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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황사기] 재창단 후 2년만에 8강 - 모두가 최고의 팀으로 '경기상고'를 지목했다
[20황사기] 재창단 후 2년만에 8강 - 모두가 최고의 팀으로 '경기상고'를 지목했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6.21 11: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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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고, 경남고, 경주고를 꺾고 올라온 자이언츠 킬러 … 강릉고에 아쉽게 석패
- 이준기, 전영준, 구민수, 황태인 투수진 맹활약
- 유준서, 안진, 김서진 등 센터라인도 안정적
- 재창단 후 2년만에 첫 8강 기염

(한국스포츠통신 = 목동, 전상일 기자)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팀을 꼽는다면?  
단연 경기상고다. 관계자 대부분이 가장 인상깊은 경기력을 보인 팀으로 경기상고를 지목했다. 재창단한 신생팀 인천고, 경남고, 경주고 등 각 지역 최강팀을 모조리 꺾고 강릉고와도 엄청난 접전을 펼쳤으니 그럴만하다. 경기상고 모 코치는 “이제 겨우 8강? 결승에 올라온 것 같다”라고 할 정도로 매 경기 혈전을 치렀다. 4경기 중 3경기가 1점차 승부였다. 

 

 

매 경기 혈전을 펼치고 8강까지 올라온 경기상고

 

 

경기상고의 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짠물 조직력 야구. 
이준기-구민수-전영준-황태인(이상 3학년)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네 명만으로 대회를 소화했다. 4경기 동안 이들이 허용한 점수는 고작 9점(1점, 0점, 4점, 4점)뿐이었다. 

에이스 이준기는 작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투수였으나 이번 대회에서 더욱 완숙한 기량을 뽐냈다. 이닝 소화능력, 제구력, 변화구 등이 더욱 좋아졌다. 프로에서도 주목하는 투수다. 최고 140~141km/h의 구속을 지니고 있고, 좋은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진다. 성남고 재학 당시 “나는 2학년 때부터 많이 던지고 싶다.”라며 전학을 선택한 뚝심 있는 선수다.(이번 대회 11.2이닝 5실점11K) 

 

 

이번 대회 MVP 마무리 전영준

 


   
마무리 전영준은 이번 대회 MVP다. 4경기에 등판해 12이닝 무실점 11K의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우완 투수 중 가장 강력하게 떠오른 다크호스다. 188cm의 당당한 체격과 특급 슬라이더를 던진다. 직구 비중보다 더 높은 슬라이더 비중을 가져가며 타자를 요리한다. 이따금 던지는 패스트볼의 최고구속은 135~138km/h 사이. 

16강 경주고전에서는 135km/h(두산 스피드건 기준)가 기록되었고, 강릉고전에서는 최고 138km/h(kt 스피드건 기준)가 기록되었다. 슬라이더의 구속은 128~129km/h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공의 움직임이 좋고, 슬라이더의 제구와 각이 훌륭하다 보니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기 힘들어했다. 

 

 

황금사자기 영웅들
황금사자기 영웅들 - 왼쪽부터 전영준, 유준서, 안진, 이준기

 

 

모 구단 관계자는 "슬라이더는 최고다. 고교생이 쳐낼 만한 슬라이더가 아니다. 휘어지는 각도 좋다. 제구도 자유자재다. 다만, 슬라이더를 너무 많이 쓴다. 프로에서 저 슬라이더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속 향상이 필요하다. 슬라이더만 쓰면 속지 않는다. 큰 키에 비해 타점도 낮아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구민수는 경남고전 5.2이닝 무실점, 강릉고전 4.1이닝 2실점 등 10이닝 2실점으로 2선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타자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좋은 제구력과 운영능력으로 팀을 이끌었고, 황태인도 감초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수비의 핵 유격수 유준서(사진은 경주고전 2루타)
수비의 핵 유격수 유준서(사진은 경주고전 2루타)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센터라인의 활약이 중요하다. 유격수 유준서, 포수 안진, 중견수 김서진(이상 3학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유준서는 최덕현 감독이 서울고 코치에서 경기상고로 올 때 데려 온 선수다.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공을 잡고 던지는 기본기가 좋은 선수다. 경주고전에서 극적인 2루타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다.(이번 대회 13타수 3안타)

포수 안진은 전체적인 기량이 뛰어나다. 2루송구, 타격, 블로킹 등에서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최 감독이 올 시즌 프로지명 후보로 강력히 밀고 있는 포수이기도 하다.(이번 대회 15타수 3안타) 

 

 

경주고전 대역전후 환호하는 경기상고 선수들

 

 

중견수 김서진은 팀의 3번 타자이자 외야수비의 핵이다. 최 감독은 “중견수 쪽으로 공이 뜨면 무조건 잡는다고 보면 된다. 수비력이 정말 좋은 선수다”라고 그를 소개한다. 외야의 중심으로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이번 대회 13타수 2안타).  

16강전이 끝난 후 최덕현 감독은 “꼭 강릉고와 해보고 싶었다. 많이 기다렸다.”라며 전의를 불태웠고 유준서 또한 “(김진욱이) 무섭지 않다. 최고의 투수지만, 꼭 붙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경기상고는 끝까지 강릉고를 몰아붙였다. 4강전 경기가 끝난 후 강릉고 임성헌 코치는 “좋은 팀이더라. 특히, 감독이 말하면 그것을 선수들이 그대로 따라 하더라. 선수와 감독 간의 믿음이 돋보였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기상고 최덕현 감독 그리고 이준기

 

 

강릉고와의 8강 경기 전 최 감독은 라인업이 뜬 전광판 사진을 조용히 핸드폰 영상에 담았다. 역사적인 8강전을 기록에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기상고 63회 졸업생인 최 감독은 팀의 반복된 해체와 재창단에 마음 아파했다. 뿌리가 없어지는 아픔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법.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기에 이번 8강 진출이 더욱 소중하다.  

비록 8강에서 멈춰섰지만 그들은 후회 없이 싸웠다. 모든 것을 불태웠다고 말해도 될 만큼 자신들의 120%를 해냈다. 

패배가 확정된 후 운동장을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은 절대 쓸쓸하지 않았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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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사랑2 2020-06-30 11:3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