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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음의 부상' 너무 짧게 끝나버린 진흥고 좌완 박민서의 전국대회
[기자의 눈] '마음의 부상' 너무 짧게 끝나버린 진흥고 좌완 박민서의 전국대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8.16 0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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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통신 = 목동, 전상일 기자) 진흥고 박민서(186/88,좌좌,3학년)가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쉽게 올 시즌 전국대회를 마무리했다.

박민서는 8월 13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경남고와의 대통령배 32강에서 0.1이닝 동안 2피안타에 1사사구 1폭투 3실점 3자책점을 하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가 지명 전 마지막 전국대회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결과였다. 

 

 

경남고 전에서 아쉬운 투구를 선보인 박민서

 

경남고와 광주진흥고의 경기에서 스카우트들이 가장 큰 관심를 보인 선수가 바로 박민서와 김창훈(경남고 3학년)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활은 결국 미완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황금사자기에 비해 구속과 제구 모두 훨씬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전 투구를 할 만한 제구 수준은 되지 못했다. 최고 구속은 139km/h가 기록되었고, 대부분 136km/h ~ 138km/h 사이의 구속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제구를 잡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본인의 스피드를 전혀 내지 못했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박민서의 첫 공식 등판은 6월 19일 황금사자기 8강 율곡고와의 경기. 
하지만 지켜보던 모든 이가 놀랐다. 단 두 타자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사사구가 문제가 아니었다. 폭투를 몇 개씩이나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연고팀 기아 권윤민 팀장을 비롯해 다수의 스카우트 관계자가 “전국대회에서 잔디에 공을 꽂는 투수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음날 박민서는 김해고와의 경기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또다시 몇 개의 엄청난 폭투가 이어진 뒤였다. 

그랬다. 입스에 가까운 증상이었다. 팀 동료들도, 오 감독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차마 직접 말로 꺼내기 힘들었을 뿐이다.

 

 

 

 

기자는 ‘박민서가 좋다’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전남 영광까지 직접 운전해서 그를 만나고 온 바 있다. 그것이 지난 5월의 일이다. 왼손에 140km/h을 던지는 186cm의 장신 투수였기에 프로 구단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해보였다. 위에서 내리 꽂히는 회전이 많이 걸려있는 묵직한 공 끝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제구가 이 정도로 안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소위 '칼 제구'는 아니더라도, 고교에서는 무난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두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어떤 계기로 마음의 부상이 찾아온 것이다.(위 영상은 지난 5월 진흥고를 직접 방문해 박민서의 불펜피칭을 촬영한 영상이다.) 

사실 김해고와의 4강전에는 올라가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TV로 생중계되고 있었기에 이날도 안 좋으면 만천하에 자신의 상태를 공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오 감독은 본인과 이야기를 해보고 등판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면 올려보냈을 리가 만무하다.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박민서는 8강전이 끝난 직후 호텔에서 섀도 피칭만을 무한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민서의 투구를 지켜본 모 야구관계자는 그런 부상은 꽤 오래간다. 그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나게 노는 것이 맞다.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5월까지는 이상이 없었던 박민서의 제구력
5월까지는 이상이 없었던 박민서의 제구력

 

그렇게 황금사자기가 끝나고 박민서는 아예 공을 놨고, 조금씩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기록을 발견했다. 7월 11일, 7월 16일, 7월 17일 주말리그에서 박민서가 총 3이닝 9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리고 8월 2일 광주제일고 전에서는 1이닝을 사사구 없이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첫 번째 무사사구 경기였다. 회복세를 보였기에 이번 등판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의 부활은 결국 미완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사실 성적으로 보면 프로 지명을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가능성은 아직 '미약하게' 남아있다. 발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기 때문이다. 원래 안 좋았다기보다 갑자기 안 좋아진 경우라서 더욱 그렇다. 올 시즌 같이 2차에서 왼손투수가 부족하다면, 10라운드에서라도 모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8라운드 이후 하위지명은 단점을 배제한 장점만을 본 지명이기 때문에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의 취향과 전략에 달려있는 문제다.  

 

 

박민서, 실낱같은 희망 잡을 수 있을까

 

광주진흥고 오철희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말리그때는 이것보다 훨씬 좋았다. 스피드도 145km/h 까지 회복되기도 했다. 사실 현재 보여준 모습만 보면 지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지난 겨울 많은 구단이 민서의 좋을 때 모습을 보고 가셨다. 그리고 지금도 민서를 보러 오는 구단이 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준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전국대회는 끝났지만, 박민서는 남아있는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도 등판을 계속할 예정이다. 따라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노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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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2020-08-16 16:33:38
딱 로떼 타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