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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즈디 무아와드 원작의 전쟁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을 바탕으로 국내 초연되는 연극 "연안지대" ...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의지의 여정
와즈디 무아와드 원작의 전쟁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을 바탕으로 국내 초연되는 연극 "연안지대" ...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의지의 여정
  • 한국스포츠통신=배윤조기자
  • 승인 2024.06.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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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 연출의 스마트한 연출력, 탄탄한 무대, 서울시극단의 섬세한 연기로 전쟁의 상처와 가족애를 슬프고도 세련되게 그려
연극 "연안지대' 공연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극단의 두 번째 레퍼토리로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안지대>를 6월 14일부터 30일까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되는 <연안지대>는 존재조차 희미했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들이 아버지의 시신을 묻을 땅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고, 또 이를 통해 가족애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깊이 있는 대사와 연기는 <연안지대>의 의미와 재미를 곱씹게 되는 주요 포인트다. 

연극 "연안지대" 공연

주인공 윌프리드(이승우)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기억조차 희미한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었다. 어머니 곁에 아버지를 묻으려 하지만 친척들의 반대로 아버지의 고향으로 떠난다. 
"약속할게요, 진짜로 진실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버지를 아무 데나 묻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아버지를 좋은 곳으로 모시고 가 그분의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맹세합니다."
하지만 맹세를 지키긴 쉽지 않다. 전쟁의 상흔이 가득한 고향에도 아버지를 묻을 장소는 마땅치 않은 탓이다. 내전으로 희생된 시신들로 가득 찬 세상을 보며 윌프리드는 깨닫는다. 
자신의 가족도, 또 세상도 무너졌음을. 이를 목도하며 윌프리드는 인간의 존엄, 또 죽음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윌프리드를 보며 계속 의심하고, 회피하고, 또 포기하고 삶을 사는 관객들도 자신의 인생과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스마일(윤상화)은 윌프리드의 아버지다. 아내를 잃고 다른 나라를 떠돌다가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왜 그는 타지에서 눈을 감아야 했을까? 왜 아들에게조차 희미해진 인물이 되어야 했을까? 그리고 왜 숨을 거둔 후에야 비로소 돌아온 고향에도 누울 곳조차 없었을까? 윌프리드에게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계속 작성하는 이스마일은 전쟁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다.

<연안지대>에는 전쟁 속에서 보호자를 잃은 또 다른 이들도 존재한다.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고, 전쟁을 하는 어른들을 혐오하는 아메(이미숙), 아버지가 죽는 과정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광기로 계속 웃는 사베(공지수), 엄마 아빠에게 버림을 받은 후 친구들을 만나 엄마 같은 존재로 변하는 마시(정연주)까지. 여기에 남자친구를 잃고 마을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강가에 쪽지를 보내는 시몬(윤현길)과 전화번호부에 적힌 그 나라 사람들의 모든 이름들을 외우고 기록하는 조제핀(조한나) 등 상처받고 파편화된 인물이 얽히고설킨다. 

그들을 향해 이스마일은 말한다.
"윌프리드, 시몬, 아메, 사베, 마시, 조제핀 너희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어. 길을 향해 나아가, 지칠 때 까지 걸어가, 날이 밝기 전에 떠나 그리고 도로 끝에서, 도시 끝에서, 나라 끝에서, 기쁨 끝에서 시간 끝에서, 화를 내고 분노를 토해내. 사랑과 고통 바로 너머에 기쁨과 눈물 상실과 외침. 연안지대와 거대한 바다가 있지, 모든 걸 앗아가고 다시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끄는, 나를 이끌고, 이끌고, 또 이끌고."
이 대사를 통해 아이들은 아버지를 바다에 수장하는 행위의 숭고함을 깨닫게 된다. 그 찰나는 빛이 마무리되는 지점이자, 비극과 희극의 동시성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연극은 끝나지만 우리는 앞으로 향하며 계속 살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극 "연안지대" 공연

이번 작품은 ‘손님들’, ‘태양‘, ’이 불안한 집’ 등에서 감각적인 미장센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 정이 맡았다. 전쟁이 소재지만 그 전개의 방식은 다양하고 참신하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에 가족의 애틋함이 묻어난다. 내전으로 인한 아픔을 치유함으로써 성장하는 주인공의 서사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리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200여 편의 무대를 만들어낸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이 참여하고, 연극 ‘리차드 2세’, ‘보도지침’, ‘줄리어스 시저’ 등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드는 윤상화가 아버지 이스마일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친다. 윤상화는 제49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며 꾸준히 진보하는 대기만성형 배우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아들 윌프리드 역에는 <욘>에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엘하르트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서울시극단 이승우 배우가 맡았다. 이승우는 그간 서울시극단 정기공연에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꾸준히 성장했다. 또한 ‘싸움의 기술’에서 젠더, 세대의 경계를 뛰어넘고, 인간과 사물의 경계도 뛰어넘는 연기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이미숙이 서울시극단 단원 강신구, 최나라와 함께 호흡한다. 

김 정 연출은 "이들의 아픔은 우리에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의 시대에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광기가 가득 찬,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라며 ”어른들이 물려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떠안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 관객분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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