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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기] ‘에이스의 귀환’ 박재민, 6.2이닝 무실점 145km/h 폭염 속 역투
[협회장기] ‘에이스의 귀환’ 박재민, 6.2이닝 무실점 145km/h 폭염 속 역투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7.30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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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민, 주말리그 부진을 탈출하는 올 시즌 최고의 투구
- 패스트볼 최고 구속 145km/h 기록하며 눈도장
- “많은 구단이 오늘 경기를 보고 박재민에 대해 다시 생각 할 것 같다.”

"기자님~ 지금 저 쓰러질 것 같아요. 힘들어 죽겠습니다.“

폭염 속 역투를 마친 후 땀범벅이 된 박재민이 던진 첫 마디였다. 그만큼 온 힘을 쥐어짜 낸 등판이었고, 심리적인 부담도 컸다. 최근 3년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16강 무대였기에 더욱 절실했다. 

 

 

박재민, 6.2이닝 6K 무실점 역투...  전주고 16강 진출

 

 

그리고 에이스는 해냈다. 전주고 박재민이 기나긴 부진의 질곡에서 빠져나왔다. 박재민은 7월 29일 포항야구장에서 펼쳐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32강 서울고전에서 3회부터 선발 탁건을 구원해 마운드에 올라 6.2이닝 96구를 투구하며 2피안타 3사사구 6K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1대0의 살얼음 리드를 9회까지 지켜낸 것이 컸다.  

사실 그동안은 박재민에게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이었다. 시즌 시작 전 1라운드 급 선수로 주목받았으나 주말리그 돌입 후 슬럼프에 빠졌다. 구속도 나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과정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평가절하를 당했고 대중들에게 잊혀 져 갔다. 청소년대표도 당연히 탈락했다. 무엇하나 얻은 것이 없었다.  팀 성적도 그리 좋지 못했다. 청룡기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박재민은 철치부심 때를 기다렸다. "속상하지 않았다. 한 번쯤은 비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 올 시즌 최고의 경기라고 나 스스로 인정한다."라며 당시를 회고한다. 

이날은 10개구단의 스카우터가 포항으로 집결했다. 전주고 박재민과 서울고 강민이 격돌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박재민은 자신의 공식 최고구속을 경신했다.  

 

 

최고구속이 나왔던 4회와 마지막 9회 기록지(전주고 스피드건 기준)
최고구속이 나왔던 4회와 마지막 9회 기록지(전주고 스피드건 기준)

 

 

최고구속이 145km/h가 나왔고 144km/h는 꽤 여러 번 기록했다. 기아타이거즈, 한화이글스, SK와이번스의 스피드건이 모두 145km/h의 최고구속을 기록했다.(전주고, 롯데 스피드건은 146km/h가 기록되기는 했지만 딱 1개였기에 최고구속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A구단 관계자는 "이런 것이 진짜 145km/h다. 어쩌다 한번 나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닌 박빙의 실전경기에서 던진 제구 된 145km/h는 모두가 인정하는 145km/h다. 아마 오늘 경기를 보고 많은 구단이 다시 한 번 그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폭염 속 많이 힘들하는 박재민의 표정

 

 

변화구도 좋아졌다. 슬라이더가 춤을 췄다. "나의 슬라이더는 여러 가지 그립이 있다. 손가락을 벌려서 잡는 것도 있고, 검지를 집어서 잡는 것도 있고, 커브 식으로 던질 때는 손목을 말아서 던지는 슬라이더도 있다. 내가 손가락이 좀 긴 편이라 그립의 변형이 가능하다."라며 호투의 발판이 된 변형 슬라이더에 관해 설명한다.   

이날 박재민의 투구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사실 박재민은 이 경기 이전까지 1라운드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1라운드는 커녕 2라운드도 위험해보였다. 그만큼 많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 달 남은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두 번 정도는 더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아직도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공식적으로 145km/h의 구속을 기록한 좌완투수는 극소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박재민은 중학 시절부터 야구를 잘했던 인지도 있는 선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관계자들 이구동성 "박재민이 많이 좋아졌다" 

 

 

 

지방 B구단 관계자는 "재민이가 정말 좋아졌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오늘 이 한 경기로도 평가가 많이 올라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창훈 전주고 감독은 "재민이는 이제 시작이다. 알아보니까 롯데 스피드건에는 딱 1개지만 146km/h가 기록되었다고 하더라. 재민이는 협회장기, 봉황대기 남은 경기도 계속 던질 예정이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1라운드 후반에는 충분히 지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애제자를 진심 어린 눈길로 바라봤다. 

 

 

"봉황대기 끝까지 마운드에 오르겠다"  투지를 보이는 박재민

 

 

박재민도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다. 그러기에는 구겨진 자존심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우리 팀의 사정상 나는 던질 수밖에 없다. 에이스는 정신력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겠다."라며 남은 한 달 더욱 전력질주를 하겠다는 강한 각오를 내비친다. 

뒤늦은 귀환에 성공한 전주의 에이스는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대반란을 위한 박재민의 엄청난 반격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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