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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존심 많이 상했죠.” 명예 회복 다짐하는 이상군 감독, 그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북일고는?(2)
[인터뷰] “자존심 많이 상했죠.” 명예 회복 다짐하는 이상군 감독, 그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북일고는?(2)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12.07 1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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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일고 최근 8년간 우승 없어 아쉬워 … 꼭 명예회복 하고 싶다.”
- “투수력 다소 약해, 하지만 타격은 전혀 걱정 없다 … 내년 2학년들 최강 멤버”
- “포볼 안주는 것, 선상수비 잘해 2루타 안주는 것, 실책 줄이는 것만 집중하겠다.”
- “학부모님들에게 훈련 과정‧연습경기 모두 개방 … 대신, 개인적인 만남 없을 것.”
- “좌완 이건호가 팀의 에이스 … 우완 양경모 제구력 보완이 과제”

(한국스포츠통신 = 천안, 전상일 기자) 12월 1일 화요일 경기도 중학생 야구리그가 펼쳐지던 곤지암 야구장. 낯익은 얼굴이 팀업 캠퍼스 야구장을 찾았다. 이상군 북일고 감독이었다. 그는  홀로 자차를 몰고 중학교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가 끝나고 이날 오후 팀 연습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연세중과 개군중 선수들의 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며, 꼼꼼히 선수에 대한 평가를 메모했다. (참고로 이날 경기장을 찾은 고교 감독은 이 감독이 유일했다.)

이 감독은 1986년 빙그레 시절 한화에 입단해서, 2001년까지 총 14시즌 동안 통산 320경기에 출전해 100승(77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3.30의 성적을 거둔 레전드 투수다. 1996년 1차 은퇴 이후 LG 트윈스 투수코치로 뛴 2년을 제외하면 한화에서 21년간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로 일했다. 1~2군과 재활군, 육성군 투수코치를 비롯해 스카우트, 운영팀장, 감독대행, 스카우트총괄 등을 두루 거쳤다. 

거기에 북일고 한상홍 교장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은 북일고 3회 동문이다. 한 교장은 “이 감독에게 부탁하면서 많은 것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렸다. 돈, 명예 등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이곳에 와준 이 감독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일고에서 본격 근무 시작... 직접 펑고를 치고 있는 이상군 감독

 

Q) 북일고로 대화의 주제를 옮겨보자. 북일고는 굉장히 감독 선임 과정도 복잡하지 않나. 

A) 맞다. 감독 선임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본부(한화그룹)에서 야구단에 후보 인사를 추천한다. 그러면 추천받은 사람들이 학교에 와서 면접을 보고, 또 다시 학교에서 결과를 본부에 올리면 본부에서 최종결정한다. 일반 고교 야구팀과는 다르다. 복잡한 과정이 있다. 

Q) 작년과 올해 북일고가 시련이 많았다. 

A) 그렇다. 작년에는 인상고에게 5회 콜드게임을 당하기도 했고, 장안고에게 청룡기에서 콜드 패를 하기도 했다. 올해는 프로 선수도 한 명도 안 나왔다. 거기에 최근 8년간 우승이 없다. 북일고하면 야구 명문인데, 8년간 준우승 한 번밖에 하지 못했다. 침체되어있다. 야구 명가로서의 명예를 되찾고 싶다.  

 

 

북일고의 핵심 왼쪽부터 김건희, 이산, 양재호, 문현빈

 

Q) 연고지 자문, 스카우트 총괄을 하시면서 4년 동안 북일고의 전력을 밖에서 보셨다. 북일고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A) 내가 북일 출신이다 보니 평소에 관심이 많았다. 올해 졸업하는 3학년들은 약했다. 하지만 봉황대기 때 보니 1~2학년(특히 야수)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더라. 정말 좋다. 현빈이는 과거 이정훈 팀장을 보는 느낌이다. (양)재호‧(이)산이는 모두 타격이 좋은 장거리포 스타일이다. 둘 다 수비보다는 타격이 좋은 공격형 야수다. (김)건희는 어깨가 강견이고, 아직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그물 상단을 때릴 정도로 파워가 좋다. (김)민준이의 수비는 익히 아시리라고 믿는다. 반면에 투수가 약하다. 내가 어떻게든 투수만 잘 만들어놓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포지션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었을 것 같다. 

A) 그렇다. 이번 동계를 치러봐야겠지만, 어느 정도는 정리되었다. 현재 베스트 라인업은 포수 김건희, 1루 양재호, 2루 박민순, 3루수 문현빈‧임해천, 유격수 김민준, 좌익수 이산, 중견수 김태윤, 우익수 박찬혁이 우리가 현재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라인업이다.(실제로 김 감독은 이 라인업으로 단국대와의 연습경기를 나섰다). 여기에 가예찬과 김지환 등이 수비, 주루에서 뒤를 받칠 수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인데 (양)재호는 외야보다는 1루수에서 좋은 타격을 살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Q) 전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포수 김의연(2학년)이 인상고로 전학 갔다. 얼마 전 의연이가 인사하러 왔더라. “나도 너를 보내게 되어서 마음이 안 좋다. 의연아~ 북일하고 시합을 하면 이 악물고 제대로 해라”라고 말했다. 방망이는 잘 치는 선수인데, 건희보다 수비가 아쉬워서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다. 반면, 새로 영입한 자원은 가영광(2학년)이다. 공주고에서 전학 온 선수인데, 팔을 조금 내렸다. 사이드암인데 공의 움직임이 참 좋다. 다만,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 길게 보다는 짧게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선수다. 

