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인사이드] 매일 배팅볼 던지는 상우고 감독 ‘문동환’을 아십니까
[스쿨인사이드] 매일 배팅볼 던지는 상우고 감독 ‘문동환’을 아십니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7.09 12: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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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장관을 이루던 의정부 녹양야구장. 
경기장을 들어가자 장쾌한 파열음이 기자를 맞이했다. 선수들이 프리배팅 중이었다. 고교야구에서 보통 배팅 볼은 저학년들이 많이 던진다. 그런데 1시간이 훌쩍 넘게 배팅 볼을 던지는 나이가 지긋한 이질적인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상우고의 신임 감독 문동환(47)이었다.  

 

 

배팅볼을 던지고 있는 문동환 상우고 신임 감독

 

 

“야~ 배팅볼 던지는 사람 재미없게 그렇게 칠래?”  
“아~ 나 지환이한테 홈런 맞았어. 기분 나쁘네.” 

때론 격려하며, 때론 강하게 질책하며 선수들과 호흡했다. 1‧2‧3학년들의 프리배팅이 모두 끝날 때까지 그의 피칭은 끝날 줄을 몰랐다. 상우고 야구부 부장은 문 감독이 매일 1~2시간씩 배팅볼을 던진다고 귀띔한다. 

문 감독은 올해 3월 상우고에 부임했다. 그가 상우고에 부임했을 때 남아있는 선수는 고작 16명. 3학년은 4명밖에 없었다. 전임 감독이 그만두면서 3학년들이 대거 전학을 간 탓이다. 거기다 감독 선임 과정이 길어지며 선수들은 동계전지훈련을 하지 못했다. 춥기로 유명한 경기 북부에서 감독도 없는 상태로 제대로 된 훈련이 될 리 만무했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문 감독이 부임했고, 선수들을 이끌고 어렵사리 주말리그에 참가했다. 결과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고작 1승 밖에는 하지 못했다. 전반기에는 최하위, 주말리그에서는 뒤에서 두 번째 성적을 거두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상우고 2학년 오심우 

 

 

 

상우고 1학년 신정환

 

 

문 감독은 투수 코치로 한화에서 2년, 두산에서 5년이나 있었다.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문 감독의 첫 고교 감독 생활 소감은 어떠할까.
 
“솔직히 처음에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 코치가 더 편할 데가 있는 것 같다. 요즘 고3들 생각하는 것을 들어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또한, 수익자 부담으로 고교야구가 운영이 되다보니 부모님들과 일일이 면담하기도 쉽지 않더라. 프로는 말 그대로 1대1 아닌가. ”라고 웃으며 말한다. 

문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스카우트 작업에 열중했다. 전학생들도 적극 수급했다. 그 과정에서 살이 많이 빠졌다. 거의 현역 때와 비슷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비록 4개월에 불과했지만, 선수도 많이 늘었다. 장안고에서 오심우 같은 좋은 선수도 받았고, 1학년 중에도 싹이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신정환(185/78, 우우, 1학년)이 대표적이다. 신정환은 신장이 185cm정도 되는 좋은 투수 자원이다. 최근 팔꿈치 인대 부상이 있어 공을 많이 던지지는 못하지만, 좋은 체격과 예쁜 팔 스윙을 지니고 있어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다. 배팅 파워가 좋고, 어깨도 좋은 오심우(185/95, 우우, 2학년)는 내년 시즌 프로행을 노려볼만한 자원이다.

 

 

상우고 선수들의 단체사진

 

 

그는 이기는 데 익숙했던 사람이다. 그의 아마 시절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연세대 시절 전국 최고 투수로 주목받았다. 1992년과 1993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우수투수상을, 1994년에는 대학야구 춘계리그 MVP + 아마야구 MVP를 수상했던 아마 최고 투수였고 국가대표 1선발 투수였다. 그런 선수가 감독이 되어 보는 상우고 선수들은 어떤 느낌일까.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팀이다. 지는 것은 상관이 없다. 그런데 혼자 주눅이 들고 무너지는 것이 속상하다. 경기장에 나가면 본인들의 긴장을 한다. 어떤 아이는 우황청심환을 사먹고 오더라. 똑같은 고등학생이고, 야구장의 주인은 우리라는 마음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

현재 상우고는 1~2학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당장은 3학년이 거의 없어 전력이 약하지만 1~2학년을 잘 키워내면 어느 정도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문 감독이 매일 배팅 볼을 던지며 선수들을 키워내려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고교야구 최단신 선수? 상우고의 2루수 황병현의 전력질주

 

 

 

문 감독은 “아무리 하위권 팀이라도 1학년 때부터 형들과 같이 연습하고 경기에 나가면 실력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실력이 느는 것이 보인다.” 라고 말한다.  그는 청룡기 덕수고 전을 이틀 앞두고 선수들에게 강력한 주문을 했다. 

“나는 그날 이기려고 경기장 간다. 너희도 능력껏 해 달라. 1학년이라고 안 나간다는 말을 하지 마라. 전부 총력전으로 경기를 준비해라. “ 

아무도 덕수고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아니 9회까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문 감독이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래도 그는 아이들에게 정면으로 덕수고에게 부딪힐 것을 주문했다. 

 

 

"경기장에서는 너희들이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문 감독의 강조

 

 

최선을 다하다 지고 오면 더 연습하면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진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깃들 때 더 강해진다는 믿음이 문동환 감독에게는 있다. 결국, 상우고는 덕수고에게 0-10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그들은 후회 없이 부딪혔고, 다시 시작한다. 신생팀 상우고와 처녀 감독 문동환의 동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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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누 2019-07-12 14:49:12
우연히 글을 보게 됐습니다. 의정부 상우고야구부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