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인사이드] 돌풍의 경기상고, 세 번째 재창단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명문고 인사이드] 돌풍의 경기상고, 세 번째 재창단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7.03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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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황금사자기 첫 8강 진출 … 두 번의 해체 및 재창단 아픔 씻어내는 쾌거
- 안형진 야구부 후원회장 등 동문들 재창단에 큰 힘... 1억 5천만원 쾌척
- 2022년 사상 최초로 야구산업과 신설... 새로운 발전 동력 갖춰

(한국스포츠통신 = 서울, 전상일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주변. 
청와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예사롭지 않은 정기를 받은 고즈넉한 공간에 경기상고가 있다. ‘서울 한 복판에 이런 곳에 있었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 함부로 증축도 수정도 할 수 없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만들어진 본관과 그를 감싸고 있는 소나무는 숫제 학교가 아닌 고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게 하였다. 

경기상고는 2019년 재창단했다. 창단만 무려 세 번째다. 과거 백인천의 경동고처럼 전국을 휩쓸던 강 팀은 아니었다. 그 오랜 역사동안 8강 한번 가보지 못했다. 거듭된 해체와 재창단은 그런 과정에서 이뤄졌다. 

 


# 청와대 고위직 단골 테니스장을 헐고 만들어진 경기상고 운동장?  

 

 

서울시에서는 수준급의 운동장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상고

 


원래 경기상고 운동장은 테니스장이 있던 장소였다. 
테니스장은 청와대의 많은 사람이 애용하던 생활체육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철거하고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현재 경기상고 야구부지다. 경기상고 관계자는 “당시 테니스장을 철거한다고 했을 때, 종로구청에서 난리가 났다”라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운동장 부지에 더해 필요한 것이 선수 수급과 자금이었다. 안정적인 선수수습이 쉽지 않아 포기할 뻔도 했다. 여기에는 경기상고 64회 장충고 송민수 감독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굳이 근처에 산하 중학교가 없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에서는 충분히 선수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기상고의 연도별 상세 성적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단멤버. 최덕현 현 감독과 안형진 동문 야구부 후원회 회장이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경기상고 63회, 65회 선후배 관계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선수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각 학교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전학을 설득했다. 단지 인원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선수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큰 역할을 한 이준기, 전영준, 유준서, 안진(이상 3학년) 모두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전학 온 선수이고, 빠른 시간에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최 감독은 안 회장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선수들에게 말했다. 
“나는 만약에 이 학교가 창단되지 않았다면 서울고 코치도 그만뒀을 거야. 나에게 미래를 맡기라고 말해놓고, 창단이 안되면 내가 무슨 낯으로 지도자를 계속하겠어. 나는 무조건 경기상고 야구부가 창단될 것이라고 믿었고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었어. 그리고 창단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셔. 너희도 이곳에서 야구 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 부족한 자금, 시설 그리고 선수 … 안형진 동문 야구부 후원회장 비롯한 경기상고 동문들이 나섰다  

 

 

65회 안형진 동문 야구부 후원회장과 선수들이 처음으로 인사하는 자리

 


선수와 공간만 있다고 야구부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정이 필요하다. 그때 경기상고 동문들이 나섰다. 홍성권 총 동문회장, 안 회장의 지휘 아래 동문회에서 무려 1억 5천원의 거금을 모았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강당의 그물 설치, 웨이트장 건설 등에 큰 도움이 되었다. 동문 중 송유석 동인은 모교에 야구부가 생긴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무려 2천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십시일반으로 모인 동문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 KBO의 창단지원금도 큰 도움이 되었다. 1년에 1억씩 3억 원을 KBO는 창단 팀에게 지원하고 있다. 장비 8천만 원에 지도자 인건비 2천만 원이 그것이다. 그러한 재정을 바탕으로 전학 온 17명의 선수 전원에게 장비를 전부 새것으로 지급했다.

