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cm의 건장한 체격, 강한 어깨, 공 빼는 속도, 좋은 순발력이 강점
- 청룡기에서만 5개 도루 잡아내며 프로 관계자들에게 눈도장 쾅
- 유격수 김도영, 우완 강속구 신헌민‧문동주에 허인서까지 기아 행복한 고민
“저 선수 도대체 누구야? 주자가 나가면 다 죽네.”
폭염의 청룡기 당시 밤 8시가 넘는 시각. 모두가 지쳐가는 가운데 모 구단 관계자가 순천효천고와 진영고의 경기를 보면서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청룡기에서는 두 명의 2학년이 유독 눈에 띄었다. 김도영(광주동성고)이 엄청나게 빠른 발과 수준급 방망이 실력으로 스카우터들을 놀라게 하며 단숨에 2학년 유격수 랭킹 1위에 올라섰다면, 엄청난 송구 능력으로 2학년 최고 포수 자리를 점령한 선수가 있다.
바로 순천효천고의 허인서(184/90,우우,2학년)다.
# 포수가 프로에 지명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포수는 다른 포지션과는 다르다. 어떤 포지션보다 수비에 대한 비중이 크다.
타격이 아무리 좋아도 수비가 안 되면 아예 쓸 수가 없다. 하지만 1할을 치더라도 수비만 좋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포지션이 포수다. 올 시즌 0.130의 타율을 기록한 청담고 김세민이 지명된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장에서는 가장 먼저 “포수로 앉을 수 있는 선수인지”여부를 파악한다.
그것을 파악하는 기준은 세 가지가 있다. 일단 빠른 팝 타임이다. 팝 타임은 강한 어깨와 공을 빠르게 빼는 능력, 부드러운 연결 동작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세 가지가 좋으면 좋을수록 팝 타임은 빨라진다.
다음은 블로킹이다. 프로는 아마보다 훨씬 빠르고 많이 휘어지는 변화구를 잡아내야 한다. 포수가 불안하면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순발력과 골반 유연성이 담보 되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다음이 타격이다. 위의 두 가지가 일단 선행이 되고 나서 타격이 있다. 타격까지 되면 최상위권에 포함되는 것이고, 타격이 좋지 않아도 위 두 가지가 좋으면 지명되는데 큰 지장이 없다.
# 도루 저지가 주특기 … 그의 엄청난 어깨에 스카우트들이 놀랐다
허인서는 프로에 지명되는데 가장 좋은 주특기를 지니고 있다.
스스로가 “도루 저지가 나의 가장 큰 장점이고 주특기다. 1학년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공을 빠르게 빼는 능력과 강한 어깨는 자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청룡기에서 몸소 증명했다.
순천효천고는 청룡기에서 군산상고, 경동고, 진영고, 장충고 전까지 총 4경기를 했다. 4경기에서 팀 전체가 허용한 도루 개수는 3개뿐이다. 매우 적은 숫자다. 반면, 잡아낸 도루 숫자는 무려 5개다. 허인서가 혼자 5개를 잡아낸 것이다.
단순히 어깨만 강한 것이 아니라 공을 미트에서 빼는 것이 엄청나게 빠르다. 송구 정확성도 수준급이다. 그 장면을 보고 많은 스카우트 관계자가 놀랐다.
투수가 완전히 타이밍을 빼앗긴 경우가 아니라면, 한 명도 2루에서 살지 못했다. 이 정도의 도루 저지 능력은 황금사자기, 청룡기에 참가한 3학년 포수를 통틀어서도 최상위권이라는 현장 평가다.
수도권 모 구단 스카우트는 “기아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보시라. 분명히 1차지명 후보 대상자로 올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 구단 팀장은 그를 지켜보며 “다른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깨는 2학년 당시 나균안(나종덕)보다 더 좋은 것 같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허인서는 “아직 순발력이나 블로킹은 많이 부족하다.”라며 겸손해한다. 하지만 블로킹도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이다. 그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것은 184cm에 달하는 거구이기 때문이다. 허인서는 입학과 동시에 주전으로 뛰었고, 누적 150 타석을 넘어섰다. 통산 타율은 0.349에 달한다. 홈런도 2개가 있다.
순천효천고 정진 감독은 “인서는 중장거리 스타일이다. 전국대회에서는 2학년이고, 팀에 헌신하기 위해서 정확한 타격을 하지만 체격이 좋은 선수라서 3학년 때 장타가 많이 나올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 2021년 최고의 격전 지역은 전라권 … 김도영, 신헌민 경쟁구도에 다크호스 문동주, 허인서도 뛰어들다
기아 타이거즈 팬들에게 지난 1차지명은 너무 시시했다. 이의리(광주제일고)로 너무 일찌감치 결정되어 있어서,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는 내년을 위한 안식년에 불과했다. 내년 시즌 기아 스카우트 팀과 기아 팬들은 엄청난 고민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21년 마지막 1차지명에서 가장 뜨거운 지구는 ‘전라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기아 팬들은 내년 1차지명이 김도영 vs 신헌민의 경쟁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 김도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벌써 김도영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후보들이 너무 훌륭하다.
허인서 외에도 2020년 기준 전라권 투수 중 공식 경기에서 가장 좋은 스피드를 기록한 투수 광주진흥고 문동주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포수는 매우 희소하다. 재작년 KT가 2차 전체 2번으로 강현우를, 두산이 1라운드에서 장규빈을, 올해 롯데가 1차로 손성빈을, SK가 1라운드에서 조형우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팀의 뼈대를 잡기 위해서는 좋은 포수를 수혈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허인서 급 포수나 김도영 급 내야수는 1차지명에서 선점하지 않으면, ‘전국지명’에서 채갈 가능성이 있어 더욱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포수가 시급한 구단은 분명 있기때문이다.
사실 1차지명을 지금 말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 이 선수들의 기량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량이 유지된다고 해도 기아는 1차지명은 보수적인 선택을 해 온만큼 포수가 1차지명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허인서 또한 "그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구단이든 뽑아주시기만 하면 감사하죠. 저의 목표는 전국대회 우승과 청소년대표입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2학년 시즌은 참고만 할 뿐 승부는 3학년 시즌이다.
김도영은 지금의 활약을 유지하는 것에 더해서 더 나은 유격수 수비 강화를, 허인서는 송구능력을 유지하면서 더 나은 장타 능력을, 신헌민은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해결하면서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동주는 스피드는 충분하지만, 부족한 제구가 보완되어야 한다.
내년에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가 기아 타이거즈 1차지명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기준 2학년 최고의 유격수와 포수 그리고 수준급 우완투수들까지 양손에 거머쥔 기아 타이거즈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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