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투혼의 한국 남자배구' 올림픽 좌절되었지만 박수받아 마땅하다
[기자의 눈] '투혼의 한국 남자배구' 올림픽 좌절되었지만 박수받아 마땅하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1.12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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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남자배구 대표팀이 아쉽게 이란에 패배했다. 한 끗 차이였다. 
이 정도는 '운이 없어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했다. 아시아 최강(세계랭킹 8위)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0-3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했던 초접전이었다. 엔트리에 2미터 이상의 선수가 6명이 포진한 이란을 상대로 7-17의 블로킹 격차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의 강점을 한껏 살렸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훌륭했던 것은 '과정'이었다. 
최고참 박철우(삼성화재)는 대표팀에 뽑힌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4세트 역전극의 실마리는 박철우가 만들어냈다. 특히 서브리시브가 안된 뒤에서 날아온 공을 번개같이 날아올라 상대 코트에 내려찍는 백어택은 전율 그 자체였다. 전성기때 이상의 화력을 뽐내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한국 남자배구, 이란과 초접전 끝 석패!!~ 

 

 

전광인(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전담하면서도, 팀의 오픈 공격을 도맡았다. 작은 신장으로도 이란의 높은 블로킹 벽을 헤집고 다녔고, 양 팀 최다인 25득점을 폭발시켰다. 곽승석(대한항공)은 득점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전광인과 함께 팀의 수비를 책임지며 소금 역할을 수행했다.  

주장이자 미들블로커인 신영석(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였다. 고비마다 속공을 찔러 넣었고,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9득점으로 역할을 충분히 했다. 최민호(현대캐피탈)도 2개의 블로킹과 함께 7득점으로 중앙을 받쳤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던 세터 한선수(대한항공)도 좋은 토스로 팀을 이끌었다. 막내 세터 황택의(KB손해보험)는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 2개의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를 작렬시켰으며, 리베로들도 좋은 디그를 수차례 선보였다.  

경기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누구는 좀 더 잘했고, 누구는 좀 더 못한 부분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모두가 ‘원팀’으로 뭉쳤다. 공 하나하나에 의지를 담았고, 안타까워했다. 근래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경기 후 풀이 죽어있는 임도헌 감독과 주장 신영석

 

 


물론, 결과도 중요하다. '올림픽 진출 좌절'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곰곰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대표팀에게 쓴소리를 건네기에는 그들이 보여준 경기력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이번 대표팀은 열악했다. 방송 중계조차 없었다. 좋은 지원을 받고 나간 것도 아니고, 올림픽에 간다고 한들 큰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남자배구의 전력상 메달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두둑한 포상금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안 된다'는 조롱을 일삼는 팬도 있었다. 

경기 후 에이스 전광인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박철우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에 또 못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후배들에게 넘겨준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팬들께 죄송하다”라며 배구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 예선을 마친 가슴 아픈 소회를 밝혔다. 

 

 

경기 후 만난 대표팀 에이스 전광인
경기 후 만난 대표팀 에이스 전광인(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보인다)

 

 

이제는 선수들의 투지에 배구팬들이 응답할 차례다. 팬들은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한마디를 건넬 의무가 있다.  

충분히 잘 싸웠노라고. 팬들이 원하는 진정성을 플레이로서 보여주었노라고. 
그것이 먼 타국에서 최선을 다해 싸운 선수들에 대한 예의이며, 또한 국가를 대표할 다음 세대의 젊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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