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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 타임캡슐] KS 4차전 영웅 송명기, 운명처럼 NC품에 안겼던 드래프트 비하인드 스토리
[한통 타임캡슐] KS 4차전 영웅 송명기, 운명처럼 NC품에 안겼던 드래프트 비하인드 스토리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11.22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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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대부중 시절 빠른 공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 … 고3 앞두고 팔 올리는 승부수
- 2018년 서울권 1차지명‧청소년대표 탈락 불운 … 청룡기 150km/h 우완 최대어 도약
- 해외파‧좌완 득세하며 2차지명 7번까지 밀리는 불운 … 투구폼 바뀌며 루키 시즌 방황
- 2020년 자신의 투구폼 되찾으며 한국시리즈 5이닝 무실점 첫 승 쾌거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건대부중 송명기는 건대부중 시절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서울권 기대주였다. 장충고 진학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는 2017년 겨울 야구 인생을 건 모험을 시도했다. 큰 신장을 살리기 위해 팔을 올리는 모험을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2016년 MCL 수술을 한데다, 팔을 올리면서 3학년(2018년) 시즌 초반에는 본연의 구위가 나오지 않았다. 

 


# 중학 시절 사이드암 투수 … 고3 시즌 앞두고 팔을 올리는 대모험을 단행하다 

 

 

장충고 시절 송명기의 투구 모습

 

 

그리고 2018년 5월. 그는 첫 번째로 큰 실망과 마주하게 된다. 기대했던 1차지명자 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주성(경기고-키움), 이정용(동의대-LG). 물론 두 명도 훌륭한 선수였지만, 송명기가 느끼는 박탈감은 컸다. 아마시절 평가는 송명기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소년대표마저 탈락했다. 이 또한 송명기에게는 큰 아픔이었다. 당시 동료인 김현수만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장충고 동료들은 “명기가 많이 실망했더라고요. 독기를 품었습니다.”라고 그의 실망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송명기는 1차지명이 끝난 직후 펼쳐진 청룡기에서 무시무시한 포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독기를 품은 것이다. 우승은 김기훈(광주동성고-기아 1차지명)이었지만, 청룡기 최고 투수는 송명기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2차지명 고졸 우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당시 안인산(야탑고-NC)과 펼쳤던 청룡기 8강전 탈삼진 경쟁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투수전이었다. 

 

 

 

당시 송명기는 슬라이더가 140km/h에 달했고, 패스트볼은 150km/h에 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송명기는 넥센의 레이더망에 있었다. 당시 청룡기에서 그의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넥센의 김재현 스카우터는 “정말 좋더라. 나는 명기를 뽑았으면 했다. 정말 좋은 투수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위에다가도 그렇게 보고했다.”라고 훗날 고백하기도 했다. 

 


# 2019 신인 2차드래프트 해외파‧좌완 강세 속 송명기 7번까지 밀리며 극적으로 NC품에 안기다

 

 

2차지명 현장에서 직접 만난 송명기

 

청룡기 당시만해도 송명기는 2차 4번 정도의 최상위지명을 노려볼만하다고 보여졌다. 특히, 넥센 지명이 유력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관측되었다. 넥센에서 그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윤정현(키움)과 이상영(부산고-LG)이었다. 당시 2차 드래프트의 화두는 <해외파-좌완>이었다. 특히, 윤정현은 해외파인데다가 몸값도 저렴한 선수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상영 또한 장신 좌완에 좋은 슬라이더를 보유해 드래프트 현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KT는 경찰청에서 제대하는 이대은을 오래전 확정했고, 삼성은 노시환-이학주 사이에서 고심했다. 한화는 노시환(경남고-한화)을 사실상 찜한 상태였다. 이학주가 내려와도 한화는 노시환이 확고했다. 당시 한화 이정훈 팀장은 "노시환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좋은 타자 유망주"라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당시 넥센은 노시환이 내려온다면 그를 선택할 의향이 있었지만, 아니라면 윤정현을 선택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NC와 송명기의 만남은 매우 극적이었다

 

SK는 내야가 취약했기에 꽤 오래전부터 황금사자기 MVP였던 청소년대표팀 주장 김창평(광주제일고-SK)을 확정했다.

