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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리포트] 영화 '글러브'의 주인공이 현실에? … 봉황기 7이닝 17K, '청각장애' 극복한 투수 김대훈을 아십니까
[유망주리포트] 영화 '글러브'의 주인공이 현실에? … 봉황기 7이닝 17K, '청각장애' 극복한 투수 김대훈을 아십니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11.25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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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천성 청각장애 … 중학교 1학년 때 야구 시작하며 또래보다 두 살 많아
- 봉황대기에서 7.1이닝 17K 미친 투구 … 개성고 전에서는 4이닝 12K 전 타자 삼진 기염
- 전라권 감독들 “광주 제외 전라권에서는 가장 좋은 투수” 한 목소리
- “군대 면제, 의사소통 문제없지만 전달 늦어 프로 구단에서 장애 어떻게 볼지 관건”

(한국스포츠통신 = 순천, 전상일 기자) 영화 글러브에서 중학 최고 투수였던 ‘차명제’는 돌발성 난청으로 쓰러진 후 야구를 포기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투수 ‘김상남’의 권유에 야구를 시작하고, 봉황대기에서 군산상고와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치며 많은 이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그런데 이런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도 있다. 그것도 같은 고교야구 봉황대기를 무대로 말이다.

 


# 봉황대기 7.1이닝 17K 미친 투구 … 개성고 전에서는 4이닝 12K 봉황기 영웅 순천효천고 김대훈 

 

 

 


10월 16일 봉황대기 1회전 순천효천고와 개성고의 경기. 
18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건장한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 4이닝 동안 무려 12K를 잡아낸다. 4이닝 12K의 의미는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냈다는 의미다. 약팀도 아니다. 개성고는 올해만 4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한 부산의 야구 명문고다. 

다음 경기도 대단했다. 선린인터넷고를 상대로 3.1이닝 동안 5K를 잡아냈다. 실점은 단 1점. 자책점이 한 점도 없어 방어율은 ‘0’다. 팀은 2회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봉황대기 2경기에서 7.1이닝 17K의 미친(?) 투구를 선보인 그 투수의 이름은 김대훈(185/80,우우,순천효천고 2학년)이다. 

 

봉황대기 7.1이닝 17K의 미친 투구를 선보인 김대훈

 

김대훈은 전국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권역에서는 꽤 유명한 투수다. 
전주고 주창훈 감독은 “김대훈은 광주 제외 전라권에서는 최고라고 보면 된다. 나는 주말리그에서 144km/h까지 봤다.”라고 말했다. 순천효천고 정진 감독 또한 “내년 우리 팀 에이스는 김대훈”이라고 확고부동하게 못 박았다.(당시 신월야구장에는 스피드건이 없어 정확한 구속을 측정하지 못했다.) 참고로 김대훈은 본인의 최고 구속을 143km/h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 시즌 성적도 26.1이닝 37K 평균자책점 1.38로 매우 훌륭하다. 185cm의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찍히듯이 들어가는 패스트볼과 같은 높이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가 매력적인 전형적인 우완 정통파 투수다. 그가 던지는 구종은 포심,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스플리터라고 본인은 밝혔다. 

 


# '선천성 난청' 청력 남아있지만 또렷이 들리지 않아 항상 보청기 끼고 운동 

 

 

항상 보청기를 끼고 공을 던지는 김대훈

 


화성에서 펼쳐진 U-15 대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차를 몰아 순천효천고로 내달렸다.   
김대훈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였다. 야구장에서 직접 인터뷰를 하기에는 의사소통이 익숙치 않기 때문이었다.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전북 이평중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보통 초등 4~5학년이 일반적이기에 시작은 상당히 늦은 편이다. 선천성 난청으로 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갔고, 중학교 때 기본기를 닦기 위해서 1년 유급했다. 따라서 또래보다 2살이 많다. 

김대훈은 보청기를 귀에 끼고 운동 한다. 잘 들리지 않다보니 말투도 다소 어눌하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달도 많이 느리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김대훈은 빼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야간에 훈련을 마무리하고 있는 순천효천고 선수들
야간에 훈련을 마무리하고 있는 순천효천고 선수들

 

 

정 감독은 “상처가 될까봐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장애를 얻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연습 중에 코치님들의 말을 빠르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불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격도 모나지 않았다. 2살 어린 동생들과 말을 트고 편하게 지낸다. 일단 실력은 충분히 프로행을 노려볼만하다. 하지만 냉정히 우완 투수 치고 아주 빠른 구속은 아니라 안정권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프로에서 ‘장애’를 어떻게 볼지 여부다. 프로는 냉정한 비지니스의 세계다. 정 감독도 이를 잘 알기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또래보다 두 살이 많지만, 군대가 면제니까 상쇄가 될 것으로 본다. 실력은 충분한데 장애를 프로구단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마지막 순번이라도 꼭 지명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내비칠 뿐이었다.

 


# “나의 롤모델은 기아 타이거즈 이민우 … 프로가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꼭 프로에 진출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김대훈은 2021시즌 순천효천고의 명운을 쥐고 있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 번도 “야구를 한 것을 후회 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연습 때 코치님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불편한 것이 속상하다고 덧붙일 뿐이다. 

동료 포수 허인서는 “초반에는 안 좋았는데,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잘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후반기에 좋아졌다.”라고 귀띔한다. 정 감독은 “타점이 높고, 패스트볼이 좋기 때문에 떨어지는 공만 자유자재로 구사가 되면 고교 수준에서는 충분히 특급이 될 수 있다.”라고 첨언했다.  

그의 롤모델은 고교 선배이면서 2015년 기아 타이거즈 1차지명을 받은 이민우. 좋아하는 구단 역시 기아다. 그는 간절히 프로행을 바란다. 고향팀이면 더할 나위 없다.  

“어떤 타자가 나와도 감독님이 알려주신 대로 공을 던지면 잡아낼 수 있어요. 이번 겨울 러닝 열심히 뛰고, 피칭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해 8강에서 주저앉은 것이 너무 아쉬워요. 물론 저도 야구가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해야 합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서요. 꼭 프로에 가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습니다.” 

 

 

김대훈, 내년 시즌 순천효천고 4강 이상으로 끌어올릴까

 

인터뷰를 마친 후 그는 잠깐의 잡담(?)도 허용하지 않고 무정하게 야간 러닝을 위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장애가 있지만, 그에 기대어 동정심을 유발하고 싶지 않다. 그를 빌미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김대훈은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혹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뛰는 것이 아니며, 그저 야구를 사랑하고 그래서 프로행을 꿈꾸는 일반적인 청소년일 뿐이라고. 내년 시즌 실력으로 자신이 순천효천고를 저 하늘 위로 끌어올리겠노라고.  

영화 글러브의 주인공 ‘차명제’처럼 말이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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