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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원‧주차장 배회하며 숨어서 연습하는 선수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기자의 눈] 공원‧주차장 배회하며 숨어서 연습하는 선수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4.26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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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여파가 잠잠해지고 선수들의 근황을 묻기 위해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선수들의 목소리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들은 무언가를 하소연 하고 싶어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한결같았다. 

"예상보다 너무 힘들어요. 솔직히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혼자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아마야구계는 훈련장 찾아 삼만리다. 
학교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학교가 폐쇄되어 운동장 사용 불가의 학교도 많다. 그러다 보니 지하 주차장, 인근 공원, 고수부지 등에서 스윙 연습, 캐치볼을 하는 정도가 전부다. 배팅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초 체력 훈련을 위해 산을 타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훈련의 효율은 떨어진다. 프로도 개인훈련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데, 하물며 미숙한 고교생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충암고 강효종(3학년)은 “시간을 정해놓고 혼자서 개인 운동을 하고 있다. 간간이 캐치볼을 하고 있기는 한데, 솔직히 혼자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힘들게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기량이 퇴보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전지훈련 이후 타자 상대로는 공을 던진적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는 현재 들어가지도 못한다. 집 근처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선린인터넷고 김동주(3학년)도 마찬가지다. 김동주는 작년 중반 MCL 수술을 받고 복귀해서 실전 감각이 전혀 없다.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단체연습 금지로 개인훈련 중이다. 박덕희 감독은 "좀 더 체계적인 관리를 해주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투수는 사정이 낫다. 야수는 더욱 힘들다. 살아있는 공을 치는 연습을 해야 하고, 살아오는 공을 잡는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일고 신준철(3학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야구는 살아있는 공을 치고 받아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니까... ”라며 말끝을 흐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공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레슨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레슨장은 가격이 상당하다. 회당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10만 원에 근접하는 곳도 있다. 여기에 몸을 만드는 트레이닝 센터는 별도다.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서 자영업과 일부 직종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당연히 학부모들의 경제적 사정도 넉넉할 수 없다. 하지만 울며겨자먹기로 거액의 지출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불안감’이다. 선수 및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올해 대학입시는 어떻게 되는지, 각종 대회가 열리기는 하는지, 대회가 안 열리게 되면 올해 고3들은 어떻게 되는지, 연습은 언제부터 가능한 것인지 불안해한다. 수시 이전 9월까지 모든 대회를 다 치르기는 일정상 불가능한 데다, 대회가 여름에 몰릴 가능성이 커 선수들이 출석 일수를 맞추기도 쉽지 않아 이에 대한 문의도 빗발친다. 

운동은 공부와는 또 달라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최소한의 인원이 필요하다. 팀 훈련은 필수다. 야구‧축구 등 단체종목은 포지션이 한정되어있어 많은 인원이 유급 할 수도 없고, 재수도 사실상 힘들다. 어떤 방식으로든 진로가 결정되어야 한다.  

야구 선수의 입시는 ‘3학년 성적’이 전부다. 언제 열릴지 모르는 몇 개 남아있지 않은 소수의 대회에서라도 제 실력을 보이려면 미리 몸을 만들어놔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몰래 단체연습을 강행하는 학교가 나오게 된다. 자연히 “우리는 안하는데 너희는 왜 연습을 하느냐“며 각 학교간의 감정의 골이 생기게 된다. 

이는 무작정 선수들을 방치한데서 오는 부작용들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위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태도만을 견지 중이고, 교육청도 묵묵부답으로 일관중이다. 현재 운동부 학생들에 대한 계획은 아무것도 내려온 바가 없다. 

물론, 그들에게 조금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참아달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방향성이라도 제시해주는 것이 옳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학생 선수들을 몇 달째 방치해놓고, 왜 이기적으로 훈련하느냐며 다그치기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 

벌써 5월이다. 아마야구가 중단 된지도 3개월이 다 되어간다. 
프로야구의 개막도 확정되었고, 확진자 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몇 달째 주차장, 공원을 하염없이 배회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 논의되어야 할 때이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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