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창, 박이소, 이불, 전수천 등 한국 작가 25명의 90년대 대표작 60점
- 미술관과 백남준이 기획한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의 주요 주제와 1990년대 한국 미술계 가늠할 아카이브 자료
백남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시 《백남준 효과》를 11월 10일(목)부터 2023년 2월 26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1932-2006)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백남준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9월 15일 백남준의 최대 규모 비디오 아트 작품 <다다익선>을 성공적으로 재가동하였고, 아카이브 기획전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을 선보였다. 《백남준 효과》에서는 백남준이 한국 현대미술 발전과 후대 작가들에 끼친 영향을 비추어 백남준의 예술적 성과를 드높인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이 1984년 35년 만에 귀국한 후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을 조명한다. 또한 백남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하였던 역사적인 전시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의 주요 주제들을 통하여 1990년대 한국 미술의 상황을 새롭게 살펴볼 것이다. 당시 한국 미술계는 세계화와 정보사회 도래라는 급격한 정세변화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새로이 발굴하고, 과학과 접목한 ‘예술매체의 확장’을 고민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담긴 1990년대 한국 시각 문화의 정체성을 백남준과 당시 활동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비디오 아트로 1990년대 국내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여 동시대 미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백남준이 꿈꿨던 비전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총 103점으로, 백남준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주요작품 43점과 한국 동시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 25명의 90년대 회화·설치·사진 대표작 60점을 포함한다. 특히 백남준의 주요 출품작으로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나왔던 대표작 <나의 파우스트>시리즈(1989-1991) 총 13점 중 6점과 함께 세계화를 향한 열망을 담았던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1993), <리옹 비엔날레 세트>(1995), 그리고 백남준의 아시아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김유신>(1992), <장영실>(1990),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에 대한 백남준의 선구안을 보여주는 <인플럭스 하우스>(1993),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1965-67>(1996), 작가로서 백남준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작품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과 <태내기 자서전>(1981)이 함께 출품된다. 이와 함께 장르와 매체의 확장성을 활발히 탐구하던 구본창, 김해민, 문주, 박이소, 석영기, 양주혜, 윤동천, 이동기, 이불, 전수천, 홍성도, 홍승혜 등 25인의 90년대 초반 실험작이 전시된다.
섹션1은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국제적인 행사들과 세계화의 꿈으로 세계화의 물결 속에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한 정체성의 문제들을 다룬다. 백남준의 주요 작품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작이자 한국 세계화의 꿈을 담은 <칭기즈 칸의 복권>(1993)을 비롯해, <장영실>(1990), <김유신>(1992) 등이 출품된다. 또한 외교·문화적 교류 등에 적용되는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윤동천 <동그라미 날뛰다>(1993)와 세계화의 바람 속에 변해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혼합매체로 표현한 구본창 <아! 대한민국>시리즈(1992-1993)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세계화 속 대두된 문화적 이슈와 당시 미술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섹션2는 근대화의 길, 과학과 기술의 발전, 미래를 향한 낙관 등을 다루며, 1990년대 말 본격적인 정보사회가 도래하기 직전 한국 미술계가 실험하였던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주요 작품으로 동시대에 떠오르는 사회적 주제를 바라보는 백남준의 세계관을 첨탑에서 이미지와 과다한 정보 흐름이 쏟아지듯 표현한 <나의 파우스트>(1989-1991)가 있다. 한편으로 조각과 비디오를 합체한 파우스트 시리즈의 총체성은 섹션3의 혼합매체와 설치의 바람을 예견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양주혜 <그래도, 남아있는 것들...>(1994/2022), 홍성도 <시간 여행>(1995/2002),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1994-1995) 등 새로운 기술이 만들 신세계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과 실험이 반영된 당대 한국미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섹션3은 혼합매체와 설치, 혼성성, 제3의 공간과 대안적인 공간을 다룬다. 사회적인 변혁기에 접어든 신세대의 문화적 감수성과 새로운 기술매체 실험을 다양한 혼합매체 작업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주요 작품으로 복사기를 이용해 기존 이미지를 왜곡, 변형하여 시각예술의 표현영역 확장을 꾀한 석영기 <앤디 워홀의 옷>(1992)을 비롯해,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회화로 옮겨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부여한 이동기 <프로그램>(1992-1993), 달을 TV로, TV를 달로 은유하며 새로운 매체와 가장 오래된 매체를 넘나드는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1965-67>(1996) 등이 있다. 또한 홍승혜 <종이 풍경>(1994/2022), 이상현 <잊혀진 전사의 여행>(1988/2022) 등 현대의 기계 문명을 이용한 매체 실험을 넘어 주변부와 중심부, 고급과 대중의 경계를 흐트러트리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섹션4는 개인의 탐색, 소수(정체성), 다원성 등을 주제로 정체성의 고민이 곧 개인의 욕망과 자아의 탐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요 작품으로 백남준의 작가로서의 개인사의 출발을 보여주는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을 비롯하여 백남준 <TV 알>(1994), 이불 <갈망>(1989), 문주 <이름 없는 원>(1997/2022), 김해민 <춘>(1994/2022), 이수경 <다중의 나>(1992) 등이 있다. 당대 문화의 주요 이슈였던 개인 욕망의 발현과 자기표현의 시도를 투영한 작품들을 통해 당시 한국 시각 문화의 정체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199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대중매체 자료 및 역사자료와 함께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기관자료,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1995년 리옹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백남준이 참여하였던 주요 전시들의 전경이 담긴 영상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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