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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 루키' 김지찬‧이승민, 작은 선수들의 영웅이 될 수 있기를
[기자의 눈] '삼성 루키' 김지찬‧이승민, 작은 선수들의 영웅이 될 수 있기를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5.02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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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 날 기자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모 고교에 다니는 학부모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OOO고 OOO엄마 입니다~요즘 김지찬 선수 보며 많이 힘을 내고 있는데 기사 공유해주셔서 아침부터 더 힘이 나는 듯 합니다. 우리 아이가 체격이 많이 작은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요즘 체중 불리고 힘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후략)”

최근 163cm의 ‘루키’ 김지찬이 화제다. 신인이면서도 연습경기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팀 내 신인 중에서는 유일하다. 특히, 주력, 수비력 등에서 발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지찬은 작년 제29회 WBSC 기장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타율 0.528(36타수 19안타) 10도루를 기록했으며, 타격상·도루상·수비상 등 개인 타이틀 3개를 차지하며 팀 내 유일하게 올스타에 선정됐다.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김지찬(사진은 작년 대통령배)

 

 

당시 김지찬을 지명한 삼성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선수가 없다. 대표 팀 내에서도 최고”라고 말했고, 이성열 감독까지 “프로도 배워야 할 센스를 지닌 선수”라며 난리였다. 대표팀 코치를 지냈던 손경호 감독은 “주력이 엄청나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청소년대회 이전까지는 김지찬이 이렇게 높은 순번(전체 15번)을 받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표 팀은 하물며 언감생심이었다. 김지찬 입장에서는 같은 경기권의 이성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이 천운이었다.(설악고 이강준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김지찬을 모가중 시절부터 6년을 봐왔기 때문이다. 김지찬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고교에서 무려 73도루를 했으며 2019시즌 타율은 0.476에 달한다. 풀타임 1번타자로 전 경기 출장한 타율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작년 대통령배 준결승에서 역투하고 있는 이승민

 

 

투수 이승민도 마찬가지다. 이승민은 대구에서는 ‘고무팔’로 불린다. 고교 기록만 놓고 보면 삼성의 ‘신성’ 원태인을 능가한다. 2년 동안 던진 이닝 수가 무려 160이닝. 16승 3패 160K 방어율 1.51이다. 웬만한 프로 선수 이상을 던졌고, 승리를 챙겼다. 당연히 고교에서는 2년 기준 전체 1위다. 

이승민은 전국대회 결승전에 3번의 선발등판을 해서 2번(2018 봉황대기, 2019 대통령배)을 이겼다. 작년·올해 지명된 모든 선수 중 전국대회 결승에 3번이나 선발등판 한 선수는 이승민이 유일하다. 지난 8월 전국체전 대구 예선에서는 상원고 이승현과 맞대결을 해서 8이닝 콜드게임 완봉승(7-0)을 일궈내기도 했다. 4월 7일 물금고 전에서는 8이닝 17K 비공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는 3경기 19이닝 37K의 무적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엄청난 기록에도 불구하고 이승민은 미지명을 걱정했던 선수다. 김지찬도 삼성이 지명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순번을 받았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좋은 기록이나 커리어를 갖고도 작은 체격, 느린 구속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미지명의 아픈 결과를 받은 수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8 황금사자기 MVP 조준혁(광주일고-인하대)이나 대통령배‧봉황기 동시 MVP 서상호(대구고-성균관대), 2019 황금사자기 홈런왕 최지강(동성고-영동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역 최단신 프로선수 김지찬, 아무도 그의 상위지명을 예상하지 못했다
현역 최단신 프로선수 김지찬, 아무도 그의 상위지명을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분명 이유가 있다. 프로와 고교는 다르다. 프로에서 한 구단의 주전 선수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 위아래로 3년의 선수들을 제칠 정도의 기량이 되어야 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는 선수보다 프로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을 때 기량이 빨리 향상될 만한 선수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모든 구단이 비슷한 기준에서 안전한(?) 지명이 주류를 이루는 현상 또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프로는 개성과 개성이 맞부딪히는 곳이다.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좋은 기량이 갖고 있는 선수들이 체격이 작다는 이유로 다른 장점들마저 평가절하를 당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작년 2차지명 당시 삼성 스카우트진의 선택은 주목받을 만하다
작년 삼성 스카우트진의 과감한 선택은 주목받을 만하다

 

 

모 고교 감독은 “최근 스카우 팅을 보면 지나치게 체격 혹은 툴에 경도된 느낌을 받는다. 아마 그렇게 지명하는 것이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 현장에서도 그런 선수들만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는 팀에 맞는 다양한 선수들을 원할 것이다.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선수들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찬‧이승민을 과감하게 상위 지명한 삼성 라이온즈의 선택은 주목할 만하다. 투타에서 체격이 작은 선수의 대표주자격인 이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는 단순히 삼성의 성공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유망주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고, 체격이 작은 선수들도 확실한 특기가 있다면 프로에서 통할 수 있다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마산고 정선우는 “작년 이승민 형의 지명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는 다양한 선수들이 경쟁한다. 체격이 큰 선수가 있으면 작은 선수도 있다. 빠른 선수가 있는가 하면 번트를 잘 대는 선수도 있고, 홈런을 잘 치는 선수도 있다. 다양한 개성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와 볼거리야말로 프로야구가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지 않을까.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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