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통신 = 서울, 전상일 기자) 서울 컨벤션고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얼마 전 사의를 표명하고 구단을 나온 정민태 전 한화 투수코치였다. 정 전 코치는 얼마 전부터 아마 야구 유망주를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친분이 있었던 유영원 감독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타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수가 약한 컨벤션고를 위한 유 감독의 특단의 조치이기도 했다.
정 전 코치는 한화에서 6년간 재직했다. 다른 팀의 제의도 분명히 있었을 터. 하지만 “이야기가 있긴 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은 좀 쉬고 싶다. 일보다는 보람을 느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라며 사람 좋게 너털웃음을 지었다. 말 그대로 유 감독과의 개인적인 인연에 따른 재능기부일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 코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컨벤션고의 투수들을 지도했다. 모 선수에게는 “기합”을 지르며 공을 던지기를 요구했다.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어떤 투수는 반창고와 자를 이용해 팔을 묶고 던지게 시키기도 했다. 팔이 일찍 펴지거나 잘 벌어지지 않는 투수의 팔각도를 조정해서 ‘입스’를 치료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정 코치는 “아마 야구 현장에 와보니 수업 등의 이유로 과거에 내가 있을 때에 비해 운동량이 많이 부족하다. 몸이 안 되어 있으니까 캠프에 오면 프로의 운동량을 따라가질 못한다. 그래서 다치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운동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신인 때는 캠프에 따라오기보다 국내에서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동고동락했던 한화 신인급 선수들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남)지민이나 (한)승주는 좋은 자원이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올라오길 바란다. 그리고 (강)재민이는 올해 너무 잘했지만, 내년에는 떨어지는 구질을 확실하게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 코치는 무조건 프로만을 신봉하는 현재의 아마야구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나 때는 대학을 안 가면 선수 취급을 못 받던 시대였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고졸 선수를 선호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분위기가 너무 한쪽으로 쏠려있다. 특히, 2차 하위 라운드는 프로에 갈지, 대학을 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대학에 가서 힘을 키우고,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미래를 보며 꿈을 키우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 2차 하위 라운드는 기회가 굉장히 제한적이라, 소수의 기회에 못 보여 주면 '고졸 무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더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장에 나와 보니 오직 '프로'만을 신봉하더라. 선수들도, 부모님도 현실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민채 코치는 1992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후 1996~2003년 6년 연속 15승을 올리는 등 현역 통산 124승을 올린 레전드 투수다. 2008년 말 히어로즈의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후 2012년 롯데 코치를 거쳐, 2014년부터 한화의 투수코치를 맡았다. 이후 6년 동안 1군과 2군, 육성군까지를 오가며 투수진을 지도했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 이글스가 최하위에 처지는 등 성적이 좋지 않자 그에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