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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경섭 배명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인터뷰 – 김경섭 배명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 한국스포츠통신
  • 승인 2017.07.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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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배명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지난 2015 11월 배명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갓 부임했던 당시의 김경섭 감독은 그때까지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결정에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배명고등학교의 야구부는 이 십년이 넘도록 깊은 침체에 빠져들어 있었다. 배명고 출신의 전설적인 스타였던 김동주(전 두산베어스)가 배명고에서 활약하던 1992년에 3관왕(황금사자기, 봉황대기, 전국체전)을 차지한 이후로 전국대회 우승과는 점차 멀어져만 가던 시기였고, 전임 윤여국 감독의 뒤를 이어 부임한게된 김경섭 감독은 직전까지 배명중학교 야구부의 감독을 이 십년 이상 성공적으로 수행해 오며 수많은 우승과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했던 지도자로써는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배명고 야구부 감독으로의 취임이 본인의 의지보다는 학교 당국과 재단, 그리고 동문들의 강권에 의한 것이었기에 그로 인한 김경섭 감독 본인의 고뇌는 더욱 깊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였었다.

그러나 감독 부임 직후부터 코칭스탭진을 새로이 구축하고, 그들에 대한 보직 분담과 보고체계를 확립하며, 한편으로는 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훈련프로그램과 개별적인 면담을 진행하며 내부의 전력을 점검하고, 외적으로는 학교 당국과 재단, 그리고 동문들을 접촉하여 훈련장내 시설 확충과 야구부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냈던 그의 노력은 전통에 빛나는 배명고 야구부의 저력을 다시 한번 빠르게 드러내며 감독 부임 첫번째 시즌이었던 2016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4강의 성적을 올렸었고, 두번째 시즌인 올해 2017년 제72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우승으로 챔피언을 차지하는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

청룡기 우승 직후 다시 찾아 간 배명고에서 만난 김경섭 감독은, 한결 확신에 가득한 모습으로 필자를 맞아 주었고, 청룡기 제패에 대한 모든 공을 그의 제자들에게 돌리며 그들 모두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다. 때 마침 배명고 출신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한국프로야구 원년의 MVP였던 박철순( OB베어스)가 모교를 방문하여 후배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좌-김경섭감독, 우-박철순 전 OB베어스 투수)

 

(질문) 청룡기 우승을 축하한다.  감독 부임 이후 두 시즌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였다. 소감을 말해 달라

(김경섭감독) 이번 우승은 전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공이다. 경기에 투입됐건 투입이 안됐건, 그리고 투입이 됐어도 아주 작은 역할만 수행한 채 경기장을 나왔건 간에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수행해 주었다.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감독직을 수행하는데 벅찬 보람을 느낀다. (배명)중학교 감독일 때도 우승을 많이 해봤는데, 고등학교 감독으로 우승을 해보니 또 다른 느낌과 보람을 가지게 된다.

(질문) 배명고의 집중력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김경섭감독) 그렇다. 전국대회의 결승전에서, 서울고등학교라는 강팀을 상대로 1점 차의 승부를 겨누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우리의 선수들을 믿었다. 우승을 하자는 열망 아래 팀웍으로 뭉쳤고, 누구 하나 긴장을 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모두가 전부 희생을 할 각오였고, 팀 동료들을 믿고 있었다. 예를 들면 박종현 같은 투수다. 그는 경기 전 나를 찾아 와 자기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밝히더라. 3학년 선수가, 자신의 진로와 대학 진학을 위해 경기에 나가서 성적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컷었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시합에서 감독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나 역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박종현은 결승전에서 서울고의 핵심 전력이었던 강백호를 상대로 원포인트 맞춤형 투수로 나가 커브 네개를 던져 그를 잠재우는 공을 세웠다. 마음가짐이 훌륭한 선수이다.

김성주 같은 선수 역시 마찮가지다. 맞춤형의 원포인트 투수로 나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 주었다. 원래 야수 출신인데 투수 역할도 충실히 잘 해주고 있다. 성민종 또한 타격에 재질이 많은 선수인데 투수로도 9개월 정도 훈련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대타로 나가면 꼭 안타를 쳐주는 훌륭한 선수이다.

