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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것이 고교 야구다" 모두가 넋을 잃은 문동주, 김주완의 아름다운 투수전
[기자의 눈] "이것이 고교 야구다" 모두가 넋을 잃은 문동주, 김주완의 아름다운 투수전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1.06.10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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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진흥고 문동주, 황금사자기 최고의 스타 등극
- 경남고 김주완, 투구 수 제한 체제에서 첫 완투승 거둘 뻔
- 문동주, 기아 타이거즈 1차지명 우위 선점
- 김주완, 최상위지명 후보로 많은 구단의 집중 관심
- 많은 관계자들 "이번 황금사자기 최고의 경기는 경남고 vs 광주진흥고"

“뭐야? 문동주 또 올라와?” 

“주완이가 꼭 완투승했으면 좋겠어. 공 9개면 되는데..”

“오늘 둘 다 미쳤네~”

모두가 넋을 잃었다. 이날 4경기째에 접어들며 체력의 한계에 봉착했지만, 누구도 경기장을 떠날 수 없었다. 폭염속에 12시간째 야구를 보고 있지만, 오히려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기아 권윤민 팀장은 "아~ 맨날 진흥은 마지막 경기야. 애들 때문에 퇴근이 늦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김풍철 롯데 스카우트 총괄도 마찬가지였다. 

 

 

황금사자기를 빛낸 최고의 스타 문동주(사진 : 전상일)

 

대회에는 스타가 필요하다. 스타가 있어야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황금사자기 최고의 스타는 단연 문동주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몰고 다니는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그는 대회 시작(장충고전)과 끝(경남고전)에서 스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문동주(188/92,우우,3학년)는 사실상 고교 최고 투수임을 확정 짓는 투구를 선보였다. 7.1이닝 1사사구 1자책점 12K. 최고 구속은 152~154km/h(롯데 스피드건으로 152, KT 스피드건으로 154)가 기록되었다. 많은 탈삼진, 위기의 순간에 팀을 구하는 집중력, 안타를 맞을지언정 볼넷을 허용하지 않는 제구력은 ‘스타’라는 수식어에 부끄럽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다시 마운드로 돌아와 안민성을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던진 100구째 공의 스피드는 149km/h. 온 힘을 쥐어짜내 공을 던진 것이다. 위기 순간 1사 만루에서 상대 4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모습은 흡사 야구 만화의 그것 다름 아니었다. 기아 타이거즈 1차지명 경쟁에서도 한 걸음 앞서나갈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문동주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표출하는 김주완(사진 : 전상일)

 

김주완(189/97,좌좌,3학년)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동주에 지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그의 얼굴에 묻어났다. 유순하고 조용한 성격인 그의 감정이 공 하나하나에 표출되기 시작했다. 고교 인생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스피드도 최고 145km/h(KT, 롯데 스피드건 기준)까지 올라갔다. 8회에도 140~142km/h가 계속 기록될 정도였다. 커브와 주무기인 커터도 잘 들어갔다. 8.1이닝 12K 1실점. 부산의 최고 명문 경남고의 유니폼에 걸맞는 투구였다. 근 몇 년래 서준원, 최준용(롯데 자이언츠) 등을 포함해도 전국대회에서 경남고 투수 중 최고의 투구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주완은 투구수 제한이 시행되고 나서 첫 9이닝 완투승을 거둘 뻔 했다. 8회를 마친 시점에서 투구 수는 96개. 9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면 첫 완투승의 금자탑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김풍철 롯데 자이언츠 팀장은 “주완이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자주 봐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나도 처음 본다.”라며 놀라워했다. kt 심광호 과장 또한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폼이 간결해졌다. 하지만 내 예상보다 더 좋아졌다. 동주와 함께 던지다 보니까 컨디션이 더 올라온 것 같다. 이게 바로 시너지 효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숨에 최상위지명 후보로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사상 첫 완투승을 거둘뻔 했다. 최고의 투구 김주완(사진 : 전상일)


 
문동주와 김주완의 역투로 양 팀은 7회까지 무사사구 경기를 했다. 양 팀 합쳐서 1사사구 경기를 했다. 양 팀 합쳐 20사사구 경기도 나오는 고교야구에서 양 팀 합쳐 1사사구는 엄청난 일이다. 

수비의 집중력이 달랐다. 한 개씩의 실책을 주고받았으나 선수들은 더 집중했다. 마지막 마무리도 그들다웠다. 광주진흥고 4번 타자 오건우의 마지막 타구는 유격수 이세윤의 호수비에 걸렸다. 누가 못해서가 아니라 누가 더 잘해서 경기가 끝난 것이다. 양 팀 4번 타자인 광주진흥고 오건우(3학년)나 경남고 안민성(3학년)도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들었다. 

A구단 관계자는 “이런 경기가 진짜 고교야구다. 양 팀 합쳐 1사사구 경기가 1년에 몇 경기나 되겠는가. 1경기? 2경기?"라며 흐뭇해 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오늘 경기를 잘 보라. 소위 말하는 야지(?)가 없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경기가 아주 깔끔하다. 오늘은 진흥이 못해서 진 것 아니라 경남이 잘해서 이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가 이번 황금사자기 최고의 경기로 이날 경기를 꼽았음은 당연하다. 

 

승리하고 포효하는 경남고 선수들(사진 : 전상일)

 

 

아쉽게 패한 진흥고 선수들(사진 : 전상일)

 

경기 후 문동주는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버스로 향했다. 그는 “꼭 이기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광주로 향했다. 김주완 또한 무덤덤하지만, 특유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그는 경남고가 결승에 올라가면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멋있는 경기는 큰 휴유증을 동반한다. 다른 경기가 시시해(?)보이는 심각한 휴우증을 말이다. 전국대회에 나온 선수 중 절박하지 않거나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절박함에 더해 훌륭한 기량, 좋은 날씨, 좋은 매치업이 어우러져 작품이 만들어지고 ‘명경기’로 기억된다. 

이런 좋은 경기를 현장에서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짜릿한 일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나마 이런 경기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목동에 아로새겨진 문동주와 김주완의 아름다운 투수전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쉬이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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