 

 

경기상고 최덕현 감독 그리고 그가 직접 만든 전문 교재

 

 

지금도 경기상고는 매달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최 감독 또한 많지 않은 월급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한다.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길 바라서다. 

웨이트장은 최덕현 감독이 직접 관여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최 감독의 전문이다. 매일 아침마다 웨이트장에서 기구와 씨름한다. 그런 특기를 살려 최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 매뉴얼과 웨이트 매뉴얼을 직접 만들었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과 프로그램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오래된 관습?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버릴 수 없는 가치 

 

 

오래된 관습? 아니 경기상고가 추구하는 진짜 가치

 


이번 황금사자기 8강에서 맞붙었던 강릉고의 모 코치는 경기상고를 가리켜 “굉장히 조직적이다. 최 감독을 중심으로 잘 짜인 팀이다. 선수들이 마치 ‘머신’ 같았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조직력이 훌륭하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경기상고는 이름부터 학교 분위기까지 다소 ‘고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일단 ‘상업고등학교’라는 명칭을 계속 갖고 가는 것부터가 그렇다. 현재 ‘상업고등학교’라는 이름을 쓰는 학교는 전국에서 '군산상고'와 '경기상고' 뿐이다. 여기에 모발을 짧게 깎는 것이나, 애교심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그들은 훈련 시작 전 몇 가지 루틴이 있다. 지켜야 할 계명 4가지를 외친다. 또한, 교가를 부르고 훈련을 시작한다. 요즘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야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주위에서 요즘은 그러면 안 된다고 나를 말리더라. 하지만 나는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이곳에 출전 기회를 위해 모인 선수들이다. 애교심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년 후에는 이 아이들 중 경기상고 감독이 나올 것 아닌가. 순수한 애교심과 뜨거운 열정 … 그것이 고교야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 고교 최초의 ‘야구산업과’ 탄생, 첫 전국대회 8강 … “너희들이 경기상고의 희망이다”

 

 

 

 


몇일 전 포철고 야구부의 해체 추진 소식이 모든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야구부의 창단은 쉬운 것이 아니다. 키워나가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최 감독은 “부끄럽지만 긴 역사 동안 이번이 최초다. 그래서 더 감격스럽고, 더 자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도 야구부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야구부가 위기의 경기상고를 구원해줄 메시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경기상고 또한 최근 줄어드는 학생 수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 학년이 100명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이대로 계속 줄어들면 1923년 생긴 학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그런 와중에 야구부가 생겼고, 야구부의 선전에 힘입어 다시금 발전 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신입생도 한 학년에 150명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최근 야구부의 인기를 타고 계속 학생 수는 늘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하나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러한 동력에 힘입어 전국 모든 고교 중 사상 최초로 ‘야구산업과’가 개설이 된다. 야구산업과는 말 그대로 야구에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훈련 시간을 수업시간으로 인정해준다. 야구 선수들을 위한 특성학과다. 야구 관련 특성학과가 생긴 것은 전국에서 경기상고가 처음이다. 2022년 신입생들부터 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이미 교육청의 허가도 떨어졌다.
 

 

역대 최초의 8강 진출.... "너희가 경기상고의 희망이다"

 

 

야구산업과는 대단히 중요하다. 야구 외에도 야구산업 관련 실전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 야구와 공부를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당연히 이와 관련해 신입생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현재 할당된 20명의 신입생을 채우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오히려 부족할 지경이다. 그 과정에서 엄형찬(1학년), 채범준(1학년) 같은 좋은 선수가 경기상고에 입학하기도 했다.  

안 후원회장이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 파티를 열었다. 8강에 진출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다. 그리고 강당에서 “고맙다. 너희가 우리의 희망이다.”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최덕현 감독 휘하 경기상고인들은 희망한다.

야구부가 경기상고의 굳건한 희망이 되어주기를. 저 본관 앞에 늘어서 있는 노송처럼 언제나 변하지 말고 늘 푸르게 경기상고를 든든하게 지켜주기를.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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