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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황기 영웅' 서울고 거포 유격수 이재현 "서울 최고? 감사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인터뷰] '봉황기 영웅' 서울고 거포 유격수 이재현 "서울 최고? 감사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1.01.23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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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큰 장점은 장타력, 수비에서는 정확히 던질 수 있는 어깨와 송구력”
빠르지 않은 발, 주루플레이 능력, 신장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혀
“2020년 가장 까다로웠던 투수는 이의리와 윤태현”
“나의 꿈은 장타력 있는 유격수 … 롤모델은 샌디에이고 김하성”
“김도영, 모든 면에서 타고난 선수 같다 … 북일고 김민준도 기억 남아”
“아직 나는 서울 최고 아니다. 올해 진짜 최고 유격수에 도전”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2년 전만 해도 서울권에서 크게 이름이 난 선수는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때 수술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태양이나 엄태경이 훨씬 평가가 높았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위에는 안재석(두산 1차지명)-송호정(한화 2라운드)이라는 출중한 선배가 있었다. 이재현은 이리저리 포지션을 이동하며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20 봉황기가 그것이다. 3학년이 졸업하고 유격수 자리를 되찾은 이재현은 미친 듯이 날아다녔다. 서울고의 준우승은 이재현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이어진 추계리그에서도 이재현은 2개의 홈런을 작렬하며 팀을 공동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 관계자들에게 눈도장도 확실하게 찍었다. 대기만성. 이재현의 성공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서울고 3학년 이재현
서울고 3학년 이재현

 

Q) 봉황대기 이후 유명해졌다는 생각이 좀 드는가.  

A) 잘 실감이 안 납니다. 유명해졌다기보다는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기는 하더라고요. 친구들도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요(웃음) 

Q)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A) 사실입니다. 저도 인정해요. 존재감 '0' 이었죠. 시즌 초반에 너무 페이스가 떨어져 있어서 마지막 전국대회니까 마음을 많이 비웠는데,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중학교 3학년 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A)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6월쯤 수술을 했습니다. 웃자란 뼈를 깎아내는 수술이었죠.(이병헌과 같은 수술이다) 물론, 전에도 딱히 잘했던 것은 아니고요. 그런 의미에서 서울고에 진학한 것이 저에게는 천운이죠. 정말 오고 싶었던 학교였거든요.  

Q) 서울고 코치님이 투수로 이재현을 스카우트 했다고 하더라. 

A) 맞습니다. 중학교 때 유격수랑 투수를 같이 했어요. 중학교 때는 둘 다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투수를 하기에는 제 신장이 좀 작아서요.(참고로 이재현은 자신의 신장을 정확하게 178cm라고 밝혔다) 

 

< 한태양은 서울고와 덕수고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았으나 결국 덕수고를 선택했다. 그것이 이재현 야구 인생의 또 다른 전기가 되었다. 그 사이 이재현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반면, 한태양은 메이저리그 신분조회를 받는 등 1학년때 부터 덕수고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전국대회 우승도 두 번이나 했다. 올해 두 선수의 자존심을 건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 

 

 

 


Q) 투수 이재현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싶다. 올 시즌 최고 구속이 얼마나 되나. 

A) 정식경기에서의 최고 구속은 139km/h입니다. 연습경기에서는 최고 140km/h까지 기록해봤습니다. TV중계에서 나타난 최고 구속은 135km/h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Q) 정확하게 던지는 구종이? 

A)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고, 체인지업은 진짜 가끔 던집니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직구를 빼면 슬라이더입니다. 

Q) 본인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홈런이 아닌 유신고전의 바로 그 수비였다. 마차도의 수비라고 하더라. 의식하고 플레이 했던 것인가?   

A) 의도적으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연습 때 몇 번 시도해보기는 했는데 시합 중에 무의식속에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별 느낌 없었는데, 많은 분이 그 수비를 기억해주시더라고요. 

Q) 좀 짓궂은 질문일 수도 있다. 안재석 선배와 본인을 비교해보면 

A) 일단 재석이형은 저보다 어깨가 좀 더 좋으신 것 같고, 수비할 때 핸들링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재석이 형에 비해 조금이라도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체구에 비해 멀리 칠 수 있는 능력 정도?  

 

< 안재석(서울고 - 두산 1차지명)은 수비를 부드럽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어깨가 강하다. 청룡기 신일고전에서 최고 143km/h가 기록되었다. 이재현도 나쁘지 않은 어깨를 보유하고 있지만, 안재석은 더욱 강하다. 그가 투수들을 제치고 1차지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유 감독은 “재현이는 (송)호정이나 (안)재석이와 기량 면에서 전혀 차이가 없는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본다.”라며 이재현을 치켜세웠다.> 

 

 

장타력있는 유격수 이재현
"김하성이 롤모델" 장타력있는 유격수 이재현

 

 

Q) 정말 체구에 비해서 타구를 굉장히 멀리 보내는 것 같다. 

A) 저의 정확한 신장이 178cm에 70kg이거든요. 저도 제 체격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몸의 회전력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죠. 

Q) 어머니가 ‘프로볼러’라고 들었다. 

A) 예. 맞습니다. 어머님께서 프로볼러 정수빈 선수예요. 같은 운동선수다 보니까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시죠. 

Q) 오!! 그럼 본인도 볼링을 굉장히 잘 칠 것 같다. 

A) 전에 많이 쳤는데 지금은 잘 안쳐요(웃음). 대략 180~190 정도 치는 것 같습니다. 

