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인터뷰] 덕수고 장재영 "미국 진출이요? 일단 올해 잘하고 생각하려고요"
[심층 인터뷰] 덕수고 장재영 "미국 진출이요? 일단 올해 잘하고 생각하려고요"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3.0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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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히도 불운했던 작년 , 팀에 도움 되려다 오히려 큰 부상 악재
- 제구와 구속 사이에서 방황 … "키움 조상우 선배님 조언 큰 도움"
- 친구 나승엽과 1차지명 관련 갈등 전혀 없어... "자꾸 해외가라고 부추긴다" 웃음
- "일단 올해 잘하는 것이 중요... 만약 미국을 가기로 결심한다면 일찍 도전하고 싶어"

그를 처음 봤었던 것이 2018년 5월 21일 황금사자기 안산공고 전 이었다. 
고교 데뷔전이었다. 아직도 그 당시 그가 던졌던 152km/h의 ‘불꽃투’는 신선한 충격으로 기자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났다. 장재영(188/93,우우,3학년)은 예상대로 스타가 되어있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아마야구계의 최고 화두다. 아직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무게감. 그래서일까. 고3을 앞둔 겨울 어느날 다시 만난 그는 어느새 훌쩍 커 있었다. 항상 겸손하고 정답만을 말하는 장재영이 아닌 조금은 속내를 드러낼 줄 알고, 속상해 할 줄 아는 그런 청년으로 말이다. 

 


# 대표팀 경험이 유일한 위안이었던 지독히도 불운했던 2019 시즌

 

 

서울 전국체전 우승 당시 장재영 

 

 

장재영과 덕수고 교정을 거닐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이날 장재영은 교복을 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옷차림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복이 아닌 교복을 입은 장재영과의 대화는 지금까지와는 좀 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는 전국체전 우승을 차지했던 역사적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왼쪽 복사근 부상으로 아예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6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사실상 거의 못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장재영(작년 기장 명문고열전) 

 

 

“시즌을 생각하면 그냥 아쉬워요. 뭔가 좀 해보려고 하면 다치고 또 다쳤으까... 주말리그 서울디자인고 전에서도 열심히 해보려다가 햄스트링이 왔어요. 복사근 부상은 전국체전 이전 남해 전지훈련에서 왔습니다. 피칭을 많이 안하다가 무리를 하니까 (부상이)오더라고요.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몸을 만들었던 것인데... 감독님께 많이 혼났습니다(웃음)” 

그나마 그에게 올 시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대표팀일 것이다. 사실 그의 고교 시절 첫 번째 목표는 1학년이면서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2학년 때 처음 입은 대표팀 유니폼은 그에게 큰 감격으로 다가왔다. 

 


# “일단 잘 하는게 먼저... 만약 나가려고 마음먹는다면 일찍 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정윤진 감독과 상담을 하고 있는 장재영

 


그에게 조심스럽게 해외진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가장 민감한 질문이었다. 그 또한 조심스러웠다. 함부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저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하시죠. 하지만 저보다는 아빠가 훨씬 더 야구계에 대해서 잘 아시니까 당연히 아빠와 의논할 것입니다. 3학년 때 내가 하는 것을 보고 그때 한 번 더 이야기를 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에서 잘하고 7년 뒤에 나가면 어떠냐고요? (웃음)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모든 야구 선수의 꿈입니다. 7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고요. 만약, 제가 미국에서 뛰고 싶다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면 그 이전에 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 가면 외롭다. ‘루키리그’부터 시작을 해야 하고, 홀로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어린 그에게 큰 부담이 없을까. 

“부담이 없지는 않죠.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힘든 점은 항상 있는 것이니까요. 또한, 미국에 형들도 많이 계시죠. 배지환 선배님이랑도 알고 최현일 선배님도 계시니까 직접 연락해서 여쭤보곤 합니다.”

 

 

정윤진 감독에게 문의하는 외국인 스카우터들
정윤진 감독에게 장재영에 대해 문의하는 국제 스카우터들(작년 명문고열전)

 

 

그렇다고 장재영은 ‘무조건적인 도전’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돈’에 의해서 ‘기회의 제공’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르겠지만, 미국은 돈에 의해서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그것이 저의 가치인 것이죠. 미국에서 제안이 온다고 무조건 조건 없이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부분도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까요?”  

장재영은 지난 대표 팀에서 대만 천포위와도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리천쉰이나 천포위는 올해 장재영과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툴 유망주다. 

“리천쉰은 작년 아시아대회를 통해 알고 있었고, 천포위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기장에서 핸드폰에 써가면서 천포위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미국에 갈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잘 모르겠다고 대답 하니까 본인은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천포위의 공을 직접 쳐보니 스피드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변화구와 경기 운영능력이 참 좋더라고요. 스피드가 좀 느리고 경기 운영은 좀 더 좋은 강효종(충암고 3학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성되어있는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배울 점이 참 많죠.”

 


#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제구를 잡는 것이 쉽지 않네요” - 투수 장재영의 고민 

 

 

 

2019년 제구 난조로 고생했던 장재영(청룡기 당시)

 

 


다시 화제를 돌려서 장재영 본인으로 돌아왔다. 그는 올 시즌 심각한 제구 난조로 고생했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제구 자체도 안 좋았다. 왜 그런 것일까.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와 2년이 넘게 알고 지냈지만 처음 듣는 고민 상담이었다. 