당시 송명기가 저평가를 받았던 가장 큰 원인은 신장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투구 폼. 또한, 팔이 다소 돌아 나오며 타자에게 읽힌다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드래프트 직전 마지막 경기였던 봉황대기 대구고전에서 현원회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등 부진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송명기는 2차 전체 7번까지 밀렸다. 1라운드도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그의 실력을 감안하면 NC가 7번째 순번으로 그를 지명한 것은 천운에 가까웠다. 그렇게 송명기는 극적으로 NC의 품에 안겼다. 그해 NC의 1차지명이 박수현이었기 때문에 송명기는 사실상 1차지명급 대우를 받았다.(참고로 박수현은 2019년 11월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 "기자님, 고교 시절 제 투구 영상 좀 보내주세요." ... 송명기, 투구폼 때문에 프로에서 방황하다 

 

 

송명기, 2년차에 NC 다이노스의 3선발로 우뚝서다 (출처 : NC다이노스 제공)

 

 

2019년 3월 12일.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송명기에게서 였다. "기자님. 고교 시절 영상을 좀 받을 수 없을까요? 고교 시절 공이 훨씬 좋다고 느껴져서요."라고 말했다. 그는 방황하고 있었다. 당시 NC 양후승 前 팀장 또한 “명기가 팀에 합류하기 전 폼을 바꿨다. 그런데 투구폼이 너무 많이 바뀐 데다 본연의 장점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좀 헤메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루키 시즌 출발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원태인, 서준원, 김기훈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승승장구하는데, 송명기는 시범경기에조차 제외되었다. "경험으로 삼고 열심히해야죠"라고 밝게 웃으며 말하기는 했지만, 속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절치부심하기를 1년.

그는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폼을 되찾았다. 키킹은 고교 시절과 흡사하고, 팔은 고교시절보다 약간 내려갔다. 스리쿼터의 투구폼을 찾은 것이다. 송명기는 고교 시절부터 신장에 비해 유연하고 순발력이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타점이 낮았지만, 유연성과 순발력이 최고 장점으로 여겨졌다. 낮은 타점에서 흘러나가거나 떠오르는 무빙 패스트볼은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폼으로 변화한 것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원래 사이드암이었다. 자신이 최대한으로 힘을 쓸 수 있는 높이가 있다. 지금의 높이가 맞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사 장충고 송민수 감독 또한 “억지로 폼을 바꾸려고 하면 안된다. 명기는 와일드한 것이 장점인 투수다. 내딛는 왼발이 오픈되는 것에 너무 신경 써서 본연의 장점을 잃어버린 것은 큰 실수다.”라는 개인 의견을 전했다.

송명기는 데뷔 2년 차에 최고의 신진급 투수로 우뚝 섰다. 말 그대로 ‘송명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2년차가 된 지금 송명기는 당시 고교 1차지명 빅3였던 서준원(롯데), 원태인(삼성), 김기훈(기아)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9승 3패 평균자책점 3.70)

 


# 한국시리즈 5이닝 무실점 첫 승 송명기, 이제는 NC의 주축 선발 투수로 우뚝!! 

 

 

잊을 수 없는 11월 21일... 송명기는 한국시리즈 첫 승을 신고한다 (출처 : NC다이노스 제공)

 


송명기에게 2020년 11월 21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선발승을 기록했다. 참고로 함께 입단한 신인 선수 중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선수는 없다. 선발승을 거둘 선수는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   

송명기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두산을 상대로 5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선보였다. 그의 활약으로 NC는 2승 2패 균형을 이루었다. 만약 우승이라도 하게 되면 송명기의 가치는 더욱 뛰어오를 것이다.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발 투수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입지도 매우 확고해졌다.  

송명기의 한국시리즈 첫 승 그 이면에는 수많은 고난과 우연이 함께 했다. 물론, 수많은 시련을 잘 극복해낸 송명기의 뼈를 깎는 노력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말이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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