대로 때려내면서 장타와 컨택이 둘 다 되는 장점이 있다. 타이밍이 좀 빠르다 싶으면 한손을 놓으면서 타이밍을 맞추거나 좀 늦었다 싶어도 밀어내는 배팅을 할 줄 안다. 굳이 따지자면 구자욱(삼성)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중학교 은사 박덕희 감독도, 고교 은사 정윤진 감독도 구자욱의 고교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고 나승엽의 롤모델도 구자욱이다. 

현장에서는 빼빼마른 체격에서 힘만 붙으면 지금보다 충분히 장타생산은 더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그는 선린중 시절 투수와 유격수를 번갈아가면서 봤던 탓에 어깨가 상당히 좋다. 나승엽 본인 또한 “저의 수비에서의 장점은 강한 어깨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송구에는 정말 자신이 있다” 라고 말할 정도다. 송구가 마치 빨랫줄같이 뻗어가는 느낌을 준다.  

 

 

3.  오른쪽 어깨를 닫아라 & 유격수 소화하기에 너무 큰 신장 걸림돌 

 

 

강한 어깨를 지니고 있는 나승엽

 

 

그가 1학년 때 가장 힘겨워 했던 것은 변화구를 치는 것이었다. 몸이 잘 벌어지는 편이어서 변화구에 자꾸 타이밍이 빠르거나 빗맞은 타구가 나왔 때문이다. 그 단점을 고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왔다. 

변화구를 칠 때 중요한 것은 공을 오래 보는 것이다. 몸이 먼저 열리면 공을 오래 볼 수가 없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닫아놓고 있으면 공이 변하는 것을 보고 칠 수가 있다. 나승엽이 생각하는 것도 이것이다. 배트스피드는 자신이 있기에 무엇보다 공을 오래보고 앞으로 스윙을 뻗어낼 수 있는 것. 이것이 나승엽이 타석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발력이다. 그의 내년 시즌 목표는 유격수다. 그러나 유격수 자리에 도전하는데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너무 큰 신장이다. 신장이 너무 커서 과연 프로에서 좌우 수비레인지가 나올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휘문고를 방문했을 당시 김영직 감독은 유격수에 대해 "유격수는 너무 크면 안된다. 정말 왠만큼 빠르지 않은 이상 동양인의 체격으로 185cm가 넘어가면 유격수를 볼 수 있는 순발력을 지니기가 쉽지 않다. 우리 팀 1학년 엄태경도 그만커야 하는데 키가 계속 크고 있어서 그게 걱정이다" 라고 말할 정도다. 

이 말은 나승엽에게도 해당된다.  체격이 크면 필연적으로 순발력은 떨어진다. 근육량이 많아지고 무거워져서 둔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또한 3루수로서 송구는 A급이지만 유격수는 3루수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노스텝, 원스텝, 런닝스로우에서 어느 정도 송구 정확성을 가질지도 지켜봐야한다. 아직까지 이 모든것이 전혀 증명된바 없다. 

그러나 유격수 수비 가능여부와는 별개로 먼거리 송구와 강습타구 처리가 가장 중요한 3루수로서는 충분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루수는 신장이 크고 어깨가 강하고 크게 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 나승엽은 그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그리고 적어도 현재까지 나승엽의 평가는 3루수다)  

 

 

4. 2019년 목표 “덕수고가 다 쓸어버리는 것” … 거포 내야유망주 나승엽 공습경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나승엽

 

 

그라운드에서는 야생마 같은 선수지만 학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뺀질이’가 나승엽이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안하려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다가 잡혀서 남들보다 한 개 더 하게 되는(?) 밉지않은 뺀질이의 대표적인 선수가 나승엽이다. 박무승 코치가 특별 관리를 하면서 웨이트장에서 강력하게 하드트레이닝을 시키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만큼 코치들이 나승엽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현재 서울권 2학년은 투수 쪽에서 이미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장재영, 강효종, 최우인, 조건희 등 이미 후보군들이 짱짱하다. 야수 중에서는 나승엽이 가장 돋보인다. 명문고야구열전에서 두산 이복근 팀장은 나승엽을 가리켜 “타격-어깨 모두 A급”이라는 이례적인 칭찬을 하기도 했다. 다른 팀들도 나승엽은 지명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그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있지는 않지만 나승엽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한다.  

그가 내년 시즌 장재영, 강효종 등 엄청난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차지명 후보자로 떠오르기 위해 보여줘야 하는 실력의 기준점은 김대한 혹은 박주홍이다. 대형 3루수감은 항상 부족하다. 3루수라도 해도 가치가 높은데 유격수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드래프트 전체의 판도가 또 다시 출렁거릴지도 모른다. 

 

 

 

 

나승엽은 올 시즌은 개인목표가 없다. 오직 학창시절 첫 번째 우승만 바라보고 있다. 절친인 장재영과 더불어 반드시 덕수고의 우승컵을 되찾아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이미 명문고야구열전, 탄천리그, 서울시장기를 쓸어 담으며 예열을 마친 덕수고의 新 4번타자 나승엽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덕수고의 초강세’와 별도로 서울권 대형 내야수 후보 나승엽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 또한 아마야구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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