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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인터뷰] 북일고 박찬혁 "체격은 전혀 문제 안 돼 … 조원빈과는 스타일 다르지 않나요?"
[솔직 인터뷰] 북일고 박찬혁 "체격은 전혀 문제 안 돼 … 조원빈과는 스타일 다르지 않나요?"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1.02.1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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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고교 최다 홈런, 이만수 홈런상 수상한 고교 최고의 거포
- “작년 엄청난 페이스... 슬라이딩 하다가 어깨 부상 너무 아쉬워”
- “좋은 타격의 비결은 기본기 … 나만의 이론 정립되어있어”
- “체격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아 … 나는 유니폼 모델 아닌 야구 선수”
- “메이저리그 등록 순간 가장 떨리고 멍했던 순간”
- “조원빈과 나는 스타일 달라 … 박준영 높은 공 속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
- “한화는 가장 애틋한 구단 … 하지만 어느 팀이든 스타가 될 수 있게 노력할 것”

(한국스포츠통신 = 천안, 전상일 기자) 박찬혁과는 한밭중 시절부터 봐왔으니 4년째 인연이다. 그의 출전 경기만 이십여 경기를 봤다. 오랜만에 북일고에서 만난 박찬혁은 “1학년 때부터 저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첫 마디를 기자에게 전한다. 

그의 예상치 못한 한 마디에 갑자기 긴장이 풀어졌다. 인터뷰가 아닌 사적인 대화 느낌으로 진행이 가능할 것 같았다. 박찬혁 또한 민감한 질문에도 싫은 기색 없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까지 만나본 모든 고교생 중 가장 달변가다. 또한, 야구에 대해서 확실한 이론이 잡혀있다. 과연 직업 프로 선수 가운데도 이 정도로 야구관이 잘 정립된 선수가 몇이나 될까 궁금할 정도였다. 

저녁 7시가 넘는 시간 적막한 북일고 컨테이너에서 그와 독대했다. 사실, 인터뷰라기보다는 대화에 가까웠다. 가식의 틀을 일정 부분 벗어던진 일개 기자와 한 고교 야구 선수의 생생한 대화를 독자분들께 전달해드리고자 한다. 

 

 

치열하게 야간 개인연습 중인 박찬혁
치열하게 야간 개인연습 중인 박찬혁

 

Q) 작년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다치기 전 6홈런의 역대급 페이스였는데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A) 사실입니다.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는데…, 경기에서 다이빙했는데 왼쪽 어깨가 손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약 한 달을 쉰 것 같아요. 봉황대기 때 몸은 다 나았는데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Q) 봉황대기 때 진승현에게 때린 그 타구는 홈런인 줄 알았다. 

A) 저도 그랬어요. 맞는 순간 느낌은 있었어요. 그런데 코치님은 빚맞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봉황기는 저보다는 후배들이 잘해줘서 참 고마웠어요. 개인적으로는 아쉽죠. 좀 더 잘 칠 수 있었는데. 

Q) 전국소년체전 결승에서 만났던 당시 대구중 노석진이 세광고로 전학 왔다. 

A) 아~ 그때 기억나네요. 당시 노석진 선수는 정말 무서웠어요. 홈런도 쳤을 거예요. 그런데 다행히 제 공은 못 치더라고요.(웃음).

 

 

한밭중 시절 박찬혁의 모습

 

Q) 중학 시절 나름 좋은 투수였는데 투수를 예상 밖으로 빨리 포기했다. 

A) 저는 타자 재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키가 큰 편도 아니고, 저희 팀만 해도 워낙 좋은 투수가 많으니까요.   

Q) 문득 처음으로 3번 타자로 나왔던 2년 전 대전구장에서의 대전고 vs 주말고의 주말리그 최종전 경기가 기억난다. 

A) 맞습니다. 저도 그러네요. 그 전날 제가 공주고 제환유 선수(현재 두산베어스) 공을 펜스를 맞히는 직격 2루타를 쳤어요. 그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3번 타자인 것을 경기 전까지 몰랐어요. 그런데 갑자기 3번 타자라고 말씀하셔서 많이 놀랐어요. 거기에 상대 투수는 홍민기(현 롯데 자이언츠) 형이고. 1학년이고 긴장되는 사항에서 '공보고 공치기'를 했는데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박찬혁은 타격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다. 비결이라고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잘 칠 수 있는 비결이 뭔가. 