(질문) 결승전 상대였던 서울고를 상대로 대비하였던 전략은 무엇이었나

(김경섭감독) 사실 내심으로는 덕수고등학교가 결승전에 올라오기를 바랬었다. 작년 청룡기 대회에서 우리가 4강전에 만나 무릎을 꿇었었고, 다시 한번 승부하여 설욕하고 싶었다. 그런데 서울고가 올라오더라. 현재 서울고에서 투타의 핵을 이루고 있는 선수는 포수와 투수로 뛰고 있는 강백호이고, 우리 전략의 핵심은 그러한 강백호를 투타에서 무력화 시키는 것이었다. 타격 시 강백호의 약점은 느린 공을 공략하기 어려워 하는 것이었고, 투수로는 선발이 아닌 구원이나 마무리 투수로 올라 올 것이라는 예측으로 그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선취점이나 점수를 미리 뽑아내는 전략으로 경기에 들어갔는데, 고맙게도 그러한 시프트와 전략에 따라 투입됐던 선수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사실 그 동안의 감독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대팀이 우리를 쉽게 볼수록 오히려 우리는 대처하기가 편하고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서울고와의 결승전에서는 아주 단순하게 서울고의 핵심이었던 강백호를 대상으로 준비를 했었다.

(질문) 에이스인 곽빈을 투수로 투입하기 전에 다섯명의 투수들을 투입하여 서울고 타선을 무력화 시켰다. 그런데 곽빈이 마운드에 올라 폭투로 1점을 주며 승부를 긴박하게 만들었는데 이 때 곽빈에게 무엇을 지시하였나. 곽빈이 무너지면 그 후에는 어떤 카드가 있었나.

(김경섭감독) 당시 서울고 주자가 루상에 있던 상황에서 그냥 1점을 줄 생각으로 편하게 투구하라고 지시했었다. 우리의 투수들은 모두 정신력이 최고 수준인 선수들이고 나 역시 그들을 믿었을 뿐이다. 더구나 곽빈은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에 1차로 지명되어 이미 자신의 진로가 결정이 난 상황이었는데도 조금의 나태함이나 게으름 없이 대회 기간 내내 팀을 위한 희생과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약에 곽빈이 무너지면 이후에는 준결승전에서 안산공고를 상대로 위력을 보여 주었던 이재승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우리는 곽빈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재승 또한 150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또 하나의 카드였다.

(질문) 사실 곽빈과 이재승은 올 시즌 투수로써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들이다. 어떻게 이런 선수들이 작년 시즌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곽빈은 강속구 투수들이 넘쳐나는 올해 프로야구 1차 지명을 받을 정도인데.

(김경섭감독) 작년 시즌에 곽빈은 투수로는 단 한 경기에만 투입됐었다. 타격에도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선수이기에 1루수를 맡으며 그의 어깨를 보호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었다. 내가 욕심을 부려서 작년에도 투수로 기용했으면 많은 과부하가 걸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올해와 같은 활약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내 욕심을 누린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라는 생각이다. 이재승은 훌륭한 신체조건을 갖춘 곽빈 못지 않은 강속구 투수인데,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에 따른 재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완쾌하여 올 시즌부터 투수로 투입했는데, 오랜 공백기 때문인지 시즌 초반부터 이번 대회 초반기까지 경기감각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준결승 상대인 안산공고와의 시합 때부터 그의 힘을 동반한 강속구가 제구력이 따라주며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선수이다.

(질문) 감독으로 부임 이후 배명고의 팀컬러가 많이 바뀌었다. 분위기도 매우 밝아졌고 선수들의 모습도 경쾌하다. 평소 선수들과 어떠한 소통을 하나.

(김경섭감독) 고등학교 선수들, 특히 3학년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의 진로와 대부분 대학 진학과 연관된 본인 자신들의 개인성적이다. 감독의 역할 중 하나는 그러한 부담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주며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서도 감독은 또한 이들을 기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우리 팀에는 현재 열두명의 고3 수험생인 투수들이 있고, 올 시즌 전반기 주말리그부터 지금까지 이들을 어떻게 기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개인성적을 올리게 해줄 수 있나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또한 팀의 성적을 높이는 것에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 역시 야구를 해 왔던 내 인생에 비추어 야구 후배들인 선수들에게 그들의 인생에 관한 충고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인생에서 야구가 잘 안풀릴 때도 있지만, 항상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야구로써 성공을 못할 수도 있지만 항상 또 다른 기회가 인생에서는 찾아 온다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야구뿐만 아니라 많은 공부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야구 이외에 직업적인 선택의 폭도 매우 넓다는 것을 항상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들이 진로를 잘 선택해서 인생이 잘 풀릴 수 있도록 감독인 나 역시 끝까지 도와주겠다는 것, 그러니 야구뿐만 아니라 인생의 무엇이든 미리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라는 것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질문) 인터뷰에 감사하다. 다시 한번 우승을 축하한다.

(김경섭감독)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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