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부터 포수 최대어로 이름을 날려 … 캔자스시티 로열스 입단계약.
- 아버지인 엄종수 코치와 부자가 미국 마이너리그에 진출하는 진기록
- 계약 규모는 비밀 “돈보다는 오직 도전만 생각했다”
- “형찬이의 가장 큰 장점은 열정 … 그래서 대견하다”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7월 4일 저녁.
엄형찬(경기상고 3학년)이 미국과 계약했다는 속보를 접하고 경기상고 최덕현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최 감독은 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사를 보류해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제자가 좀 더 주목받길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형찬이의 계약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것이었다. 즉흥적으로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다. 너무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엄형찬을 지도해온 아버지이자 스승인 경기상고 엄종수 코치의 말 또한 그러했다. 엄 코치는 “어려서부터의 꿈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가고 싶어했고, 형찬이의 꿈이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고교 2학년때 쯤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는 팀이 많다. 그중 왜 캔자스시티 로열스냐고 물었다.
엄 코치는 “형찬이에게 가장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여준 팀이었다. 또한, 오히려 캔자스시티같은 팀이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육성 위주의 팀으로 알고 있다. 빅마켓은 좋은 선수를 많이 데려오지만, 이 팀은 키워서 쓰는 팀이라 장점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팀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엄 코치 또한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미국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부자가 모두 미국 무대에 포수로 진출하게 되는 유례없는 사례인 것이다. 하지만 엄코치는 “나는 미국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다녀왔을 뿐이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미국 생활의 힘든 점을 여과없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좋은 점은 하나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들의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엄 코치는 “대견하다.”라고 말했다. 고교생이 자신의 미래에 그 정도로 강한 확신을 갖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가장 팬들이 궁금한 것은 그의 계약 규모이기 때문이다. 엄 코치는 “계약규모는 구단에서도 비공개다.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 나중에 차차 알게될 것이다. 우리는 봉황대기까지 모두 뛰고 나갈 계획이다 천천히 말씀드리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질문을 바꿨다.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고 가는 것인지 되물었다. 엄 코치는 “얼마를 받든지 과분하다. 돈보다 미국에 나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줬다.”라고 말했다.
포수가 미국에 진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언어’다. 포수는 팀 전체를 아우르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엄 코치는 “캔자스시티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매력적으로 봤던 것 같다.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 물론, 유창하게는 못해도 일상적인 대회 정도는 할 수 있다.”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엄 코치에게 아버지가 아닌 ‘현역 야구인’으로서 엄형찬이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엄 코치의 대답은 “열정”이었다. 그 외에는 기량적으로 하나도 내세울 것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가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엄 코치에게 한국에 있었다면 높은 지명 순번에 더 많은 계약금과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데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니, 너무 빠른 도전이 불안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엄 코치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안정적인 것을 박차고 나가니까 멋있잖아요.”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엄 코치의 마지막 한 마디가 엄형찬이 미국을 선택한 이유를 함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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