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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북중 곽채진 감독의 프로 12년‧아마 17년 … “애들아~ 좋은 자세는 꼭 만들어서 가야해”
언북중 곽채진 감독의 프로 12년‧아마 17년 … “애들아~ 좋은 자세는 꼭 만들어서 가야해”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5.11 22: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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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에서 중요한 것은 1. 좋은 밸런스 2. 길게 공을 던지는 것 3.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는 것

언북중학교 곽채진 감독은 추성건 자양중학교 감독과 함께 가장 화려한 프로경력을 갖고 있는 감독이다. 고졸 우선지명으로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해 무려 12년을 활약했으니 그럴만하다. 거기다가 무려 전설의 92학번이다. 임선동, 조성민, 정민철, 박찬호 등과 동기다. 거기에다 프로야구 은퇴선수협의회 간사직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경북지역에서 고교시절을 보냈고 고향이 대구인데 서울에서 오랜기간 지도자생활을 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 “원래는 대학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도망가시는 바람에 삼성 입단” 

 

 

언북중학교 감독실에서 만난 곽채진 감독

 


곽채진 감독은 경주고 출신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경주고는 야구에서 그리 유명한 학교는 아니었다. “1학년때 형들이 꽤나 야구를 잘했다. 그 시골에 있던 학교가 전국대회 준우승 1개, 4강 2개를 들 정도였다. 당시 부산고등학교와 대통령배 결승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결승전 선발이 부산고 강상수였다”

곽채진 감독은 당연히 1학년때부터 주전투수였다. "솔직히 경북 내 경기는 내가 다 던졌다. 경북에서 포철하고 우리하고 예선을 하면 먼저 2승하면 끝나는데 첫 날 , 두 번째, 세 번째 경기 내가 다 완투했었다. 27이닝 혼자 던졌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하며 웃는다(참고로 곽 감독의 고3시절은 전국체전 4강이 전부였다). 

 

 

전성기 시절 삼성라이온즈의 투수 곽채진(본인제공)

 

 

곽 감독은 고졸우선지명으로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사실 곽 감독은 대학에 가고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대학은 연대던 고대던 내가 원하는 학교를 갈수 있었다. 2학년때부터 오라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체격도 좋았고 경북에서는 야구도 좀 했다 그런데 3학년 7월달에 갑자기 감독님이 그만두셨다. 난리가 났다. 삼성에서는 계속 오라고 얀락이 오고 감독님이 안계시니 입시가 갈팡질팡이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삼성을 만나러 가셔서 지장을 찍고 오시더라”

당시 받은계약금이 2천만원... 거기에 소위 말하는 뒷돈으로 1천만원 정도 더 받아서 3천만원 정도를 받고 프로에 들어가게 되었다. 

곽 감독은 전설의 92학번이다. “대구 쪽에서는 (최)재호, (전)병호가 제일 유명했고 경북에서는 나였고, 서울은 (임)선동이‧(조)성민이였다. 사실 고교시절에 (정)민철이는 이름이 별로 없었다. (염)종석이도 마찬가지고.... 둘은 고교시절보다 프로가서 완전히 빛을 본 케이스” 라고 당시 고교시절을 회고한다.  

 


 

2. 삼성에서의 7년, 해태에서의 4년... 그리고 두산에서의 마지막 1년

 

 

 

라이온즈파크 개장기념 레전드로 초대된 곽채진 감독
라이온즈파크 개장기념 레전드로 초대된 곽채진 감독(본인제공)

 


곽 감독은 현재 삼성과 해태의 은퇴선수 모임에 회원으로 가입이 되어있다.  삼성에서 7년.... 기아에서 4년... 두산에서 1년을 보냈다. 특히 두산에 있을 때 김인식 감독님이 본인을 굉장히 예뻐해주셔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말한다. 

“내가 최고 8승 8세이브까지 했다(1999년). 1998년~99년 2년간은 중간에서 정말 많이 던졌다. 이닝수가 100이닝씩 다 넘었으니까.... 거의 50경기씩 나갔었던 것 같다. 내가 있었을 당시는 삼성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청주고 인철이형도 유망주였고, 김상엽도 있었고, 태한이형도 그렇고.. 이동수도 친구였다” 

그가 기억하는 삼성은 지금과는 다소 달랐다. 당시는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구단이었다. "내가 처음 2군에 있다가 1군에 올라오자마자 단장님이 용돈으로 쓰라고 당시로는 매우 큰 몇백만원을 주시더라. 어린 나이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라고 할정도로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곽 감독은 “당연히 첫 선발경기다. OB하고의 경기였는데  처음 나가서 너무 다리가 떨려서 공이 손에서 빠져 2번타자 장원진 형 목덜미를 맞췄던 기억이 난다. 김형석 등 OB 형들이 내가 하도 제구가 안되니까 무서워서 홈플레이트에 붙질 않더라”라고 크게 웃으며 말한다.   