A) 저는 하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하체거든요. 하체의 중심이동과 하체 안쪽 허벅지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요즘 많은 선수가 트렌드라고 해서 잘하는 선수들 폼을 따라 하고, 여러 코치님께 조언을 받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것 보다는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것을 먼저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다른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타격의 폭발력은 임팩트 순간에 힘을 최대한으로 줄 수 있는 순발력에서 나옵니다.  또 하나, 힘을 쓸 수 있는 몸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그 움직임을 잘 이해해야죠. 

 

< 이상군 북일고 감독의 의견 또한 같았다. 이 감독은 “찬혁이는 하체가 정말 안정되어있다. 그것이 좋은 타격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1학년 당시 이정훈 전 팀장 또한 박찬혁을 높게 평가했다. 2021년 고교야구 3대 거포는 박찬혁, 신민철, 전희범이다. 해당 세 명은 3인 3색으로 올 시즌 홈런레이스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 

 

Q) 본인은 몸쪽 공에 더 강한가. 바깥쪽에 더 강한가. 

A) 몸쪽 공에 더 강합니다. 허리 회전을 빠르게 하면 몸쪽 공을 잘 칠 수 있습니다. 특히, 몸쪽에 빠른 공을 쳐 내려면 일단 왼쪽 어깨가 열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배트가 최단거리로 바로 나올 수 있어요. 그리고 배트스피드가 빨라야죠. 이 부분이 평소에 연습이 잘 되어있어야 시합 때 발현이 됩니다. 제가 공 빠른 좌 투수에게 강점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 (농담조로) 공 빠른 좌투수한테 강하다면서 이병헌(서울고 3학년) 상대로 시원하게 헛스윙 3개하고 들어가더라.

A) (크게 웃으며) 그때는 정말~ 정말로 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 딴에는 자신 있게 휘둘렀는데, 공이 안 맞더라고요. 뛰어난 투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나봤던 투수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투수가 홍민기 형, 이주엽 선수, 그리고 이병헌 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한화기에서 3점홈런을 때려내는 순간

 

 

Q) 그러고보니 본인은 레그킥을 전혀 하지 않는다. 

A) 저는 정확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힘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레그킥을 하지 않아도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가면 충분히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굳이 레그킥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Q) 배트를 드는 높이도 이상적이라는 평가다. 

A)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기본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배트를 높게 드는 선수도 있고, 낮게 드는 선수도 있지만 결국 파워포지션은 똑같이 ‘귀 옆’인 것 같습니다. 잘 치는 타자를 보면 테이크백을 했을 때 위치가 귀 옆에 있더라고요. 저도 최대한 그 범위를 안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트를 너무 높게 들거나 낮게 들면 파워포지션으로 배트가 오면서 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현장에서는 스윙 궤적을 보면 어퍼스윙을 간결하게 잘한다고 이야기하더라. 그것도 홈런의 비결 아닌가.   

A) 어퍼스윙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러 하려고 하면 독이 될 수 있어요. 타격은 배트스피드가 중요한데, 어퍼는 방망이가 돌아 나와서 스피드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윙의 ‘결’을 좋게 만들려고 노력 하는거죠. 항상 포인트를 우중간으로 잡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약간 어퍼가 되어서 공을 띄우는 스윙 궤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요즘 투수들 80%는 바깥쪽으로 승부해요. 그래서 바깥쪽 치는 연습을 프리배팅때도 많이 하죠. 

Q) 홈런 타자치고는 큰 체격이 아닌데 대단하다. 

A) 저의 체격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체격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유니폼 모델'이 아니라 '야구 선수'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야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의 발은 솔직히 어느 정도인가. 

A) (크게 웃으며) 정말 오해입니다. 저 발 느리지 않습니다.(에이~라는 추임새와 함께 도루가 몇 개인지 묻자) 2개? 그런데 시켜만 주시면 보여드리겠습니다. 감독님께 박찬혁 도루 사인 내달라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Q) 1차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본인도 1차지명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나. 

A) 욕심이라기보다는 즐기는 중입니다. 박준영(세광고 3학년) 선수와 경쟁하는 것이 즐겁다고 해야 하나? 올해가 그동안 야구를 해왔던 아마야구의 정점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연고인 한화 구단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A) 한화 구단은 저에게는 의미 있는 구단이죠. 한화를 보며 야구를 시작했고, 제 고향팀이기도 하고. (삼성팬 분들이 박찬혁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말을 전하자) 아~ 그래요? (급격히 태세전환하며) 구단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 해야죠. 저를 지명해주시는 구단의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웃음) 

Q) 롤모델이 김태균(전 한화이글스)이더라. 솔직히 갑자기 지어낸 것 아닌가. 

