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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아 타이거즈 이의리 "3억이 적은 돈인가요? 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죠."
[인터뷰] 기아 타이거즈 이의리 "3억이 적은 돈인가요? 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10.2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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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이 정도면 됐다고 말씀하셔서 흔쾌히 허락”
- “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 … 계약금보다 연봉 많이 받으면서 팀에 오래 있고 싶어”
- “2군에서 시작하더라도 선발 투수가 목표 … 양현종 선배님 족적 뒤따르고파”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이제는 신인 계약도 ‘억’ 소리 나는 시대다. 
장재영(키움 1차지명)이 9억 원에 메가톤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승현(삼성 1차지명)은 3억5천만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시선은 다음 대상인 이의리(기아 1차지명)에게 쏠렸다. 

팬들의 예상은 대략 3억5천만 원 정도. 하지만 이의리의 계약이 발표되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예상보다 적은 3억 원이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내야수인 나승엽(롯데 2차 2라운드)이 5억 원에 계약했고, 라이벌 김진욱(롯데 2차 1라운드)은 3억7천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기아 타이거즈와 3억 원에 계약한 1차지명 이의리(출처 : 기아 타이거즈 제공)

 

155km/h의 장재영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는 김진욱, 이승현, 나승엽에 못하지 않은 고교 시절을 보냈다. 1학년 때 황금사자기와 전국체전을 우승했고, 2학년 때 광주동성고와의 황금사자기 8강전에서 147km/h를 기록했다. 3학년 때는 황금사자기에서 최고 148km/h의 어마어마한 스피드를 선보이며 최고급의 좌완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줄다리기했다면 더 올려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덜컥 기아의 제시액에 도장을 찍었다.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것이 미덕인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 ‘착한 바보’ 다름 아니었다. 

그의 계약은 봉황대기 며칠 전(10월 12~13일)에 이뤄졌다. 이의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3억이 적은 돈인가요? 부모님께서 계약하자고 하셔서 저도 바로 그러자고 했습니다.”라고 뒤늦은 계약 소감을 밝힌다.  

 

계약금에 충분히 만족한다는 이의리 (사진 : 전상일)

 

계약금이 곧 자존심인 시대다.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쉽지 않으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서 오래 일을 해야지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문득 계약하자는 말은 누가 먼저 했는지 궁금했다. 이의리는 부모님이라고 답했다. 
“부모님께서 계약금보다 중요한 것은 ‘연봉’이라고 하셨습니다. 계약금을 애들보다 더 많이 받는다고 제가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나중에 연봉을 많이 받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많이 받으면 좋죠. 하지만 부모님이 이 정도 받아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부모님과 권윤민 팀장님이 이야기를 하시고 바로 학교로 와서 계약했습니다.”라고 계약의 전말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선발 투수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목표를 밝히는 이의리 (사진 : 전상일)

 

대신 그는 프로에서의 활약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신인왕 경쟁에 대해 묻자 “동계 때 열심히 하면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며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보직은 선발 투수. 비록 내년에 2군에서 선발 수업을 쌓더라도  선발로 자리 잡고 싶다고 그는 당차게 말한다. 최근 많은 신인들이 중간 혹은 마무리를 선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에게는 따라가고 싶은 발자취가 있다. 대투수 양현종(기아, 32)의 그것이다. 대선배님의 등을 바라보며 프로 인생의 첫 목표를 정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에게 선발 투수가 지녀야 할 자세를 배우겠다고 다짐한다. 

 

광주일고 앞에서 목표를 밝히고 있는 이의리 (사진 : 전상일)

 

이의리는 길게 보고 싶다고 했다. 더 멀리 보고 더 많이 배우고 그래서 더욱 멀리 날고 싶다. 계약금에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내년 시즌 2군에서 시작하더라도 선발 투수가 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동계훈련 때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년에 바로 1군에 나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2군에서 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 던지게 되더라도 열심히 할 테니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특별하지 않은 각오가 왠지 모르게 비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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