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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베토벤의 여정을 따라가는 여행... 피아니스트 오윤주
숭고한 베토벤의 여정을 따라가는 여행... 피아니스트 오윤주
  • 한국스포츠통신=김희영기자
  • 승인 2020.06.04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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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오윤주
피아니스트 오윤주

 

(한국스포츠통신=김희영기자) 섬세한 터치와 깊이 있는 음악으로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인 오윤주가 오는 6월 27일(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저의 연주에서만큼은 제가 보이지 않고 음악이 들리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오윤주를 인터뷰했다.

피아니스트 오윤주
피아니스트 오윤주

 

코로나19,로 정신없는 가운데 공연을 확정하기까기 너무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공연 준비에 앞서 간단히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마찬가지이겠지만, 베토벤은 일찍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인연이 깊은 작곡가입니다. 베토벤의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들은 피아노 음악의 신약성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그 작품들을 공부하고, 고민하고 또 연주하면서 저의 음악세계의 기본을 형성하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여러 음악가에 의해 베토벤 음악이 많이 연주되고 있지만, 저도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과 함께했던 소나타들로 베토벤을 기념하고 싶었어요.

이번 독주회의 레퍼토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고별, ‘열정, ‘발트슈타인’입니다. 특별히 이 세 곡을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요?
발트슈타인, 열정, 고별 세 곡의 소나타들은 베토벤의 창작 황금기였던 중기의 대표적이고 유명한 소나타들입니다. 워낙 유명한 곡들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즐기면서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학생들도 많이 공부하는 작품들이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어요. 사실 이 세 곡을 한자리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살짝 부담되지만, 베토벤을 기념하는 독주회를 구상했을 때 이 작품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기에 꼭 연주하고 싶었어요. ‘발트슈타인’은 제가 고등학교 시절 독일로 유학가서 처음으로 공부한 곡입니다.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배운다는 것이 신기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고별’ 소나타는 독일로 간지 2년 정도 지나서 처음으로 독주회를 했는데, 그때 연주했던 곡입니다. 뉘른베르크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한 연주였는데 저를 제외하고는 관객이 모두 독일인들이라 독일 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학생의 연주를 어떻게 들을지 아주 긴장했던 기억이 있어요. ‘열정’ 소나타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로 진학하여 Kämmerling 교수님과 처음 공부했던 곡입니다. 당시 세계적인 명교수였던 Kämmerling 선생님께 배울 수 있다는 큰 기대를 하고 같은 클래스에 뛰어난 학생들에게 위축되지 않으려고 열심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본의 아니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 우리도 이 시기를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세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어떤 영감과 아이디어로 매 무대의 컨셉과 주제를 정하시는지, 어떻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지 궁금합니다.
보통은 가장 연주하고 싶은 곡을 중심으로 주제를 정하고 그 작품과 연관이 있거나 어울리는 작품들로 구성했어요. 최근 몇 년간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느라 모차르트에 푹 빠져 있었지요. 4회에 걸친 예술의전당 전곡연주회 이외에도 독일 드레스덴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도 모차르트 소나타만으로 독주회를 열었습니다. 사실 이번 무대는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상하려고 했는데, 베토벤처럼 저의 음악 인생과 삶에 영향을 많이 준 작곡가를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베토벤의 소나타들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했어요.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위 세 곡 모두 입시생들이 많이 공부하는 작품으로 유명한데, 교수님께 학생들을 위해 세 작품의 연습 포인트나, 팁을 주신다면 어떨까요?
베토벤 소나타만큼 학생의 기본기와 음악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곡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입시곡으로 많이 연주되는 것이겠죠? 우선 올바른 템포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베토벤 작품 템포에 관하여는 워낙 연구된 것도 많고 다양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가 있으니 참고해서 본인에게 맞는 템포를 정하고 또 악보에 쓰여있는 베토벤이 원했던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잘 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듣는 것’입니다. 본인의 연주를 객관적으로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귀를 갖게 된다면 반드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무대 경험이 있지만, 이번 연주를 통해 청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연주회가 취소되었어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 진행하게 된 독주회라 더욱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외부활동과 거리를 두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번에 연주할 작품들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청력 상실이라는 신체적 어려움을 가진 상태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던 베토벤에 새삼 경외심을 갖게 되었고 베토벤의 음악이 청중들에게도 희망을 안겨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수님께서는 현재 성신여대 학생들과 함께하고 계십니다. 개강이 미뤄져 모든 학생들과 학교 측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수님께서는 가르치는 일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 제자들과 함께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항상 저의 본업은 가르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연주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저의 연주활동 또한 한편으로는 교육적인 측면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좋은 연주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고요. 이번 학기는 코로나로 개강도 미루어지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온라인 레슨도 경험했는데, 대면수업을 시작하고 나니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정말 기쁘고 가르치는 일이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2020년 현재,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고전 클래식, 더 나아가 인문학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님께서는 교육자로서 제자들에게, 또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이러한 시대에서 고전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연주가는 없어지지 않는 직업 중 하나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감동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는 확신을 어느 정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 시대의 클래식 음악가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고민하는 일은 게을리하면 안 되겠지요. 최근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는 무관중 음악회도 많이 열리고 온라인 청중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들도 클래식의 저변 확대를 위한 좋은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추후 교수님의 활동 계획과 2020년 일정을 이야기해주세요.
올해 상반기에 다양한 베토벤 연주회가 계획되어 있었어요. 그 첫 번째로 2월에 프라하의 루돌피눔 드보르작홀에서 열린 베토벤 갈라 연주회에서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북체코 교향악단과 협연하고 돌아왔는데, 그 이후에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서 모든 연주회가 취소되었습니다. 체코 연주도 그나마 당시에 유럽에 코로나가 퍼지지 않아서 가능했습니다. 원주시향과의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 협연, 제가 활동하는 성신 피아노 소사이어티도 피아노로 듣는 베토벤 심포니를 계획했었는데 취소되었지요. 또 독도와 동해를 알리는 연주단체인 라메르에릴의 유럽투어 또한 취소되었고요. 이 모든 연주회가 상황이 좋아지면 하반기에 다시 열릴 것 같아 아주 바빠질 것 같습니다. 7월에는 서초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해설이 있는 베토벤 두오, 트리오 연주회가 계획되어 있고 더 하우스콘서트에서 주관하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피아니스트 오윤주
피아니스트 오윤주

 

인터뷰를 마치며 피아니스트 오윤주는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로 인해 누구나 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연계 역시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베토벤의 음악으로 공연장을 찾은 모든분들께 위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청력 상실을 딛고 그토록 아름답고 위대한 음악을 작곡했던 베토벤처럼, 오윤주의 음악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낼 치유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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