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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이슈] '좋은 출발, 아쉬운 마무리' 배명고 이웅찬, 프로행 막차 잡을 수 있을까
[드래프트 이슈] '좋은 출발, 아쉬운 마무리' 배명고 이웅찬, 프로행 막차 잡을 수 있을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9.04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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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드래프트는 인생과 같다. 철저하게 냉정하고 잔인하다. 
피도 눈물도 없다. 아주 소수의 경기에 따라 상위, 중위, 하위를 단칼에 나눠버린다. 드래프트에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최상위 순번의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순번에 관계없이 프로행을 간절히 바라는 선수가 훨씬 더 많다. 

 

 

배명고 3학년 유격수 이웅찬(사진 : 전상일)

 

 

배명고 이웅찬(182/80,우우,3학년)도 그런 선수 중 하나다. 
그를 처음 봤던 것은 2년 전 가을이었다. 2018년 당시 배명고는 서울시 추계리그에서 성남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때 배명고의 유격수 자리에서 힘을 보탰던 선수가 1학년 이웅찬이었다. 당시 그는 전 경기에 유격수로 출장했고, 30타수 9안타 1홈런 4도루를 기록했다. 1학년이 3할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유망주라는 증거였다. 

그리고 2020년. 3학년이 된 이웅찬은 다시 배명고의 유격수 자리에 섰다. 배명고가 치른 13경기 중 2루수 2경기, 3루수 2경기 외에 9경기에서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다. 올 시즌 배명고의 축은 사이드암 김민주-이왕건(이상 3학년) 듀오다. 하지만 배명고에는 두 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수 중에도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다. 외야수 주한울(3학년)과 내야수 이웅찬이다.(주한울은 외야수 편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사실 이웅찬의 올 시즌은 순조로웠다. 황금사자기 3경기에서 9타수 3안타 0.333의 타율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TV중계가 되기도 했던 전주고전에서는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무난한 활약을 선보였다. 주말리그에서는 더욱 좋았다. 7경기에 출장해 28타수 9안타 0.321의 타율을 기록했다. 3할 중반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배명고 코칭스테프가 시즌 초 “우리 팀 외야수 주한울, 내야의 이웅찬, 박인우를 기대해 달라.”고 대놓고 자랑할 정도였다. 김경섭 감독은 “웅찬이는 타격에 좀 더 주안점을 둔 선수다. 어깨도 준수하고, 신장도 내야수 치고 나쁘지 않다. 유격수와 2루수, 3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내 개인 의견으로는 프로를 가게 된다면 2루쪽에서 자신의 장점을 더 살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학교때부터 쭉 유격수를 소화해온 이웅찬(사진 : 전상일)

 

 

김 감독의 말처럼 이웅찬은 건실한 수비와 타격이 주특기인 선수다. 안정적인 핸들링과 정확한 송구, 2루‧3루‧유격을 볼 수 있는 유틸리티 능력, 정확한 타격 능력이 그의 최고 장점이다.

목동 구장은 땅이 안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쉴새없이 불규칙 바운드가 튀어오른다. 하지만 그는 낮은 자세와 안정적인 핸들링으로 유격수 자리에서 실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비록 아주 강견은 아니지만, 정확한 송구능력은 덤이다. 주말리그가 끝날때 까지 실책도 1개밖에 없었다. 3할 중반의 고타율에 실책도 없는 건실한 수비가 뒷받침되는 서울 명문고의 유격수다 보니 더 큰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넘실 차올랐다. 

그런데 암초를 만났다. 슬럼프에 빠진 것이다. 대통령배 2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지며, 공이 잘 보이지 않았다."라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타율이 급락했고, 0.271까지 떨어졌다. 이름이 거론 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배명고의 마지막 전국대회였다는 점에서 그의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던 대통령배의 슬럼프
아쉬웠던 대통령배의 슬럼프(사진 : 전상일)

 


현재 이웅찬의 프로행은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유격수 자리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 모든 학교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경쟁하는 자리가 '유격수'다. 그리고 그가 프로의 선택을 받는다면 하위순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프로 선수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야구 선수로서 상위 1%라는 의미다. 또한, 진입하는 순간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다. 우상 오지환(LG)과 프로 유니폼을 입고 만나는 것 자체는 그가 간직해온 평생의  '꿈' 그 자체다.   

이웅찬은 마지막 남은 전반기 주말리그를 위해 다시금 스파이크를 질끈 동여맨다. 나의 진짜 가치를 알아봐 줄 구단의 9월 21일 마지막 선택을 기다리며.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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