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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명문Go] 해체 위기 딛고 다시 일어선 포철고의 힘겹지만 위대한 발걸음
[내일은 명문Go] 해체 위기 딛고 다시 일어선 포철고의 힘겹지만 위대한 발걸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1.05.13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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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년간 경북 전국체전 예선 및 주말리그 전부 우승
- 작년 해체 사건으로 큰 충격 …해체 막았지만 상흔 깊게 남아
- 에이스 최윤서의 부상에도 주말리그 3승 2패 무난한 출발
- “없으면 없는 대로 간다” 언더독의 반란 가능할까

(한국스포츠통신 = 포항, 전상일 기자) 포철고 야구부는 작년 큰 홍역을 앓았다. 
야구부 해체 사건이 그것이다. 3년 전 청룡기 준우승까지 하고 매년 주말리그 우승을 독차지하는 야구 명문교였기에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학부모들의 반발과 노력으로 가까스로 해체는 막았다. 하지만 그 상흔은 아직도 깊게 남아있다. 

 

# 해체 막았지만, 장점이 사라져버린 포철고 그들의 운명은? 

 

2018년 청룡기 4강전 승리 후 환호하는 장면 (사진 : 전상일)

 


포철고는 애초에 포스코 재단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였다. 포스코 재단에서 내려온 270억의 출연금이 포항‧광양의 초중고 14개 학교에 지원이 되는 형태다. 선수들의 학비, 지도자 입금, 운영지원비(식사, 선수단 교통비) 및 각종 수당 등이 모두 이 출연금에서 지급되었다. 

지도자의 임금도 재단 자금으로 지급되었고, 회비 및 각종 경비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학교였다. 기숙사도 운영되었다. 형편이 어렵지만 꿈을 가진 많은 유망주가 포철고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 출연금이 없어지고 있다. 매년 30%씩 차례로 줄어서 내년부터 모든 금액을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모든 지원이 끊겨버린 것이다. 출연금이 없어진 것이 포철고 야구부 해체 결정의 가장 큰 원인이다. 포철고는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운동부 3개를 유지하는 게 학사 운영에 부담된다고 판단해 야구부를 해체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2022년까지는 일단 야구부를 그대로 가기로 했지만 아직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당시 좋은 자원들도 대거 포철고를 이탈했다. 북일고 최준호(2학년)가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내년 북일의 에이스가 될 수도 있는 자원이다. 

 

포항 야구장에서 훈련중인 포철고 선수들 (사진 : 전상일)

 

포철고는 좋은 성적(특히 주말리그), 높은 대학 진학률이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작년만 해도 최예한은 고려대에 최종 합격했지만,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성균관대에만 2명이 합격했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다수의 선배가 서울권 대학에 합격했다. 이지태는 미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2년 전 졸업한 최인호(포철고-한화)는 한화의 핵심 유망주다. 

내신 성적을 관리하고, 주말리그 성적이 좋은데다 해당 권역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기에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이었다. 하지만 ‘해체 위기’ 이후 그런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 야구부 운영의 모든 비용이 학부모들의 책임으로 남겨졌기 때문이다. 장학금 혜택을 줄 수 있는 것도, 회비가 싼 것도, 수도권과 가까운 것도 아니기에 선수 수급이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포철고는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현 상황을 아는 이들은 이조차 대단하다고 말하는 이유다.(참고로 김수관 감독 부임 이래 포철고는 주말리그에서 모두 우승했다.) 

 

# 경북지역 최고 다크호스 최윤서, 히팅머신 김하늘 …  포철고에도 주목할 만한 선수는 있다 

 

 

 


포철고는 전력이 강한 편이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선수는 몇 명 있다. 
가장 주목할 선수는 최윤서(3학년)다. 이미 각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어있다. 에이스이자 중심타자다. 휘문중을 나왔고 경기고에 입학했다가 포철로 전학 온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대구 제외 경북(포철, 도개, 영문 등)에서 프로 지명이 나온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다.  

투수로서 가장 큰 강점은 타점이다. 높은 팔 높이에서 찍히는 패스트볼이 장점이다. 구속도 꾸준히 140km/h이상이 나온다.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도 충분히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김수관 감독도 “윤서는 충분히 프로에 갈 만한 선수다. 전국체전 예선에서는 최고 144km/h까지 구속을 끌어올렸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전국체전 예선에서 7이닝 무실점을 했다. 경주고전에서는 6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발목 부상으로 주말리그에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8주 진단을 받아 앞으로도 5주는 더 있어야 볼 수 있다. 그것이 포철고 전력에서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포철고 타선의 핵 신하늘
포철고 타선의 핵 신하늘 (사진 : 전상일)

 

 

이승현
또 한 명의 타선의 핵 이승헌 (사진 : 전상일)

 

 

야수 쪽에서는 신하늘(3학년)이 중심이 된다. 수비가 아쉽지만, 방망이 하나는 대구 제외 경북에서 최고로 잘 치는 내야수라는 평가다. 도개고 박강우 감독은 “최하늘은 손목도 잘 쓰고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경북에서는 가장 잘 치는 선수인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큰 키에 좋은 파워를 보유한 이승헌(3학년)도 역시 포철고의 핵심 자원이다. 

김주현(3학년) 또한 팀의 주축이다. 최윤서와 원투펀치다. 사이드암과 스리쿼터의 중간 형태를 지닌 투수다. 김시경(3학년)도 포철고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다. 대구 경운중 출신이다. 제구는 팀 내에서 가장 좋은 선수라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아쉬운 것은 구위. 체격이 작고 공이 빠르지 않다 보니 타자를 압도하는 맛이 부족하다. 

 

# 그들의 발걸음이 힘겨워 보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이유 

 

해체 위기 극복한 포철고의 힘겹지만 위대한 한 걸음 (사진 : 전상일)

 

김 감독은 “나는 포철이 대구나 마산 팀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선수 수급이 힘들어지면,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포철고 김수관 감독이 꺼낸 카드는 전원 투타 병행. “우리 팀의 야수 중 누구든 투수를 할 수 있고, 투수 중 누구든 야수가 될 수 있다”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 포철고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팀이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도 그렇다. 없으면 없는 대로 전진하는 것에 이골이 난 그들이다. 

올 시즌 출발이 최악은 아니다. 에이스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전국체전 경북 지역 1차 예선, 2차 예선에서 전승 우승하며, 경북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주말리그도 경상권에서 3승 2패다. 명문 대구고를 꺾기도 했다. 

해체위기를 딛고 일어선 포철고는 다시금 명문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수관 감독과 선수들의 발걸음이 힘겨워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이 포철고만의 숨겨진 저력이니까.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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