 

 

레전드들의 파이팅... 가운데 이만수 이사장도 보인다 (본인제공)

 

 

이만수 이사장과도 인연이 있다. “당시 내가 이만수 선배님 딱까리였다”란다. 그러면서 “20살 신인 때 광주원정을 한번 간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랬다. 밤 8시반정도 되면 호텔방의 불이란 불은 다 끄고 잔다. 그리고 새벽 6시되면 깨운다. 어린 나이에 죽을 맛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스윙훈련을 하시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내가 이만수 선배님이 포수에 앉아계실 때 딱 한번 고개 흔들어봤다. 그러자 선배님이 오셔서 ‘후배님, 그냥 던지라는대로 던지세요’ 하시더라. ‘예 알겠습니다’라고 하고 고개 다시는 흔들지않았다”라고 이만수 대 선배와의 추억을 회고한다.

마지막 두산에서의 1년은 좌절과 인내 점철된 시간 다름아니었다. "공 한번 제대로 던져보겠다고 진통제를 7알씩 입에 털어넣고 버텼던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안되더라”라며 씁쓸하게 말한다. 

 


3. 곽채진의 투구이론 첫 번째  - “중학교때는 캐치볼만 제대로 해도 반은 먹고 간다” 

 

 

언북중 곽채진 감독이 말하는 피칭이론

 


곽 감독은 2003년 두산베어스를 은퇴하고 나서 경동고 코치 4년정도를 있었고 덕수고에서 1년을 있었다. 당시가 성영훈, 양종민 등 소위 덕수의 황금기 시절이었다. 그리고 신일고 코치 3년 정도했었고 고양원더스에서 1년 투수코치를 하다가 10년째에 감독이 되었다(2012년말).

문득 궁금했다. 왜 프로 코치로 가지 않았을까.  “내가 처음 나왓을때만 해도 지금처럼 선수단 자체가 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나이 많으신 코치님들이 굉장히 많았다. 내가 나왔을때가 32살이었으니까 코치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신중하게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는 곽채진 감독

 

곽 감독은 투수출신 답게 투구에 대한 확실한 이론을 지니고 있었다. 언북중을 취재하기 위해서 왔지만 그의 투구이론은 사장시키기는 참 아까운 내용들이 많았다. 

곽 감독은 중학시절은 '좋은 자세만 만들어도 성공' 이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다. 가장 먼저 선수들이 들어오면 캐치볼부터 시킨다. 캐치볼이 안되면 '소위 선수취급을 못 받는다'고 생각해서 예쁜 스로잉 동작을 만드는 것부터 전력을 기울인다. 설령 체격이 작더라도 상관없다. 공을 예쁘게만 던지면 고교에 올라가서 체격이 크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것이 곽 감독의 믿음이다. 

“기본적으로 기본기가 좋고 공을 예쁘게 던졌던 애들이 나중에 체격이 커지면 잘한다. 이수중의 안우진, 영동중의 박신지가 대표적이다. 몸이 말랐고 공을 예쁘게 던졌다. 애들은 고등학교가서 힘붙으면 무조건 프로갈 애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 알겠지만 당시는 120km/h 밖에는 못던졌다”라고 말한다.  

그는 투수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팔의 유연성' 과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몸의 힘을 온전히 쓸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밸런스' 를 먼저 본다.

“몸이 작더라도 힘을 쓸 수 있는 아이가 있고 힘을 못 쓰는 아이가 있다. 그게 몸의 밸런스다. 그리고 이는 어느정도 타고나는 부분이다. 그게 안되는 아이들은 덩치가 커도 힘을 못쓰는 아이들이다. 대표적으로 내 제자 중에 NC다이노스의 김재균이라고 있다. 그 아이는 조그마한 녀석이 145km/h를 때리지 않나. 조그마한데 자신의 몸을 다 써서 힘을 방출 할 수 있는 녀석이다”라고 예를 든다.  

