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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 인천 야구의 부활? … 인천고가 24년 만에 초록 봉황의 마음을 훔쳐냈다
[봉황대기] 인천 야구의 부활? … 인천고가 24년 만에 초록 봉황의 마음을 훔쳐냈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11.03 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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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고, 2004년 이후 16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 … 봉황대기는 24년만
- 강현구, 장규현, 노명현, 김시현 등 3학년들 맹활약
- 윤태현, 한지웅, 이찬영, 김현종 등 2학년들도 주축으로 활약
- 2016년 이후 극심한 침체 일로 겪던 인천 야구에 새바람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봉황대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인천고의 상황은 참담 그 자체였다. 올 시즌 전국대회에서 고작 2경기 밖에 하지 못했다.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모두 1회전 탈락. 프로에 4명이나 지명될 정도로 호화 멤버를 자랑했던 인천고로서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천 최강팀이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였다. 

올 시즌 인천고의 멤버는 화려했다. 5~6명 정도가 프로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돌았다. 비록 프로에 지명되지 않았어도 2루수 노명현이나 3루수 장재식도 충분히 훌륭한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없었다. 대진운도 따르지 않았다. 인천고는 ‘모래알 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 

 

 

인천고, 24년만에 봉황대기 우승

 

 

하지만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그들은 달라졌다. 계기범 감독 휘하에서 다시 뭉쳤다. 3학년들이 모두 경기에 나섰다.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경기에 나서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택적으로 3학년 출전을 독려한 학교가 많지만, 인천고만큼 3학년들이 진심을 담아 경기를 한 팀이 없었다. 

강현구는 주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경기마다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어다니며 분위기를 띄우느라 목이 다 쉴 정도였다. 장규현은 이번 대회 23타수 12안타를 기록하며 최다안타상을 거머쥐었다. 이병헌의 볼을 받아쳐 좌측 펜스를 맞히기도 했다. 전 경기에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쓰며, 1루수 백업 플레이도 열심히 했다. 이미 프로에 지명된 선수라고 보기 힘든 ‘허슬플레이’였다.  

 

 

강현구, 장규현, 노명현 등 3학년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인천고

 

노명현은 결정적인 순간의 호수비로 팀을 이끌었다.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포인트도 그의 글러브에서 나왔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어도 정말 열심히 뛰었다. ‘리드오프’ 김시현도 마찬가지였다. 결승에서 3번의 출루를 하며 1번 타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병헌을 강판시키는 마지막 볼넷은 김시현이었다.  

2학년의 활약도 눈이 부셨다. 
특히 윤태현과 한지웅 듀오가 눈에 띄었다. 윤태현과 한지웅은 내년 시즌 인천권을 대표할 최고의 마운드 듀오로 떠올랐다. 한지웅은 구속이 139km/h까지 올라갔다. 과거 LG의 용병 주키치를 닮은 특이한 스타일에 구속까지 빨라진 데다, 체형도 너무 좋아 내년 시즌 왼손 투수 쪽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윤태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전국대회 결승에서 호화군단 서울고를 상대로 2실점으로 틀어막을 만한 원투펀치를 보유했다는 것은 인천고의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인천의 주키치 2학년 한지웅

 

 

이번 대회 큰 역할을 한 에이스 윤태현
이번 대회 큰 역할을 한 에이스 윤태현

 

유격수 이찬영 또한 타격은 다소 미흡했지만, 안정적인 수비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3루수 김현종은 경기 초반 다소 실수가 있었으나, 중반 이후부터는 윤태현의 체인지업과 커브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땅볼을 잘 처리했다.  

계기범 감독은 우승이 결정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기 때문이다. 작년 청룡기 덕수고 전에서는 9회에만 10점을 주며 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올해도 성적이 부진하자 학교가 시끌시끌했다. 이제 그 모든 고생은 과거의 추억으로 넘겨버려도 될 듯하다. 

계기범 감독은 무려 16년 만에 인천고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봉황대기에서는 24년 만의 우승컵을 수확했으며, 인천고에 통산 6번째의 전국대회 우승컵을 안겼다. 인천권에서는 2016년 이후 우승은 고사하고 4강 진입도 한 번 없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인천 야구’를 부활시킨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장 강현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계기범 감독

 

 

계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3학년 들을 한 명 한 명씩 끌어안았다. 열심히 뛰어준 3학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계 감독은 “열심히 뛰어준 3학년들이 한없이 고맙다. 야구 선수로서 성공했으면 좋겠고, 설령 야구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꼭 성공하는 사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인천고는 2017년 대통령배 이후 한 번도 전국대회 4강에 가지 못했다. 그 이전 4강은 무려 13년 전인 2004년이다. 2016년에는 라이벌 동산고가 대통령배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천 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초록 봉황의 마음을 훔쳐낸 인천고에 의해 다시 시작되었다.

금빛 전성기를 예고하는 찬란한 역사가 말이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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