A) 절대 아닙니다. 저는 가끔 나와서 홈런만 잘치는 그런 선수는 되고 싶지 않아요. 출루율과 장타율이 모두 높은 그런 타자가 되고 싶습니다. 김태균 선배님이 대표적인 그런 타자 아닌가요?

 

 

 

 

Q) 박준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묻고 싶다. 아마 올해 정말 많이 만나지 않을까 싶다. 박준영을 상대할 때는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나. 

A) 높은 공을 치면 절대로 안 됩니다. 공이 내려꽂히기 때문에 높은 공을 치면 전부 빗맞거나 플라이가 나오거든요. 낮은 공을 공략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상대 전적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두 번 모두 높은 공을 쳐서 플라이로 끝났습니다. 

Q 그러고 보니 박찬혁이 생각하는 라이벌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A) 주위에서는 자꾸 조원빈(컨벤션고 3학년) 선수가 라이벌이라고 해요. 훈련할 때 후배‧동기들도 막 놀리고 그래요. 훌륭한 선수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랑은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 않나요?

 

<서울 모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외야수에 대해서 좌타 외야수 중에서는 조원빈을, 우타 외야수 중에서는 박찬혁을 최대어로 꼽았다. 조원빈은 큰 신장, 좋은 어깨, 빠른 발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박찬혁은 타격 하나만으로 이 정도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그의 타격이 대단하다는 증거다. 이 감독은 박찬혁 만큼은 꼭 한화가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김태균의 은퇴와 맞물려 이미지가 김태균과 여러모로 오버랩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군 감독과 독대하고 있는 북일고 박찬혁 신임주장
이상군 감독과 독대하고 있는 북일고 박찬혁 신임주장

 

 

Q) LA 다저스 신분 조회를 받았다고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 등록을 하는 순간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사인하는 순간 정말 떨렸습니다. 멍해지더라고요. 미국이라는 무대는 야구 선수에게는 동경의 무대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꼭 한 번쯤은 서보고 싶은 무대입니다.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 꿈은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라도 뛰어보는 것입니다.  

Q) 인상고에게 5회 콜드(2-15)로 졌던 2년 전 황금사자기 기억하는가. 청룡기 장안고전까지 2회 연속 콜드패를 당했다. 북일고 최초라고 하더라.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어두운 표정으로) 저희 학교는 좋은 선수가 많이 입학하는 학교로 유명하죠. 무조건 성적이 나야 하는 학교입니다. 그런데 저 포함 모든 선수가 자기 플레이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참사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점수 차이가 벌어져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데, 너무 빨리 포기를 해버렸던 것도 있고요. 

Q) 그렇다면 박찬혁 주장이 만들고 싶은 북일고는 어떤 모습인가. 

A) 작년 봉황대기 때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요즘 시합 전에 항상 미팅을 하거든요. “절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팀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이 되고 싶어요. 예전에는 북일고하면 “어휴”하면서 떨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명성을 되찾고 싶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Q) 프로에 가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A) 일단 야구를 잘하는 선수 이전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팬들이 양준혁 선수를 회상할 때 야구를 잘하는 선수 이전에 항상 전력질주하며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하잖아요. 저도 그런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야구를 잘하는 것은 그 다음이죠. 

Q) 교장 선생님이 매달 책 한권씩을 읽으라고 주신다고 하시더라. 

A) 맞아요. 얼마 전에는 메모의 마법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야구 선수로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다. 혹시 1차지명이 되지 않으면 많이 실망할까. 

A) (밝은 표정으로) 아뇨. 실망할 것 같지는 않아요. 언제나 각오는 하고 있어요. 박준영이 워낙 좋은 선수고, 또 올해 좋은 야수가 많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순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저 나름대로 우타거포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거포는 150km/h 투수나 유격수보다 더 희귀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거포가 매년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Q) 좋은 말이다. 마지막으로 북일고 3학년 박찬혁은 올해 어떤 시즌을 보내고 싶은가.  

A) 더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더 발전할 수 있겠다~ 더 나아질 수 있겠다~ 더 높은 순번에 지명할 가치가 있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인성이 좋고, 예의가 바른 선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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