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학년 고작 7명뿐 … 조재상, 박민제, 김주영, 이승열 등이 주축
- 임상현, 이호준, 전현탁, 장경우 등 훌륭한 2학년 많아
- 2022년 신세계 이마트배에서 16강 … 기대 이상 성과로 평가
- 재학 시절 대통령배 우승 및 MVP 김승관 감독, 2023 우승 프로젝트 가동
“우리가 못해서 기사 쓸 거리가 없어졌네?”
김승관 감독은 안산공고와의 16강 경기 후 쓰린 속을 달래며 애써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수들에게는 떡볶이, 순대 등 간식을 배불리 먹이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본인은 버스 한켠에서 애꿎은 전화기를 붙잡고 패배의 아픔을 홀로 감내하고 있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한끝이 모자랐다. 그렇게 대구상원고(이하 상원고)의 신세계 이마트배는 16강에서 마무리되었다.
사실, 상원고의 2022년 전망은 밝지 않았다. 전력이 최악이다. 3학년 투수가 4명, 야수가 3명 뿐이다. 투수 조재상, 박민제, 박규완, 홍영훈, 포수 김주영, 내야수 윤어진 외야수 이승열이 전부다. 3학년 전력이 너무 약하다.
상원고는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문 학교다. 국내 최초 3관왕 이만수를 비롯해서 이정훈, 양준혁 등 국내 프로야구를 호령한 수많은 슈퍼스타를 배출했다. 하지만 최근 그 위용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과거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초라하다. 하지만 김승관 감독이 상원고에 부임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대통령배 4강을 필두로 2021년에도 청룡기 8강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2년 첫 대회에서 또 다시 16강에 진출했다. 현재까지는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세간 평가다.
< 2022 대구상원고 이끌 7명의 3학년은 누구? >
조재상은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선수다. 야로중 출신으로 투수를 시작한지 고작 1년인데 기량 발전 속도가 빠르다. 운동능력이 탁월하고 공을 내려찍는 타점도 좋은 편이다. 정통파 투수로서 전환은 성공이라는 평가다. 다만, 아직 투수구력이 짧아 제구가 아쉽다. 그 부분만 개선되면 향후 향후 마운드 축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3학년 투수가 부족한 상원고는 조재상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박민제는 기대치에 비해 아쉬운 선수다. 189cm의 신장과 부드러운 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체력이 약하다. 체력‧힘이 약하기 때문에 구위가 올라오지 못한다. 체력 훈련 때마다 김 감독의 불호령은 항상 박민제를 향한다. 김 감독이 그를 몰아붙이는 것은 체력과 힘만 좋아지면 프로에 갈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박규완, 홍영훈 또한 지난 이마트배에서 조금씩 힘을 보탰다.
김주영은 중학 시절에는 대구에서 적수가 없었던 대형 포수였다. U-15 대회 당시 경기를 보러온 많은 관계자가 입을 쩍 벌렸을 정도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허리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모 대구 야구 관계자는 “연습을 제대로 못 했는데 이정도 기량이면 대단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승열은 중견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신장이 작지만 정교한 타격을 하는 선수다. 이마트배에서 10타수 3안타 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공격 첨병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이어진은 2루수로 올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타격보다는 이호준과의 키스톤 콤비가 매우 중요하다.
< 임상현, 전현탁, 이호준, 강태완, 장경우 - 2학년들은 미숙하지만 무섭다 >
일단, 임상현은 내년 시즌 경북고 전미르(2학년)와 자웅을 겨룰 투수다. 경북고의 자존심이 전미르라면, 대구상원고의 자존심은 임상현이다. 체격이 투수치고 크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작은 몸을 이용해서 힘 있는 투구를 하는 선수다. 이번 대회 6.1이닝 4실점을 기록했고, 최고 구속은 142km/h(NC 스피드건 기준)가 기록되었다. 프로에 갈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장경우는 느린 공과 제구력으로 이닝을 끌어주는 투수다. 이번 이마트배 16강의 1등 공신이기도 하다. 10.2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임상현과 내년 시즌 마운드 쌍두마차다.
야수 중에서는 3명을 꼽을 수 있다. 이호준, 전현탁, 강태완이이다. 순서대로 내년 3,4,5번타자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모두 프로를 노려봄직한 소질이 있는 2학년들이다.
이호준은 대구 지역에서도 최고의 정확성을 보유한 선수다. 작년 청룡기에서 올해 전라권 최고급 투수인 박권후(전주고 3학년)에게 3안타를 때려낸 선수다. 정확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격수 수비도 건실하다. 체격이 작은 것이 흠이지만, 대구상원고 근처 재활 센터에서 악착같이 근육량을 불리고 있다.
내야수 전현탁과 외야수 강태완은 둘 다 거칠지만, 체격‧힘 등 기본적인 자질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꾸준히 중심 타순에 넣으며 김승관 감독의 색깔을 입히기 위해 담금질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김승관의 아이들’이다.
전현탁은 거포 3루수의 자질이 보이는 선수다. 우타 쪽에서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내년 4번 자리에 들어가야할 타자다. 이번 대회에서 3루 수비도 무난하게 해냈다. 강태완은 작년부터 팀의 5번타자로 뛴 자원이다. 아직 변화구에 약점이 있지만, 경험이 쌓이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격조건도 좋고, 치는 스타일이 좋다.
< 감독이 가장 큰 전력? … 김승관 감독 “내년이 모교 100주년, 우승 위해 달린다” >
이마트배에 몰린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대구상원고의 가장 큰 전력은 ‘김승관’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김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 대구상원고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전국대회 성적이 수직상승했다. 김 감독이 주말리그는 무조건 3학년 위주. 전국대회는 풀 전력의 기준을 고수하며 ‘집중과 선택’을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고는 내년 시즌이 개교 100주년이다. 지금은 그때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은 반드시 우승을 노린다. 올해는 2학년들도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3학년은 숫자가 적어서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 같다. 내가 모교에 들어온 이후 우승이 없다. 올해 2학년들이 아주 좋다. 신입생도 잘 받았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상원고의 명문 재건 과정을 주목해달라.”라고 출사표를 내던졌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것이 아마 야구판이다. 숨죽이고 있었던 전통의 명문의 우렁찬 포효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아는 신세계 이마트배 16강은 그 작은 서막일 지도 모른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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