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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기] '현란한 체인지업' 대구고 서준우, 지긋지긋한 덕수고전 악연 끊어내다
[청룡기] '현란한 체인지업' 대구고 서준우, 지긋지긋한 덕수고전 악연 끊어내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7.29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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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고전 3년만의 첫 승리에 큰 역할 … 4.2이닝 무실점

(한국스포츠통신 = 목동, 전상일 기자) 지긋지긋한 악연이다. 대구고에게 덕수고가 그렇다.
3년 연속으로 청룡기에서 대회 초반에 만나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대구고는 최근 2년간 전국대회 3회 우승, 1회 준우승의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유독 덕수고에게는 약했다. 2년 동안 무려 3번이나 패했다. 2018년 청룡기 32강, 2019년 청룡기 16강, 그리고 작년 고척돔에서 펼쳐졌던 100회 서울전국체전 결승이 그것이다. 대구고로서는 감추고 싶은 역사 다름 아니었다.  

 

 

대구고 서준우의 현란한 체인지업

 

 

하지만 난세에는 영웅이 나타나는 법. 대구고에는 비장의 무기 서준우(180/88, 우우, 3학년)가 있었다. 서준우는 7월 28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덕수고와의 32강전에서 선발 이정수를 구원해 3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4.2이닝을 2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정수(3학년)가 흔들리며 위기에 처해있던 상황에서의 등판이라 더욱 그의 호투는 값졌다. 대구고와 덕수고의 성패는 구원 투수의 차이에서 크게 갈렸다. 

이날 사이드암 서준우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좌타자 유정택(2학년), 나승엽, 박찬진(이상 3학년) 3인방. 이들은 서울에서 최상급으로 꼽히는 좌타자들이다. 하지만 서준우는 김태석 코치에게 전수 받은 절묘한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그들을 상대했다. 나승엽에게도 정면승부를 걸었다. 비록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주자를 모아주지 않으면서 호투의 비결이 되었다. 

서준우는 올 시즌 대구고 마운드의 키다. 무려 20이닝을 투구했고, 평균자책점 또한 2.25로 준수하다. 대구권에서는 기록이 가장 좋다. 안정감은 서준우가 팀 내 최고다. 4.2이닝이나 던졌음에도 투구 수가 60개가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경제적인 투구를 했는지를 증명한다. 

 

 

머리랄 짧게 깎고 심기일전 하는 손경호 감독
머리를 짧게 깎고 심기일전 하는 손경호 감독

 

 

서준우는 과거 다소 간결했던 투구 폼의 변화를 시도했다. 원래 하지 않던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고, 다리를 한 번 더 털고 들어가며 몸이 앞으로 빨리 빠지는 것을 방지했다. 또한, 스피드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투구하며 코너워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손경호 감독은 그런 서준우가 마냥 기특하기만 하다. 
손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수다. 사실 아직 내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시즌 초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스피드도 140km/h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 주말리그에서부터 페이스가 떨어져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 잘 던져줘서 고맙다.”라며 제자의 맹활약을 극찬했다. 

서준우는 이미 작년에도 아마야구팬들에게 선을 보인적이 있다. 바로 대통령배 준결승 부산고전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낸 승리투수가 서준우였다. 그의 투구가 있었기에 대구고는 대역전극을 일궈내고 대통령배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서준우가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바로 그때라고 말하는 이유다.  

 

 

스승의 삭발에 보답하는 제자의 역투

 

 

손 감독은 주말리그가 끝난 후 홀로 삭발을 감행했다. 현재 손 감독의 머리는 팀 내에서 가장 짧다. 나이가 50이 훌쩍 넘은 감독이 홀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경기에 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손 감독은 그것을 “심기일전”이라고 표현했다. 

손 감독의 의지에 제자 서준우가 화답했다. 3년 만의 덕수고전 승리라는 큰 선물로 말이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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