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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재 vs 이승현 - 1차지명 후보들의 역투, 시민운동장을 화려하게 수놓다
황동재 vs 이승현 - 1차지명 후보들의 역투, 시민운동장을 화려하게 수놓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4.17 22: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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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재 6.2이닝 10K, 이승현 7이닝 11K … 105개 투구 수 제한까지 마운드 위 자존심 싸움

4월 14일 오전 9시 30분 경북고와 상원고의 라이벌전을 가장 흐뭇하게 지켜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모르기는 몰라도 경기장을 찾은 삼성라이온즈 최무영 팀장과 류동효 스카우터가 아닐까 싶다. 

이날 상원고와 대구고의 경기는 삼성의 2020년 후보와 2021년 1차지명 후보들이 정면으로 맞부딪힌 빅매치 다름 아니었다. 주말리그의 한 경기로 치부하기에는 걸려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양 교 에이스 황동재 - 이승현의 자존심 싸움이 가장 컸다. 에이스가 꺾인다는 것은 그 학교의 자존심이 꺾이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는 스카우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런 경기에서 보여주는 기록과 퍼포먼스, 경기 운영능력이 진짜 실력이다. 불펜피칭, 연습경기 등도 중요 참고사항이지만 상대 에이스기리의 절대 져서는 안되는 맞대결과는 비견할 수 없다. 선수의 역량을 평가함에 있어 적은 표본으로 최고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경기가 바로 이런 경기다. 오전 9시 30분 경기임에도 김풍철 롯데 팀장, 최무영 삼성 팀장, 고형욱 키움 상무를 비롯 10개구단 스카우터가 모두 집결해 경기를 지켜본 이유다. 

 

(이런 민감한 경기는 많은 스피드건이 동원된다. 각 학교 스피드건과 프로 스피드건의 비교가 가능하기에 상당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 경기를 하는 팀들은 상대팀의 기록지를 자신의 덕아웃에 붙여놓고 살펴본다.  객관성을 위해 황동재는 상원고가 직접재서 덕아웃에 붙여놓은 기록지를, 이승현은 경북고가 직접 재서 덕아웃에 붙여놓은 기록지를 첨부한다. 지면의 한계상 최고구속이 나온 이닝,  맨 마지막 이닝 기록지 총 2개의 기록지만을 첨부한다. 또한 기준구속은 삼성라이온즈 스피드건에 기록된 구속으로 한다)

 


1.  경기는 4-2 상원고 승리 … 그러나 양 투수의 승부는 사실상 무승부  

 

 

6.2이닝 10K 1실점 0자책점 경북고 황동재

 

 

7이닝 11K 무실점 상원고 이승현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풍성했다. 시작부터 양 선수의 전력투구가 불을 뿜었다. 양 투수는 시작부터 105개를 던지기 전에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다. 상원고 1학년들은 “승현이 형은 오늘 105개 다 던질 때까지 마운드에서 안내려옵니다. 아마 동재형도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경기 전 분위기는 사뭇 비장했다. 이들의 싸움을 말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투구 수 제한으로 인한 강판뿐이었다. 

경기는 치열한 승부 끝에 4-2로 상원고가 승리했다. 
하지만 이날 두 에이스의 승부는 사실상 무승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황동재가 1실점을 먼저 하기는 했지만 이는 수비 실수에 의해서다. 마운드위에서 버틴 이닝도 6.2이닝 - 7이닝으로 비슷했고 투구수 99개 - 103개, 삼진수 10개 - 11개. 볼넷 개수도 4개 - 3개로 전체적인 세부 기록에서 유의미한 큰 차이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피안타에서 4개와 1개로 다소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2. 경북고 황동재 최고 145km/h 쾅 … 작년보다 슬라이더 많이 좋아져   

 

 

 

 

 

이날 경기는 결과를 떠나서 황동재, 이승현 모두가 겨우내 많은 발전을 이룩했음을 증명한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날 물금과의 경기에서 1.1이닝을 던지며 무려 147km/h의 강속구를 던져 화제가 되었던 황동재는 다음날 전격 선발등판 해 100개 가까운 투구를 하면서도 삼성라이온즈 기준 최고구속 145km/h, 상원고 기준 147km/h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작년에 비해서 슬라이더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 가장 많은 삼진을 잡은 변화구가 우타자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다. 

황동재는 지난겨울 체인지업을 버리고 스플리터를 새로 장착했다. 체인지업이 속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삼진을 잡기 위해 빠르게 떨어지는 구종이 있어야겠다는 판단 때문에 이준호 감독과의 상의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2회 - 상원고에서 잰 스피드건으로 147km/h가 나왔다
2회 - 상원고 스피드건으로 147km/h가 이날 경기에서 딱 1개 나왔다.  

