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경주고 청룡기 8강의 1등 주역
- 올 시즌 경북지역 최고 투수 … 최고 구속 147km/h에 예쁜 투구폼 보유
-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이 가장 큰 아쉬움
- 12일 서울디자인고전 출격... “청룡기 목표는 148km/h와 8강 진출”
(한국스포츠통신 = 경주, 전상일 기자) 2021년 8월 29일 청룡기 16강전.
경주고는 2대0으로 이기고 있었다. ‘협회장기 4강팀’ 경기항공고는 경주고 선발 투수에게 꽁꽁 묶였다. 산발 2안타에 무려 8개의 삼진을 당했다.
그런데 불운이 찾아왔다.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경주고 선발투수의 투구수가 105개로 끝난 것이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갔고, 경주고는 동점을 허용했다. 그 선발 투수의 이름은 홍준영(182/80,우우, 3학년)이었다.
경주는 천년의 역사를 내재한 문화도시다. 경주하면 가장 먼저 ‘불국사’가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고교야구에는 경주의 바람이 거세다. 일반 팬들이 잘 알지 못할 뿐이다. 이미 경주중학교는 특급 선수를 많이 발굴하며 그 명성을 아마야구계에 떨치고 있다. 올해 상위지명 후보로 꼽히는 대구고 김정운(3학년), 내년 상위지명 후보로 꼽히는 마산용마고 장현석(2학년)이 모두 경주중학교 출신이다. 그 바통을 경주고가 이어받는다. 그간, 경주고는 상대적으로는 아쉬웠다. 그러나 김상엽 감독이 부임하고, 작년 청룡기 8강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명감독 밑에는 명선수가 있는 법. 홍준영은 이미 전국무대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지만, 올해 기량은 더욱 발전했다. 현재 스피드는 147km/h에 달한다. 여기에 빠른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홍준영의 장점은 빠른 팔 스윙과 허리회전, 부드러운 투구폼이다. 김상엽 감독은 투수가 제구가 좋기 위해서는 몸의 움직임이 간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외중에 허리, 머리, 팔이 순차적으로 빠르게 돌아가며 회전해야 빠른 공이 나온다고 말한다. 그 일련의 과정을 잘 소화하는 선수가 홍준영이다. 김 감독이 경주고에 부임한 이후 첫 번째 프로지명 선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다. 전 NC 최일언 투수 코치 또한 홍준영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현재 대구, 경북권 3학년 중 홍준영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다. 대구까지 포함해도 김기준(경북고 3학년)이나 이로운(대구고 3학년)도 올해 보여준 스피드가 홍준영보다 빠르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들보다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신장이다. 아무리 심장으로 공을 던진다지만, 정통파 투수 치고는 신장이 작다. 최근 프로 구단은 신장을 가장 많이 본다. 신체가 커야 많은 공을 던질 수 있고, 그래야 선발 투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은 선수는 상대적으로 온 몸을 써야하기때문에 불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홍준영은 자신의 또 다른 무기를 내세우며 이를 부인한다. 성실성이다. 고3이라면 누구나 절실하다. 하지만 자신은 10라운드라도 지명만 받으면 밑에서 기어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평생 야구로 먹고 살고 싶다고 말한다. 몇 년이 걸리든 2군 생활 동안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면 미련 없이 야구를 포기해도 괜찮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상엽 감독도 그런 홍준영이 기특하다. 프로에서 2군 투수코치도 해봤던 김감독인 만큼 그런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제자를 위해 김 감독이 발 벗고 나섰다. 프로지명 이후에도 학교에서 계속 운동을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 근교에 몸을 만들 트레이닝센터까지 지원해주기로 했다. 김 감독의 프로시절 인맥을 총 가동했다. 프로 지도자들에게 투구폼을 보여주며 고칠 부분을 조언 받기도 했다.
홍준영도 그런 김 감독이 고맙다. 김 감독에 보답하는 길은 이번 청룡기에서 본인의 힘으로 팀을 8강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뿐이다. 경주고의 1회전 상대는 서울디자인고. 만약, 이긴다면 오상원, 이철민(이상 3학년)이 이끄는 선린인터넷고와 만나게 된다. 홍준영이 해야 할 몫은 90개, 105개를 투구하며 두 학교 타선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번 청룡기에서의 목표는 16강 진출과 148km/h다.
경주고는 전국에서도 몇 안 되는 인조잔디를 보유한 학교다.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경주고 선수들의 개인 연습은 밤 12시가 넘어도 멈추지 않는다. 한번 좌절을 맛봤던 선수들이다. 연습밖에 살 길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허공을 가르는 스윙 소리가 경주의 밤을 깨운다. 휙휙 바람을 가르는 홍준영의 ‘섀도 피칭’ 소리 또한 마찬가지다.
야구 인생을 건 청룡기의 마지막 승부를 위하여.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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