Q) 야수들의 장단점도 파악되셨을 것 같다. 선수들의 보완점도 이야기해달라. 

A) 김건희는 어깨가 좋다. 하지만 블로킹을 더 신경 써야 한다. 포수가 건희 혼자다 보니까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자꾸 볼이 뒤로 빠지면 투수들이 불안해진다. (양)재호는 조금 더 유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허리가 아파서 한 달 정도는 재활이 필요할 것 같다. (이)산이와 (김)태윤이는 배팅을 치는데 자꾸 툭툭 끊어진다. 앞이 커야 스핀을 먹으면서 공이 멀리 나간다. 수비도 연습을 더 시킬 예정이다. (김)민준이는 타격이다. 수비할 때는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이 보이는데 타격은 자신감이 너무 없다. 

 

 

이산과 가예찬에게 수비를 지도하고 있는 이상군 감독

 

Q) 북일고 투수진은 어떻게 운영될 예정인가. 

A) 중심축은 이건호(2학년)가 잡는다. 현재까지는 우리 팀 에이스다. 건호는 제구와 경기 운영이 정말 좋은 선수다. 무엇보다 공을 앞으로 끌고 가서 가볍게 던지는 능력이 좋다. 그런 점은 현역 시절 나를 닮았다. 건호가 현재 130km/h 중후반이 나오는데, 140km/h 까지만 나오면 프로를 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양경모는 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투수 중 프로에 가장 근접해있다. 다만, 제구가 들쑥날쑥해 경기에서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종우(1학년) 또한 이건호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아직은 많이 아쉽다. 장우진(1학년)이라는 장신 우완도 있다. 천안북중을 나왔는데 키도 크고 장래성이 좋다. 나는 야수가 투수를 병행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건희는 전국대회에서 짧게 마무리 투수로 한번 써 봐도 될 듯하다. 중학교 때 이미 140km/h를 넘게 던진 선수다. 공의 위력만 보면 팀 내 최고다. 건희한테 슬쩍 물어보니까 “투수도 자신 있습니다.”라고 하더라.  

 

 

 

 

Q) 코칭스테프는 모두 구성 되었는가.  

A) 우리 팀 투수 코치로 전 원주고 감독 안병원 코치가 왔다. 기존에 신경현 코치가 수석코치를 맡고, 양승학 코치도 그대로 팀에 남아 선수들을 지도 한다. 요즘은 지도자가 공부 안 하면 못 버틴다. 대화하다가 “왜 이렇게 해야돼요?”라고 질문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 코칭스테프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Q) 감독님이 고교야구를 보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고등학교 야구는 라인선상의 수비를 잘해야 한다. 1~2루간 단타는 그냥 준다. 하지만 2루타, 3루타는 최소화하겠다. 내가 지켜본 바로 고교 야구에서 타자 3명이 3안타를 쳐서 점수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포볼이 반이고, 실책이 반이고 다음이 선상수비다.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간 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신경현 수석 코치

 

추운 날씨에 야간 훈련을 시키고 있는 양승학 코치

 

Q) 고교야구는 학년에 따라 실력이 그대로 나열되지 않는다. 그래서 참 힘들다. 

A) 3학년들에게 기회는 똑같이 줄 것이다. 기량이 떨어진다고 기회를 안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학부모님들께도 선수를 편애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Q) 고교 야구 감독은 학부모님들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A) 나는 학부모님들께 모든 연습과정을 공개하겠다. 연습 혹은 연습경기가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와서 보시라고 했다. 대신에 밖에서 개인적으로 나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딱 못을 박았다.  

 Q) 올해 전지훈련 일정은 어떻게 예정하고 계시는가. 

A) 현재 프로와 아마가 모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하기때문에 운동장 섭외가 힘들다. 섭외가 가능하다면 1월 18일부터 전지훈련을 짧게라도 다녀오고 싶지만, 안된다면 2월 1일 대구리그가 첫 연습 경기다. 2월 18일부터 순천리그도 준비하고 있다. 3월에 탄천리그까지 이어진다.  

 

북일고의 좌완 에이스 이건호
북일고의 좌완 에이스 이건호

 

Q) 마지막 질문이다. 명문 북일고의 부활 정말로 가능할까. 

A) 내가 62년생이고, 81학번이다. 그렇게 길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천안 북일고의 명예를 되찾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모교라서 부담 백배다. 우리 학교의 전국대회 우승이 2012년 황금사자기가 마지막이다. 이후 2018년 봉황대기 준우승정도가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이다. 교장 선생님께서 정년이 4~5년 정도 남으셨다. 야구 사랑이 지극하신 분이다. 이 기간에 교장선생님 헹가레 쳐 드리는 것이 나의 목표다.  

 

< 마지막으로 이상군 감독은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놓은 한마디가 있다고 했다. 
전임 이종호 감독에 관한 이야기다. 이 감독은 전임 이종호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놓은 덕분에 본인이 편하게 야구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 받는 온양중 5인방은 모두 이 감독이 스카우트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전임 이종호 감독에게 너무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는 말로 긴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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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08 12:56:28
좋은 인터뷰네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