 

 

이재현이 꼽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 윤태현
이재현이 꼽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 윤태현

 

Q) 올해 수많은 경기를 했다. 아마 경기를 가장 많이 한 팀이 서울고가 아닐까 싶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A) 역시 봉황대기 결승입니다. 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히 인천고 윤태현 선수가 인상 깊었어요. 볼이 정말 좋더라고요. 볼이 직구처럼 오다가 타석 앞에서 뚝 떨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한지웅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삼진을 당했는데요. 그런 스타일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몇 번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좀 힘들더라고요. 

Q) 본인이 평가하기에 유격수 이재현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송구 능력입니다. 어깨가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스타트입니다.  

 

 

"아직 주루플레이는 보완해야할 점"

 

 

Q) 그런데 도루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의도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A) 고쳐야 할 부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타트나 주루플레이는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에게는 가장 부족한 부분입니다.

Q) 본인의 롤모델은?

A) 키움 히어로즈(이제는 샌디에이고) 김하성 선수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격수이고, 공수 부분에서 모두 닮고 싶습니다. 저도 김하성 선수 같은 장타력이 있는 유격수가 되고 싶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재현은 공격형? 수비형? 

A) 지금은 65-45정도로 공격 쪽인 것 같습니다. 

 

< 이재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장타력이다. 이재현은 연습 경기 제외 공식 경기에서 2홈런, 추계리그에서 2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모 관계자는 “정말 타격 센스가 좋다.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가 들어와도 손목으로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유격수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아쉬운 점은 역시 신장과 발이다. 안재석, 송호정 등 선배들과 비교하면 신장과 발에서 아쉽다는 것이 현장 평가다. >  

 

 

봉황대기 준우승을 했던 서울고

 

 

Q) 올해 만났던 투수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투수를 꼽아본다면? 

A) 이의리(광주일고 - 기아 1차지명) 선수입니다. 구속도 빠르지만 공 끝이 굉장히 좋아요. 순간적으로 몸으로 (팍팍)파고 들어오는 그런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재영 선수(덕수고 - 키움 1차지명)보다 더 치기 힘들었어요. 또 한 명을 꼽는 다면 윤태현(인천고 3학년) 선수입니다. 박준영(세광고 3학년) 선수에게는 안타를 뽑아내기는 했는데 볼이 진짜 빠릅니다. 제구도 괜찮아서 상대하기 힘들었어요. 키가 크다보니까 마운드에 딱 서면 위압감이 있습니다.  

Q) 봉황대기 준우승했던 날 분위기는 좀 어땠나. 

A)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코치님들도 잘했다고 해주셔서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 2020년 가장 평가가 많이 올라간 선수는 이재현이다. 서울고와 연습경기를 자주 하는 김경섭 감독이나 덕수고 정윤진 감독 또한 이재현이 서울권의 탑티어 유격수라고 인정했다. 그만큼 봉황대기와 추계리그에서 보여준 이재현의 활약은 엄청났다. 하지만 서울권은 선수층이 워낙 풍부하고 기량차이가 크지 않다. 올 시즌을 지켜봐야한다고 입버릇처럼 프로 관계자들이 이야기하는 이유다.  > 

 

 

봉황대기에서 멋진 수비로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재현
봉황대기에서 멋진 수비로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재현

 

Q) 라이벌 김도영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A) 야구 자체를 잘하는 선수인 것 같아요. 타격, 수비, 주루까지 다 너무 잘하는 것 같습니다. 광주동성고와 경기해보지 않아서 김도영 선수의 수비는 자세히는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움직임 자체가 굉장히 경쾌하고 가벼워 보였습니다. 

Q) 수비 하니까 갑자기 북일고 김민준과 맞대결 했던 봉황대기 경기가 생각난다. 

A) 그 친구는 정말... 진짜 수비를 잘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전국 최고인 것 같습니다. 

 

 

동일학교 1차지명 금지로 서울권 1차지명은 쉽지 않은 이재현

 

 

Q) 같은 팀 이병헌이 1차지명 가능성이 커서 본인의 서울권 1차지명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일학교 1차지명 금지 규정 때문이다. 아쉽지않나. 

A) 전혀 서운하지 않습니다. 병헌이는 워낙 뛰어난 친구이고, 제가 그 정도 선수도 아니기 때문에요(웃음). 

Q) 코치님들이 어떤 부분을 많이 지적해주시나. 

A) 이번 시즌에 저는 당겨 치는 타구가 많았습니다. 힘이 들어가서 몸이 열려버리니까 그런 현상이 많이 나왔는데, 타구 방향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근력적인 부분도 아직 완성 되어있지 않습니다. 수비에서는 잔실수가 좀 있는데, 그런 부분도 보완해야죠. 

Q) 내년 시즌 서울고의 전력은 어떤가. 

A) 저희 팀 내년 시즌 주장은 문정빈 선수예요. 내년에는 꼭 전국대회 우승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아직 전국대회 우승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력도 전력이지만,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아요. 애들이 전부 너무 착해요. 
 

 

 

Q) 야구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A) 중학교 3학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수술 하고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느낌? 가장 좋았던 때는 지금입니다. 봉황대기, 추계에서 제 야구인생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 같습니다.  

Q) 봉황기에서 이재현의 플레이를 본 팬들은 내년 시즌 최고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하더라. 

A)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닙니다. 더 발전해야죠. 라이벌? 뭐 그런 것도 생각 안하려고요. 저는 유격수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만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재석이 형은 그렇게만 하면 프로에 갈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던데, 만약 가게 되면 실감이 안 날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이다. 내년 시즌 잘 준비해서 안재석 선배에 이은 2년 연속 전국 최고의 유격수 가능하겠는가. 

A) 열심히 노력해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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