 

4. 곽 감독의 투구이론 두번째 - "투구는 타점보다는 앞으로 끌고나와서 던지는 것이 중요" 

 

 

투구폼은 누가 봐도 부드럽고 끊김이 없어야 한다(사진은 언북중 조우현)

 

하체밸런스가 좋아야 공을 끌고 나갈 수 있다

 

 

곽 감독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타점보다는 얼마만큼 앞에서 던져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던질려면 하체가 좋아야한다. 하체밸런스가 좋아야 앞으로 끌고나올 수 있다. 하체가 빨리 서는 선수들은 공을 빨리 놔야 한다. 곽 감독은 늦은 몸통회전이라는 말을 예로 들었다. 몸통 회전은 최대한 늦게 해줘야 한다. 체중이동이 앞쪽으로 80퍼센트 이상 되었을때 몸통 회전이 되어야지 앞에서 던질 수가 있다. 50% 이동과정에서 몸통회전이 빨리 도는 선수들은 공을 빨리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체밸런스가 빨리 무너지는 것이다.

하체밸런스를 잡기 위해서는 근력과 유연성 둘 다 필요하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미국 선수들이 팔로만 던지는 것 같아도 절대 팔로만 던져서는 그 스피드를 던질수가 없다. 덩치가 크고 투박해보여서 그렇지 자기만의 리듬이나 투구밸런스를 가지고 던지는 것이다. 팔 로만 던지면 팔은 고장나게 되어있다. 공을 던지는 자체가 인간의 신체를 망가뜨리는 비정상적인 행위인데 잘못 된 자세로 던지면 그건 당연한 일” 이라고 그는 말한다. 
 

 


5. "애들아, 야구 오래 하고 싶지? 지금 잘하지 않아도돼. 다만 좋은 자세는 꼭 만들어서 가야해" 
  

 

 

"야구를 오래하기 위해서는 좋은 자세가 필수"

 

 

곽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부드러움'이다. 

“좋은 투구폼은 부드러워야 한다.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걸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 팔이 부드럽고 폼이 부드러운 애들은 자기 밸런스로 던지는 것이 딱 보인다. 힘으로 우겨넣는 투수는 일정 수준 이상이 지나면 공 구속이 떨어지고 구속이 떨어지면 힘이 들어가니까 제구가 흔들린다. 그런데 밸런스가 좋은 투수는 100구를 던져도 공의 힘이 떨어지질 않는다” 라고 말한다. 

그가 또 하나 강조하는 내용은 소위 '길게 공을 던지라는 것' 이다. 딱 끊어지는 느낌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팔로스로우'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하나 둘의 리듬이 아니고 하나~두~~울의 밸런스다. 공을 짧게 끊어치면 팔에 무리가 간다. 그래서 나는 공을 길게 던져주라고 이야기를 한다. 현재 우리 팀 우현이도 그런 부분이 좋은 아이다. 끊어치면 많은 힘은 쓰지만 타자 쪽에서 볼때는 회전력이 떨어져보인다. 길게 가는 애들은 회전력이 살아있다” 라고 곽 감독은 설명한다.  

아무나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을 길게 던지기 위해서는 어깨가 유연하고 강해야 하고 하체도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잘 버텨줘야한다. 공은 앞의 근육이 아니라 뒤의 근육으로 던진다. 당연히 견갑골을 위시한 뒷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누구나 다 끝까지 공을 눌러주고 싶어한다. 그게 다 되면 전부 프로가게??”라며 그는 호탕하게 웃는다.  

 

 

 

 

 

야구는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행위인데 자세마저 나쁘면 부상은 더 빨라질 수 밖에 없다. 힘은 나중에 키워도 되지만 자세만큼은 중학교때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면서 자신의 예를 든다. “나는 지금 태어났으면 조금 더 좋은 기술을 배웠을 것 같다. 나는 팔에 의존하는 투구폼이었다. 타점은 좋았지만 밸런스는 별로였던 것 같다”라고 회고한다. 

그는 인터뷰가 끝난 직후에도 밖으로 나가서 아이들을 붙잡고 다시금 강조한다.

“고등학교 가서 스로잉 자세 고칠려고 하면 정말 힘들어. 죽어~ 죽어... 못 고치는 경우가 태반이야. 못 고치면 유니폼을 빨리 벗어야해. 야구 오래하고 싶지? 지금은 잘하지 않아도 돼. 느리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해. 무엇보다 중학교 3년동안 좋은 자세 만큼 꼭 만들어서 가야해”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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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2019-05-16 08:56:39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감독님이셨고, 중3년 내내 즐거운 학교생활였습니다. 어떤 차별도 없이 기회를 주셨던 진정한 지도자이시고 행복했습니다.

학부모 2019-05-12 23:57:2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리틀야구선수 학부모로서 많은 도움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