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 전다빈, 큰 신장과 좋은 변화구 구사능력 지닌 좌완 … 올 시즌 심각한 부진
- K-POP고 원상훈, 큰 신장과 빠른 공 지닌 장신 좌완 … 제구력이 문제
- 공주고 곽도규, 안정적이지만 확실한 특징 드러나지 않아
- 북일고 김범근, 30이닝 무실점 … 기록으로는 올 시즌 최고급 좌완 투수.
- 광주일고 정원진, 황금사자기 8강 주역 … 지저분한 구질과 제구 큰 강점
올 시즌은 좌완 기근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윤영철(충암고 3학년)을 제외하고, 즉시전력감 좌투는 없다는 것이 현장 판단이다. 윤영철은 지난 덕수고전에서 최고 143km/h에 다수의 140km/h(롯데 자이언츠 스피드건 기준)를 기록하며 좌완 최대어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 뒤를 안현서(경기고) 등 몇몇 선수가 뒤를 따르지만, 아직은 격차가 있다.
따라서 올 시즌은 단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상위보다는 중하위권 지명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보면 다섯명의 투수를 주목해 볼 만 하다.
첫 번째는 전다빈(서울고 3학년)이다. 신체조건이 우수한 선수다.
두산 베어스에 2라운드 지명된 최승용(소래고-두산, 20)과 흡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키가 크고, 몸이 많이 말랐고, 손가락 감각이 좋다. 변화구 구사 능력이 고교 좌완 들 중 최고급에 속한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모두 잘 던진다. 제구력도 매우 우수하다.
아쉬운 점은 구속. 지난 이마트배 부산고전에서 전다빈의 최고 구속은 131km/h(KT 스피드건 기준)에 그쳤다. 너무 안 나오는 구속이 약점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일단, 전다빈은 메커니즘적인 문제가 있다. 팔 스윙이 부자연스럽다. 아플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137km/h 정도가 나오다가 어떤 때는 130km/h밖에 안 나오는 때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에 가면 폼 교정은 필수라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어떤 구단 관계자는 “지명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원상훈(K-POP고 3학년)이다. 전다빈과는 반대다. 신장도 좋고, 무엇보다 가장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이다. 길게 던질 수 있는 체력도 있고, 팔 스윙도 나쁘지 않다. 프로에서 좋아하는 타입의 선수다.
다만, 단 하나의 단점이 너무 크다. 제구력이 좀 심각한 수준이다. 11이닝 동안 사사구가 28개다. 지난 북일고전은 장점, 단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원상훈은 당시 3.2이닝 4피안타 11사사구 5탈삼진을 기록했다.
스카우트 관계자들이 장점으로 본 부분은 구속 유지 능력. 100구에 육박해도 스피드가 140km/h 언저리에서 왔다갔다했다. 제구가 안 될 뿐이지 북일고를 상대로 안타를 맞더라도 주눅 들지 않는 투구도 현장 관계자들에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지방 모 구단 관계자는 “100구가 가까운 시점에서도 스피드가 유지된다. 신장이 우수하고, 투구폼도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많은 구단이 관심 가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구가 극심하게 흔들리며 많은 사구를 허용하는 부분은 그의 지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원상훈은 주말리그 당시 KT 스피드건 기준 최고 142km/h를 기록했다. 최고 145km/h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좌완 투수다.
세 번째는 곽도규(공주고 3학년)다. 굳이 따지자면 전다빈과 원상훈의 중간 정도다. 최고 구속 140km/h 언저리를 기록하는 장신 좌완 투수다. 제구력도 무난하고, 구속도 무난한 선수다. 다만, 아직 까지는 곽도규를 특징지을 만한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분명, 관찰대상에 포함된 왼손 투수인 것은 맞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루는 것도 그래서다.
네 번째는 김범근(북일고 3학년)이다. 완성도면에서 상당한 수준이다. 드러난 기록이 워낙 좋아 연고대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선수다. 신세계 이마트배 당시 중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북일고의 우승에 공헌했다. 그 기세는 충청 주말리그까지 이어졌다. K-pop고 전에서 5이닝 무실점에 삼진 4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30이닝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다가 31이닝째에서 홈런을 허용해 무실점 행진이 끊겼다. 황금사자기 4강의 주역이기도 하다. 제구가 좋고,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것은 구속. 이상군 북일고 감독은 “구속이 많이도 아니고 4km/h만 올라오면 지명은 무난하다.”라고 호언장담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133~135km/h 정도에 머무르는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화두다.
마지막은 정원진(광주일고 3학년)이다.
광주일고를 8강으로 끌어올린 주역이고, 에이스로 꼽힌다. 투구폼은 깔끔한데, 공이 지저분하다는 것이 현장 평가다. 황금사자기 당시 스피드도 137km/h(두산 베어스 스피드건 기준)까지 기록되고 있고, 커브와 슬라이더의 ‘보더라인’ 제구를 할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다. 서울권 구단 관계자는 “고등학생들은 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휘문고 오태근 감독 또한 “내 기준에서는 저 친구가 광주일고에서 에이스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호투하며 지명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16강 라온고전에서 6이닝 5피안타 2사사구 7K로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광주권에서 몇 안 되는 지명 후보 중 한 명이다.
좌완 투수는 언제나 뜨거운 드래프트의 화두다. 많은 변수를 만들어내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올 시즌 또한 몇 안 되는 상위권 좌완 투수를 놓고 뜨거운 눈치싸움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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