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도개고, 눈물과 환희의 창단 첫 콜드게임 승 … "이 순간을 권혁상과 함께"
[현장취재] 도개고, 눈물과 환희의 창단 첫 콜드게임 승 … "이 순간을 권혁상과 함께"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1.05.03 14: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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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개고의 창단 첫 콜드게임 승 … 4년 만에 포철고에 승리 쾌거
- 도개고 박준서,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완투승 환호
- 박강우 감독 “함께 하지 못한 권혁상과 이 승리 함께하고 싶다”

(한국스포츠통신 = 포항, 전상일 기자) 누구에게는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한 걸음이었다. 포항 야구장에서 조용한 새 역사가 쓰였다. 구미 도개고가 창단 첫 콜드게임 승을 거두었다.  

도개고는 5월 1일 포항야구장에서 펼쳐진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8-1(7회 콜드)로 승리했다. 그런데 그 상대가 경북 최강 포철고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2017년 3월 경북도지사기  이후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상대다. 포철고는 최근 2년 연속 주말리그 전‧후반기 통합우승을 차지한 경북 최강팀이다. 3년 전 청룡기 준우승팀이며, 올해도 전국체전 경북 예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도개고는 그들에게 비교하기에는 내세울 것이 일천한 신생팀이다. 

 

도개고 창단 첫 콜드게임 승 쾌거 (사진 : 전상일)

 

그것뿐 아니다. 경기 전 도개고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연이은 악재가 그들을 덮쳤다.

2월 초 석동렬(2학년)이 무릎 십자인대부상으로 2월 22일 수술대에 올랐다. 에이스 한태철(3학년)이 4월17일 대구고전 팔꿈치부상으로 28일 MCL 수술을 받고 유급이 최종 결정되었다. 

끝이 아니었다. 더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날(28일) 또 한 명의 주축 투수 권혁상(3학년)이 안구 수술을 받았다. 튜빙 훈련을 하다가 고리가 빠지며 고무줄이 눈을 강타한 것. 급하게 수술을 받았지만, 한쪽 눈 시력이 크게 떨어져 더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상황이 너무 기가 막히고 안타까워 도개고 박강우 감독이 펑펑 울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선수단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모자와 장비에 부상 선수들의 등번호를 새겨 넣고 경기에 나섰다. 결연한 의지 탓일까. 그들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도개고 창단 이래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날은 특급 좌완 박준서, 7이닝 1실점 완투승 (사진 : 전상일)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 경기 후 두팔 번쩍 (사진 : 전상일)


 
가장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한 선수는 박준서(172/70, 좌좌, 3학년).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을 지닌 왼손 투수다. 고교 입학 후 승리투수가 된 적도 없고, 7이닝을 던진 적은 야구 인생에도 없다. 이날 그의 최고 구속은 112km/h에 불과했다. 커브는 104~105km/h 정도였다.(한화 이글스 스피드건 기준). 흑마구가 따로 없었다. 좌우를 넘나드는 좋은 제구력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6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 완투승을 거두었다. 대구고도 막지 못한 포철고 타선을 홀로 막아선 것이다. 

박준서가 힘을 내자 타선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3회에 문성민, 김민재, 이금의, 이홍준(이상 3학년)의 연속안타가 터지며 4점을 추가해 승기를 잡았다. 7회에는 이승한, 문성민, 이금의의 안타로 3점을 추가해서 쐐기를 박았다. 1번 타자 문성민은 4타수 2안타, 4번 타자 김민재는 2타수 1안타 2사사구 2타점, 5번 타자 이금의는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2루수 강민수는 1회에 다이빙캐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도개고 이금의 3안타 맹타
도개고 이금의 4타수 3안타 맹타 (사진 : 전상일)

 

포철고는 에이스이자 중심타자인 최윤서(3학년)가 빠져있는 것이 뼈아팠다. 최윤서는 프로지명 후보군에 올라있는 투수다. 최고 140km/h가 훌쩍 넘는 공을 던진다. 하지만 러닝을 하다가 발목이 돌아가며 8주 진단을 받았다. 앞으로 6주는 더 있어야 합류 할 수 있다. 김시경‧김주현(이상 3학년)으로 버텨 보려했으나, 활활 타오른 도개고 타선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박강우 감독은 이날 승리를 함께 하지 못한 권혁상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다. “팀 분위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혁상이 몫까지 해보겠다고 선수들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켜내는 선수들에게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도개고 박강우 감독의 모자에 새겨진 그들의 흔적....  "이 승리를 권혁상과 함께 하고 싶다" (사진 : 전상일)

 

도개고 선수들은 경기를 꼭 이기고 싶어 했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서로를 격려했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준서는 완투승이 완성되자 두 팔을 하늘 위로 번쩍 치켜 올렸다. 

경기 후 그들은 바라보고 있었다. 더그아웃에 새겨놓은 함께 하지 못한 동료들의 흔적을. 

그들에게 꼭 1승을 바치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작금의 기적적인 승리를 불러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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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2021-05-08 20:02:24
수술 잘 받으시고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할께요~~
최강 도개고 화이팅~~

화이팅 2021-05-08 14:56:58
기사 감동적 부상당한 도개고 학생을 위해 기도드려요

배경태 2021-05-03 16:25:24
도개고 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