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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재욱이 형과의 비교는 숙명, 나는 복받은 세터" 현대캐피탈 이승원의 솔직 고백
[심층 인터뷰] "재욱이 형과의 비교는 숙명, 나는 복받은 세터" 현대캐피탈 이승원의 솔직 고백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1.05 1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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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욱이 형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 … 비교는 숙명
- 비난 힘들지만 이런 멤버와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에서 나는 천운을 타고난 사람
-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백토스, 현대캐피탈 배구의 특징은 블로킹과 서브
- 어린 세터들, 가장 먼저 손 모양에 신경 써야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생각보다 밝고 명랑했다. 
천안에 위치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이승원(현대캐피탈, 26)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밝고 예의바른 청년 다름아니었다.  

사실 이승원은 현대캐피탈에서 가장 많은 질책을 받고 있는 선수다. 워낙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죄다. 전광인, 최민호, 신영석, 여오현, 문성민, 박주형 등 팀 전원이 국가대표로 구성된 현대캐피탈에서 ‘이승원만 잘하면 무조건 승’이라는 이분법적인 명제가 성립되는 것도 사실 큰 무리는 아니다. 좋은 선수들을 지휘하는 대신 더 완벽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스타군단 세터의 업인 셈이다. 그렇게 이승원은 어린 나이에 큰 짐을 짊어지고 현대캐피탈의 사령관이 되었고, 작년 챔프전 우승을 이끌어냈다.  

 


1. 후보로 뛴 2년, 라이벌 노재욱에 대한 솔직 심경 - "재욱이 형과의 비교는 나에게는 숙명" 
  
<재작년 겨울 전광인(현대캐피탈, 28)이 팀에 들어오면서 노재욱(우리카드, 27) 세터가 팀을 떠나갔다. 그리고 이승원이 주전 세터가 되었다. 입단할 때만 해도 이승원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여겨졌으나, 2년간 스피드 배구를 이끌었던 노재욱의 빛이 워낙 강했다. 그런 노재욱이 FA로 영입된 전광인의 보호선수 명단에 제외되어 떠나다 보니, 배구 팬들의 관심은 이승원에게 쏠렸다. 그때 부터 그의 이름 앞에는 늘 노재욱과의 비교가 따라붙었다. 마치 숙명처럼. >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이승원

 

 

▼ 이승원 선수는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생활하는 것인가. 
유부남들은 출퇴근하고, 아닌 사람들은 이곳에서 생활한다. 약속 있을 때는 나갔다 와도 된다. 연습이 없을 때만 집에 가고 아닐 때는 이곳에 있는다. 

▼ 남성고 시절 배구를 굉장히 잘했다고 들었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당시 동기가 8명 정도 있었는데 친구들끼리 시합을 해서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다. OK저축은행에 뛰고 있는 이시몬 선수가 동기다. 지금 남아있는 고교 동기는 그 친구밖에 없는 것 같다. 요즘 남성고가 태백산배 3연패를 하는 등 배구를 잘하더라.(웃음) 

▼ 감독님과 선수시절을 함께 보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선수 시절 최태웅 감독님은 어떤 분이셨는가. 
그때는 최고참이셨다. 나는 신인이었는데 무척 잘 챙겨주셨다. 같이 비디오도 많이 보면서 많이 알려주시고, 내가 감독님께 혼나고 시무룩해 있으면 장난도 많이 쳐주셨다. 

▼ 그런데 2년 차부터 갑자기 후보로 전락했다.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1년 차 때 경기를 뛰다가 2년 차 때 갑자기 후보가 되니까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더라.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년간 벤치에 있었던 시간에서 무언가 배우는 것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잘 버텼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렇게 뛰고 있지 않을까.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이승원

 

 

▼ 팬들은 작년 포스트시즌 전과 후의 이승원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갑작스럽게 반등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    
솔직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다. 시즌 때 많이 흔들렸던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은 결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는 그냥 정신없이 하다보니까 잘 되었다.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다. 

▼ 챔프전에서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대한항공, 33)를 맞아 주눅이 들지는 않았는가. 
너무 출중한 세터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선수 형이랑 싸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선수 형도 대표 선수지만, 우리 팀에도 영석이 형, 광인이 형, 민호 형, 성민이 형 등 워낙 좋은 선수가 많아서 형들한테 기대서 했던 것 같다. 결코 내가 주축으로 싸웠던 것은 아니었다.  

