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학년 활약 인정받아 대표팀 승선 및 팀 우승으로 마음의 부담 상당부분 덜어
- “부진은 모두 나의 책임. 변명의 여지없다.”
이렇게 극적으로 부활하기 위해 그렇게 모든 이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올 시즌 내내 심각한 슬럼프에 허덕였던 대구고 현원회가 살아났다. 대구고 손경호 감독은 그가 우승을 사실상 확정 짓는 스리런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자신의 감정을 주최하지 못하고 그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현원회 또한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자 평소보다 훨씬 큰 세리머니를 하며 영광의 순간을 마음껏 만끽했다.
작년 그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2학년이면서도 전 경기 주전으로 뛰며 3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팀을 2개의 전국대회 우승, 1개의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명문고열전 같은 번외 대회까지 포함하면 엄청나다. 현원회보다 많은 우승컵을 품에 안은 대구고 포수는 개교 이래 없다. 김풍철 前 롯데 스카우터 팀장은 "2학년 때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서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2학년 중에 압도적인 No.1의 활약이었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에서 대구고 최초로 신분조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현원회는 고3병을 심하게 앓았다. 홈런이 한 개도 없었다. 타율도 2할 중순에서 멤돌았고 타점 9개, 2루타도 5개뿐 이었다. 타격이 안 되다 보니 수비도 흔들렸다. 특히 송구가 많이 흔들렸다. 정확성마저 흔들리자, 원래부터 강견이 아니었던 현원회의 단점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팝타임’도 계속 떨어졌다. A구단 관계자는 “올해 현원회는 매우 안 좋다. 만약 작년의 엄청난 활약이 없었다면 나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현원회의 가장 큰 장점은 부드럽다는 것이다. 몸이 부드럽고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이날 홈런도 현원회의 야구 이해도를 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그는 “원래 타석에서 변화구를 노리고 들어갔다. 그런데 투수의 폼이 커지는 것을 보고 100% 직구라는 확신이 들어서 직구만 노리고 들어갔다”라고 그는 말한다. 완전히 투수의 구질을 읽었다는 소리다.
말발(?)도 세다. 상대를 말로 잡아낼 수 있을 정도의 입담을 지닌 능구렁이다. 거기에 인터뷰 능력이 이미 웬만한 프로 선수 수준이다.(기자가 만나본 모든 고교 선수 중 원태인과 현원회가 가장 인터뷰를 잘한다.)
타격 능력도 좋다. 현재 부진할 뿐이지 타격의 정확성만 놓고 보면 현재 포수 중 가장 우위에 있는 것이 현원회다. 작년 봉황대기에서 150km/h를 뿌리며 고교 No.1 포스를 뿜어내던 한 살 위의 송명기를 압도하던 모습은 많은 스카우터의 뇌리에 박혀있다. 그는 스스로도 타격의 정확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크게 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배트에 맞는 면적이 넓은 것이 장점이라고 구체적으로 스스로를 설명한다.
3학년 성적만 보면 상위라운드 후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쉽게 쉽게 플레이하는 그의 모습이 성의 없어 보인다는 소리까지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원회는 대통령배의 한 방으로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2학년 때의 활약을 인정받아 청소년대표에도 선발되었고, 팀도 2019시즌 전국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경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원회는 자신의 부진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잘못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기에 그 수많은 영광의 순간 속에서도 오늘 경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주장으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는 드래프트에서도 마음을 비웠다. 시즌 초에는 무조건 상위지명을 받는 것이 목표였으나 지금은 그저 지명을 받는 것이 목표일뿐 이라고 말한다. 먼 훗날 프로에 가면 투수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양의지 같이 인정받는 포수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현원회.
그의 진정한 시즌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