“저는 지금도 늘 제구와 스피드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제가 좀 살살 던지면 어느 정도 제구가 잡히기는 하거든요. 세게 던지면 153~4km/h까지는 던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상 나올수도 있죠. 그런데 좀 제구가 날릴(?)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 키움 조상우 선배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선배님이 그러셨어요. ‘너는 남들이 갖지 못한 빠른 공을 지니고 있는데 왜 그걸 포기하고 제구를 잡으려고 하느냐’라고요. 힘들어도 최대한 강하게 던지면서 제구 잡는 법을 연구하라고요. 그런데 이게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제가 투수 구력이 길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투수는 중3때 잠깐 하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제대로 하고 있어요. 중학교 때는 유격수가 잠깐씩 마운드에 올라와서 공 던지는 데 좀 빠른 공을 던졌던 것 뿐이었죠. 사실상 야수였습니다. 투수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장재영의 장점은 빠른 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장재영을 보면 이상적인 투구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재영은 생각이 조금 달랐다. 

“투구 폼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너무 예쁘게만 던지게 던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그러면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나요??. (신)지후 형이 저보고 장난으로 그러시더라고요. 150km/h을 던지는데 이렇게 착하게 던지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것 같다고요. 좀 더 타자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투구 폼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본인의 투구 폼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왼발을 차고 앞으로 나가는 것. 왼발을 제대로 딛고 던지면 힘을 제대로 쓰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합 중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상체가 빨리 나가지 않는 것. 상체가 빨리 나가고 팔이 뒤에 있으면 제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말한다. 

장재영이 던지는 구종은 포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변화구는 슬라이더가 가장 자신 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제구가 되는 강한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지. 오로지 그것만이 장재영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동일 학교 1차지명 금지 "승엽이가 저는 해외가고 본인은 1차지명 받고 싶다고 하던데요?" 

 

 

"동일 학교 1차지명 금지? 저도 승엽이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어요" (가장 왼쪽이 나승엽)

 

 


작년 동일학교 1차지명 금지조항이 KBO에서 최종 승인되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된다. 같은 학교에는 또 다른 서울권 1차지명 후보 나승엽(덕수고 3학년)이 있다. 둘이 좀 어색하지는 않을까. 그는 빙그레 웃으며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승엽이가 장난으로 저한테 미국으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1차 받고 싶다고요. 저는 웃으면서 내가 받을지, 네가 받을지 우리 둘 다 못 받을지 결과는 모르니까 그냥 열심히 하자고 했습니다. 1차를 받든 2차를 받든 프로 가는 것은 똑같으니까요. 승엽이가 그런 것에 크게 신경을 안 쓰는 둔감한 성격이에요” 

그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다. 작년 장정석 감독의 “큰 애는 야구를 좋아하고, 둘째는 야구를 잘한다.”는 발언은 큰 화제가 되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동생이 정말로 그렇게 야구를 잘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초등학교 5학년(올해 6학년)입니다. 키가 167cm정도 되는데 지금은 투수, 유격수 등 모든 포지션을 다 해요. 저는 야구 하는 것을 거의 못 봤어요. 저도 대부분 학교에 있기 때문에 얼굴을 볼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집에 가면 거의 자고 있고요. 솔직히 아빠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라이벌에 대해서도 진솔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사람들은 라이벌을 만들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예상 밖으로 라이벌들끼리는 다 친해요. 저도 (강)효종이랑도 친하고, (김)진욱이랑도 친합니다. 사람들은 라이벌이라고 하면 안 친하고 서로 으르렁 댄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 장재영이 처음 밝히는 진심 어린 속내  "많이 도와주신 만큼 보여드리지 못해 속상합니다” 

 

 

"올해 일단 잘하고 생각하겠습니다" 

 


어느덧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올 시즌 목표와 각오를 물어보았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야 꾹꾹 눌러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꽤 큰 울림이 있었다.

“올해 목표는 역시 팀 우승이죠. 황금사자기나 청룡기 우승을 차지하고 제가 마지막 투수가 되고 싶어요.

제 개인적인 목표는 ‘보답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기자님뿐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이나 지도자분들이 저를 ‘최고 유망주’, ‘최고의 재능’ 등으로 포장해주셨는데, 제가 보여드린 것이 너무 일천해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과연 그 정도 선수인가’ 의문이 들 때도 있고요. 제가 잘해야 도와주신 분들도 보람을 느끼실 텐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올해는 제대로 해서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스타의 길은 외롭다. 대중들은 언제나 최고의 모습을 요구하고, 그에 부응하는 것은 스타의 숙명이다. 지금도 이럴 진데 프로에 입단하면 더욱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견뎌야 한다. 이 세계에서 부진에 대한 변명은 통용되지 않는다. 장재영은 고교생이면서도 벌써 그것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고3 장재영... 과연 올해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이제는 모든 것이 평온해졌다. 아팠던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멘탈도 정상을 되찾았다. 

“못하면 욕먹는 것이 당연하죠. 이제 저도 댓글은 안 봐요. 제가 노력해서 성적이 나오면 알아주실 것이라고 믿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릴 뿐이죠.” 
   
그는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다시 달린다.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오지 못할 마지막 고교생활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그리고 그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원대한 꿈을 위해.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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