▼ 지금도 노재욱과 비교를 많이 당하고 있고, 은퇴하는 순간 까지 앞으로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런 비교의 시선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가. 
예전에는 솔직히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프로에서의 인연만 노출이 되니까 집중조명이 되는데, 사실 재욱이 형이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항상 반대편에서 싸우던 세터였었기 때문에 서로 잘하면 칭찬받고 못하면 질책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2.  “이런 멤버와 언제 배구해 보겠어요? 나는 천운을 타고난 사람”  - about 문성민, 신영석, 최민호 그리고 다우디 

이승원에게는 평생 넘어야 할 과제 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스타군단이 내 뿜는 광채에 묻혀버리지 않아야 하는 과제. 그러나 그는 이런 무거운 과제를 오롯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근 토스에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승원(출처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홈페이지)
최근 토스에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승원(출처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홈페이지)

 


▼최근 다우디에게 주는 퀵오픈 토스가 물이 오른 것 같다. 
우선 다우디가 너무 잘 때린다.(웃음) 나이는 나보다 어린데 성격이 차분하고 어른 같다. 평상시에 차분함이 코트에서 잘 나타나는 것 같다. 내가 실수한 공도 득점을 해줘서 내가 덕을 많이 보고 있다. 다우디는 원채 점프력이 좋은데다 팔도 길어서 타점이 장난이 아니다. 

▼ 신영석 선수(현대캐피탈, 33)와 최민호 선수(현대캐피탈, 31)는 속공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두 선수의 속공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우선 영석이 형은 잔머리가 좋아서 자기가 어떻게 때리면 득점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산하고 때리는 타입이다. 민호 형은 탄력과 점프가 좋기 때문에 높이로 때리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영석이 형은 낮게 줘도 기술이 좋아서 잘 받아먹는 스타일이고, 민호 형은 타점을 잡을 수 있게 좀 높게 줘야 한다.  

▼ 그럼 모든 스파이커의 성향을 일일이 기억해서 볼을 올려줘야 하는가. 너무 힘들 것 같다.  
성민이 형이나 광인이 형을 한 부류로 놓고, 주형이 형이나 시우 등 신장이 작은 선수를 또 한 부류로 놓고, 용병을 한 부류로 놓고 이렇게 크게 성향을 나눠서 토스를 한다. 

 

 

이승원이 말하는 신영석, 최민호 속공의 차이(출처 : 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이승원이 말하는 신영석, 최민호 속공의 차이(출처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홈페이지)

 

 

▼현대캐피탈은 '업템포' 스피드 배구로 유명하다. 최태웅 감독님은 주로 어떤 토스를 요구하는가. 
단계가 나눠져 있다. 감독님이 원하는 스피드는 가져가되 공격수가 타점을 잡을 수 있는 높이를 줘야 한다. 공이 느리고 높아 버리면 그냥 쉬운 토스가 될 수 있는데, 빠르면서 타점을 잡을 수 있는 높이가 있어야 하다보니까 그 요구가 내 입장에서는 가장 어렵다. 볼의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공격수가 타점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문성민(현대캐피탈, 33)은 어떤 주장인가. 
내가 신인으로 들어왔을 때 성민이 형이랑 같은 방을 썼다. 그때는 주눅 들어서 말도 잘 못 걸었다. 슈퍼스타 아닌가. 그런데 주장이 되고 나서 성민이 형이 많이 유해졌다. 후배들한테 말고 걸어주고 리더십이 정말 좋다. 

▼ 함께 하는 멤버들이 워낙 좋다 보니까 워낙 많은 질책을 받는다. ‘지면 무조건 이승원 탓’이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때론 힘들지 않나.  
솔직히 부담도 많이 되었고, 많이 힘들기도 했다. 팬들한테 질책을 정말 많이 받았다. 당시에는 힘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자신감을 많이 찾으면서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좋은 형들과 한 멤버로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천운 아닌가.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3.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백토스 … 현대캐피탈의 색깔은 블로킹과 서브”  

 

 

이승원이 토스를 하고 있다(출처 : 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이승원이 토스를 하고 있다(출처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홈페이지)

 


▼ 반대로 질문하겠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세터 이승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백토스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히 많이 올라갔다. 

