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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배재고의 억울한 대통령배 몰수패 … 임인년에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자의 눈] 배재고의 억울한 대통령배 몰수패 … 임인년에는 이런 일이 없기를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2.01.0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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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고, 작년 8월 대통령배 1회전 몰수패
- 권오영 감독, 코로나19 확진 … 사흘 후 두 차례 재검사에서 모두 음성
- 이후 선수단 전원 및 코치진도 모두 음성 … 배재고측, 오검사 가능성 제기
- 2021 배재고 선수단, 전국대회 단 1개 대회밖에 출전 못 해
- 코로나 동행 3년째 … 학생 선수들에게 기회 보장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2021년 대통령배가 진행 중이던 8월 14일. 대회가 펼쳐지던 천안 북일고 경기장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배재고와 컨벤션고의 1회전 경기에서 배재고의 몰수패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회 관계자는 대회 출전 고교 코칭스테프와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재고 권오영 감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규정에따라 경기를 몰수패 처리했다고 밝혔다. 

 

 

2021 대통령배 1회전 몰수패를 당한 배재고

 

하지만 본지의 취재결과 배재고의 몰수패는 억울한 과정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사정은 이러했다. 권오영 감독 휘하 배재고 선수단은 8월 15일 대통령배 대회 참석을 위해 8월 12일 오전 10시경 야구부 학생 및 코치진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선제검사를 시행했다. 

그리고 야구부 학생 21명, 야구코치 2명, 학부모 1명, 버스기사 1명 및 72시간 내 접촉한 전체 인원 전원이 ‘음성판정’을 받았으나 감독 1인만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에 따라 서울로 귀가한 권 감독은 격리에 돌입했고, 15일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보건 당국에 재검사를 의뢰했다. 

8월 14일 9시경 야구 선수 21명 전원 강동구 보건소에서 재검사를 시행했고, 전원 음성이 나왔다. 다만, 코치 2명, 버스 기사 1명, 학부모 1명이 밀접접촉자로 2주간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되었다. 

권 감독은 8월 14일 홀로 경기도 광주 치료센터로 입소했고, 입소하자마자 재검사를 요청했지만, 당일에는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다음날인 8월 15일 재검사를 시행 후 16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16일 2차 검사를 시행했고, 18일 다시 음성판정을 받고 집으로 귀가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필사적인 노력에도 경기는 몰수패 처리된 뒤였기 때문이다.(권 감독은 추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14일 재검사를 계속 요구했으나, 받지 못한 것이 가장 화가 난다고 밝혔다.)  

 

 

배재고 대통령배 당시 코로나 검사 일정표
배재고 대통령배 당시 코로나 검사 일정 및 동선 정리

 

상식적으로 양성이 사흘 만에 음성으로 바뀔 수는 없다. 기타 밀접접촉 선수들, 코치들, 학부모들 전원이 음성이 나온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8월 13일 검사 외에는 전후 4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유일하게 양성이 나왔던 8월 13일 검사 결과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피해는 배재고 선수단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대통령배 몰수패로 배재고는 2021년 전국대회를 단 1개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전국대회는 선수들의 입시와 심각하게 연관되어있다. 권오영 감독도 처신을 잘못해 팀을 몰수패로 이끌었다는 따가운 눈총을 감내 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배재고 측은 코로나 검체 채취 과정의 ‘오염가능성’을 의심하며 검사를 진행했던 보건소 측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7월 31일 실행한 코로나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을 때 수치를 확인할 수 없고, 8월 13일 양성으로 판정되었을 때 검체 오염 여부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제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 이는 권 감독의 잘못이라고는 보기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잘못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협회는 대회 지침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배재고로서는 어디에다 하소연할 데도 없는 난감하고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와 아마야구가 동행 한지도 벌써 3년째다.  
아마야구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정을 모두 소화해왔고, 그 자체 만으로도 협회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선제적 검사도 중요하지만,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도 분명히 필요하다. 또한, 즉각적인 몰수패보다는 소수 인원만이라도 구제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성이 있다. 물론, 상대 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다.  

프로 경기라면 이런 고민이 필요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교 선수들이다. 이들에게 전국대회는 수능 시험 그 자체다. 그 기회를 박탈당하면 인생의 항로가 바뀌어버린다. 

모두가 힘든 시국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선수들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억울한 선수가 생기지 않도록 살피고 또 고민해야한다. 그것은 어른들이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중차대한 의무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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