 

 

 

7회  - 90구가 넘어가도 140km/h 정도가 기록되고 있다

 

 

여기에 커브보다 슬라이더의 비중을 많이 늘렸다. 황동재는 “제가 직접 사인을 낼 때도 있고 벤치에서 사인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저는 보통 슬라이더와 커브를 50대 50으로 던지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습니다. 벤치에서 제 슬라이더가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슬라이더 사인이 많이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슬라이더는 카운트를 잡는 매우 안정적인 변화구로 자리를 잡았다. 아직 스플리터는 미완성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제대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삼성 류동효 스카우터는 “어제 물금과의 경기에서 던지고 오늘 또 선발등판해서 많은 공을 던지려다보니 공에 힘도 그렇고 살짝 힘에 부친 것이 보이더라. 스피드는 145km/h로 다소 줄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라고 황동재에 대한 평가를 했다.

 


3. 대구야구계의 또 다른 특급좌완 탄생 … 상원고 이승현의 144km/h 역투 

 

 

 

 


이승현도 대단했다. 무엇보다 2학년이면서도 3학년 황동재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 자체가 큰 소득이었다. 이승현은 경북고 타선을 상대로 무려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6회 2사 만루의 위기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그마저도 삼진으로 잡아내며 넘겼다. 그 이외에는 큰 위기조차 없었다.

타자들을 피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공을 꽂아 넣었다. 무엇보다 이승현 특유의 우 타자 몸 쪽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낙차 큰 커브가 돋보였다. 직구와 커브 모두 수준급이었고 제구도 문제 없었다. 또한 작년 겨울 140km/h 언저리에 머물던 직구가 겨우내 더 빨라졌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직구도 좋았다. 최고구속이 무려 145km/h(대구고, 상원고, 경북고 기준 - 삼성라이온즈 기준은 144km/h)가 나왔다. 

 

1회부터 145km/h가 찍혀서 나
1회 경북고에서 잰 스피드 기록지 - 145km/h가 찍혀서 나왔다. 5회에도 145가 찍혔다.

 

 

7회 100구를 넘어가고 있는데도 140~1정도가 기록되고 있다
7회 - 100구를 넘어가고 있는데도 141~2정도가 기록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소 뻣뻣해 보이는 투구 폼이기는 하지만 유연성 스트레칭 등 많은 노력으로 작년보다는 부드러워졌다. 밸런스도 좋아졌고 제구도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이번 주말리그 15이닝 2실점의 좋은 페이스를 보이는 이유다. 

류동효 삼성 스카우터는 “최고구속이 우리 스피드건으로는 144km/h가 나왔다. 공 던지는 타점도 좋고, 보기 드물게 커브와 슬라이더를 모두 다 잘 던진다. 무엇보다 2학년인데 굉장히 침착하고 마운드에서의 경기운영능력이 좋다”라고 관전평을 밝혔다.  

 


4. 삼성라이온즈 영건마운드의 밝은 미래는 지금도 현재진행형!~

 

 

삼성라이온즈의 미래는 이들이 있기에 어둡지 않다 

 


경기 후 황동재는 “내가 투구 수를 좀 더 줄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4개의 볼넷을 허용해 먼저 마운드에서 내려와서 아쉬웠다. 수비의 실수 같은 것은 의식하지 않았다. 그런 걸로 가슴아파하면 에이스가 아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현에 대해서는 “승현이는 동생이지만 마운드에서 배울 것이 참 많더라”라고 말했다.  

이승현은 황동재에 대해 “동재 형은 그냥 잘 던 지더라. 역시 무조건 1차지명을 받을 만한 형인 것 같다”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두 선수는 삼성라이온즈의 현재와 미래다. 황동재는 2020 삼성라이온즈의 사실상 확정에 가까운 후보자이고 이승현은 2021 1차지명의 유력한 후보자다. 이날 대구시민운동장을 화려하게 수놓은 21개의 탈삼진은 적어도 2021년까지는 대구 팜 1차지명에 대한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삼성라이온즈는 최충연, 원태인, 최채흥, 최지광 등 영건들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황동재, 이승현이 있는 한 삼성라이온즈 영건 마운드의 밝은 미래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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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lgi 2019-05-24 12:19:38
좋은 선수들이네요. 앞으로 더욱 성장하길 기대 합니다.

김준홍 2019-04-19 07:11:41
최지광입니다 오타 수정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