▼ 그런데 앞으로 하는 토스가 백토스보다 훨씬 쉬운 것 아닌가. 일반인 입장에서 잘 이해가 안 된다. 
기술적으로는 앞으로 하는 토스가 더 쉬운 것이 맞다. 다만, 백토스는 블로커와 들어오는 공격수가 안 보인다. 그냥 감각적으로 맞춰 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나갈 수 있고, 연습으로 맞춰놨다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일이 없다. 그런데 앞으로 하는 토스는 공격수와 따라오는 블로커가 눈에 보이다 보니까 오히려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는 공격수가 앞에서 들어오는 것이 보이면 더 잘 맞춰줄려고 하다보니까 실수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 듀스에 들어가게 되면 세터의 선택에 따라서 경기가 바뀌어버린다. 그때는 어떤 생각으로 배분 하는지 궁금하다.  
경기를  시즌 6개월 동안 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서 다 분석되어있다. 그때부터는 머리싸움이다. 어떤 때는 단순한 것이 통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때가 있고, 어떤 때에는 한 번에 한번을 더 생각한다. 정답은 없고 성공하면 잘 된 것이고, 막히면 생각이 많다가 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최대한 단순하게 하려고 하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생각이 많아지더라. 

 

 

영광의 순간~ 챔프전 우승 세터가 된 이승원(출처 : 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영광의 순간~ 챔프전 우승 세터가 된 이승원(출처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홈페이지)

 

 

▼ 그럼 공 배분에 대한 선택권은 감독님이 전부 일임한 것인가. 
감독님은 자신 있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고 말씀해주신다.  

▼ 현대캐피탈의 사령관으로서 올 시즌 현대의 배구 색깔은 어떤지 알려줄 수 있나. 
우리 팀이 매년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이 '서브' 랑 '블로킹'이다. 현재 우리 팀은 범실이 많아지면 경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성민이 형이나 광인이 형 그리고 다우디 쪽으로 서브에 힘을 많이 실어주고, 나와 주형이 형 등 파워가 약한 선수들은 실수를 줄여주면서 효율성 있는 배구를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 그러고 보니 작년에 비해 서브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웃음)   
서브가 너무 약해서 팀에 도움이 전혀 안 되었다. 그나마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서브가 좋다 안 좋다’를 떠나서 자신감이 생기니까 서브도 잘 들어가는 것 같다. 

 


4. “내 인생 경기는 작년 챔프전 … 배구를 그만둔 후에도 이승원이라는 이름이 기억되고 싶어” 

 

 

"은퇴 이후에도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은퇴 이후에도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 군대 문제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내가 상무에 지원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시즌 종료 후 구단과 상의해서 결정하려고 한다. 

▼ 본인의 인생경기를 한 경기만 꼽는다면. 
작년 챔프전 3경기가 지금까지 배구 인생에서 최고의 경기다. 

▼ ‘명문’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 이승원을 목표로 하는 중·고교 세터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준다면 
세터는 예민하고 디테일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손 모양에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어릴 때 잘못된 폼을 갖게 되면, 바꾼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나도 안 좋아서 지금도 지적을 받고 있다. 손 모양이 달라지면 볼 끝이 달라지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유망주 세터들은 다른 무엇보다 정확한 폼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그러면 훨씬 빨라진다.  

▼ 마지막은 상투적인 질문으로 끝내자. 배구 선수 이승원의 목표가 궁금하다. 
이번 시즌을 봤을 때는 통합 우승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고, 내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나중에 내가 배구를 안 하게 되었을 때 '이승원'이라는 사람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배구 선수 이승원이 아닌 인간 이승원으로라도 기억해주시면 고마울 것 같다. 

 


이승원의 인터뷰를 정식 요청하면서도 그가 주눅이 들어있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젊은 사령관은 예상보다 씩씩했고 또 늠름했다. 프로 선수의 숙명인 많은 비판을 훌륭히 받아 넘기며 성장하고 있었다. 

이승원은 웃으며 말한다. 지금 이렇게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세터라고. 팬들이 늘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질책해주는 지금이 이승원이라는 배구 선수의 황금기라고.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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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사랑해 2020-05-24 19:45:48
응원합니다 이승원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