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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이 지켜본 인간의 '증오와 분노' 그리고 희망.. 한국오페라 ‘장총 개최!
장총이 지켜본 인간의 '증오와 분노' 그리고 희망.. 한국오페라 ‘장총 개최!
  • 한국스포츠통신=김종섭 기자
  • 승인 2021.12.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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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앙상블의 창작오페라 ‘장총’이 오는 1월 22일(토)과 23일(일) 오후 4시에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오페라 ‘장총’은 의인화된 장총의 시각에서 타인에 대한 사상의 차이로 증오가 피가 천지를 오염시켰던 한국전쟁 당시, 한 마을에서 일어난 빨치산들과 우익청년의 전투와 심리를 다룬 내용으로 종국에는 증오를 뛰어넘어 화해와 희망을 노래한다.

당초 악기가 되고 싶었으나 조병창에서 총으로 태어난 운명의 장총도 결국 다시 쇠로 녹여져 악기로 태어나고자 하는 꿈을 품는다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

 1953년 한국전쟁 막바지, 한 극우파 청년 ‘길남’은 마을에 들어온 유랑극단이 가설극장에서 펼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팔짱을 낀 채 구경하고 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원수지간인 몬테규가와 카풀렛가의 아들 딸이 죽음을 무릅쓴 타나토스의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가득찼다.

빨치산들이 자신의 부모를 살해했기에 좌파라면 도륙하고야 마는 이 청년에게 지금 암흑빛 심산에 숨어있는 빨치산들은 씨를 말려야 할 대상일 뿐이다. 단 한가지 고민이 있다. 그 빨치산 중에는 동네옆집에 살았던 소녀도 있었다. 전쟁만 아니었다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소녀였다. 천사같은 그녀지만 이념과 사상이 달라 종래 원수가 되었다.

로미오처럼 내가 그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에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본놈들이 인천과 부평의 조병창에서 제작한 350만 개의 99식 소총 중 하나가 쥐어져 있다. 숱한 원수들의 피를 뿜게 하고 목을 잘라버리며 주인을 갈아 치워온 350만개의 장총 중 한 자루.

장총은 비극의 피바다를 거쳐 한 때는 빨치산의 손에 쥐어졌으나, 지금은 이 청년의 손에서 방아쇠 당길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 청년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머리를 흔들며 거부하고 싶었으나 청년은 깨닫는다. 백옥과 같았던 그녀를 다시 사랑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너무도 보고 싶은 연인이다. 그러나 사랑을 되찾고자 할 때 그녀는 다른 장총의 희생자가 되었으니...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린 오페라 ‘장총’은 ‘악기를 꿈꾸다 무기가 되어버린 한 나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총의 역사를 이토록 비극적이고 흥미롭게 펼치지는 못할 것이다. 백두산 압록강변 파란 창공을 뚫을 듯 곧게 뻗어난 100년산 졸참나무가 잘리고 깎이어 탄생한 장총은 본시 아름다운 악기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암울한 시대는 나무의 꿈을 짓밟고 장총으로 만들어져 일본군 소총이 되어 독립군을 죽이고, 그 총을 빼앗은 독립군은 다시 일본군을 죽였으며, 중국 팔로군 손에 들어갔다가 광복군이 탈취했지만 미군정이 압수, 제주도 국방경비대의 총이 되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끝에 한국전쟁의 벼랑 끝에서 이 청년의 손에 쥐어진다.

사진= 좌측부터 이경재 연출 장수동 예술감독 안효영 작곡가 김은성 대본작가 김종섭 월간리뷰 대표

이 오페라는 그러나 희망을 잃지 말라는 아포리즘을 그리고 있다. 이 청년의 증오가 담긴 총은 여인의 사랑이 한 송이 장미처럼 피어나면서 평화와 사랑을 위한 쇠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김은성 작가가 대본을 쓰고 안효영 작곡가가 곡을 쓴 창작오페라 ‘장총’(The Trigger)은 이경재 전 서울시립오페라단 단장이 연출을 맡아 세계 초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구모영의 지휘 아래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장총역에 김주완과 길남역 최병혁을 비롯, 정시영(선녀 역), 석승권(봉석 역), 이미란(정아 역), 장지민(나무 역) 등이 오페라를 흥미롭게 이끈다. 전지성이 음악코치를 맡았으며 노이오페라코러스(단장 박용규)가 합창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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